정지혜 님 떡볶이 잔치 진행 | 오전 10시 20분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채송화 님에게 잔치 같이 할 의향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전화 주기로 하셨습니다

10 20분에 전화 주셨습니다.

 

선생님, 채송화 님이 못하신대요. 같이 하자고 했는데 어려운가봐요.”

 

지혜 님 채송화 님과 하고 싶어 하셨는데 아쉬워요.

지혜 님과 저 둘만 해야겠네요.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세요?”

 

지금 어떠세요? 말 나온 김에, 생각난 김에 하고 싶어요.

저 떡볶이 잔치 하려고 마트 들려서 떡볶이 보고 있어요. 6인분이면 충분하겠죠?”

 

지혜 님의 추진력에 놀랍니다.

동네 사람들 잔치를 제안한 지 20분 만에 벌써 실행에 옮길 재료를 구입하는 겁니다.

우리가 이야기 나눈 그 때에 지혜 님의 머릿 속에 잔치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같이 하고 싶은 채송화 님과 같이 못 할지라도 신나는 마음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0 20분에 지혜 님이 떡볶이 만들 재료 6인분 준비해오셨습니다.

물을 올리고 떡볶이 만드는 설명서를 읽은 뒤 정가든 식구 한 분 한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다섯 명에게 전화를 해야 하니 선생님도 같이 해요.”

 

지혜 님, 정가든 식구들은 저보다 지혜 님이 훨씬 더 가깝잖아요.

제가 관계가 많지 않은데 갑자기 전화드리면 놀라지 않으실까요?

지혜 님께서 전화 주신다면 단번에 고맙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러게요, 선생님보다 제가 더 잘 아는 분들이니 제가 전화 드릴게요.”

 

지혜 님 전화 드릴 때 모두 반갑게 웬일이야~ 방울아!’라고 하시며 받습니다.

당사자의 둘레관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6인분어치 물이 끓을 동안 정가든 식구들에게 돌릴 편지를 준비합니다.

지혜 님은 무슨 내용을 쓰면 좋을지 잠시 골똘히 떠올려보다 막힘없이 써내려갔습니다.

편지를 다 써도 물이 끓지 않아서 편지를 꾸밉니다.

 

편지 쓰니까 뿌듯해요. 벌써 설레요. 얼른 다 만들어서 가져가고 싶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혜 님은 막힘 없이 떡볶이를 만들어갔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물을 더 넣고, 떡이 불겠다 싶으면 불을 줄입니다.

중간에 정민영 사회복지사가 떡볶이 잔치 구경왔습니다.

우리가 만든 떡볶이 잘 만들어졌는지 심사위원으로 하나 먹어보고는 엄지 척 올렸습니다.

 

맛있게 완성된 떡볶이를 6개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릇은 작지 않은데 오늘의 주인공 떡볶이가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습니다.

지혜 님께서 무척 실망한 눈치였습니다.

 

떡볶이 6인분이라고 해서 굉장히 넉넉하겠다 생각했어요.

이렇게 양이 부족하다니, 이건 6인분이 아니잖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너무 적어서 속상해요.”

 

계획보다 적은 양에 지혜 님은 속상해합니다.

잔치라고 하면 음식, 그것도 풍성한 음식을 떠올렸을 텐데

모자란 양에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속상했을 겁니다.

 

지혜 님은 떡볶이를 나누어 담으며 자기 앞으로 된 떡볶이 양을 줄였습니다.

5개는 넉넉한데 1개는 적습니다.

평소에 떡볶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잘 알기에 나누고 싶은 마음,

남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헤아려졌습니다.

 

편지와 떡볶이를 들고 나가는 길에 문득 지혜 님이 놀라면서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제가 전화는 다 드렸는데 그 분들 살고 있는 곳을 몰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잘 알고 있는 채송화 님 댁에 갔습니다.

 

아니, 날도 더운데 웬 이런걸 했어. 떡볶이 맛있게 잘 먹을게. 고생 많았네.”

 

채송화 님께 미용사 님 사는 곳을 여쭈어보았습니다.

아까도 만났다고 하시면서 미용사 님 주소를 알려주셨습니다.

 

 

방울아! 오래간만이다. 고마워 잘 먹을게

미용사 님은 가끔 복도에서 의자를 놓고 주민들에게 이발해주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미용사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아유. 뭐 이런걸 다 했어. 잘 먹을게.”

지혜 님이 모든 곳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분씩 여쭤보면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한 명씩 손잡고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친한 관계여도 집에 찾아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준비한 사람 마음이 받는 사람 마음보다 더 신나는 것 같다고도 합니다.

항상 마음은 있었는데 전하지 못했던 지혜 님의 아쉬움이 비로소 해소된 것 같았습니다.

이 집 저 집 다니니 우리도 배고플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지혜 님도 담당자와 함께 점심 먹으며 잔치 마무리합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예전 좋아하는 가수들 이야기, 날 좋으면 하고 싶은 것들까지.

 

하루 오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러움이 많은 사회사업가가 추진력 좋은 당사자를 만난 덕에 이렇게 빠르게 잔치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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