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도성옥 님 설잔치 진행 2 | 언제 한 번 해야지 하고 있었어요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심부름 다녀오기

 

도성옥 님께서 배달 가기 전에 먼저 706호 가서 어르신이 계신지, 

계시다면 떡국 한 그릇 어떠신지 여쭤봐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어르신, 옆집 9호가 떡국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떡국이요? 누가? 복지관이? 복지관이 아니라 옆집 9호가? 

우리는 아직 점심 안 먹었지요. 좋지요. 고마워요!” 

도성옥 님은 706호 어르신 두 분 그리고 함께 있는 요양보호사 떡국까지 챙겨주셨습니다. 

어르신께 전할 말도 남겨주셨습니다. ‘어르신 건강하게 지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706호 다녀오는 사이 도성옥 님은 한 그릇 퍼서 옆집 신옥녀 님께도 직접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어땠는지 물으니 고맙다고, 덕분에 잘 먹겠다고 하셨답니다. 

“선생님, 오정남 어르신 댁에 얼른 다녀오세요. 

13층 언니랑 같이 선생님도 우리랑 떡국 먹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잔치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제 것까지 챙겨주셨습니다.

그동안 도시락 배달은 여러번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신이 나는 배달은 처음입니다. 

어르신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떡국 준다면서 뭐 이렇게 많이 챙겨주었냐며 

놀라실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 

 

어르신은 도성옥 님 걱정하신 것처럼 작은 방에서 1인 반상 두고 계셨습니다. 

음식을 하나 하나 꺼내며 도성옥 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설명드렸습니다. 

“고기는 밥에 비벼 드시면 맛있대요.”

 

“그러게. 그리고 또 된장찌개 만들 때 조금 넣어도 좋겠네. 도 권사가 이렇게 준 거야? 고마워라.”


어르신은 웃음 감추지 못하고 좋아하셨습니다. 
도성옥 님께 보여드릴 셀카도 한 장 찍었습니다.
심부름을 마치고 나오면서 도성옥 님께 뭐라고 전해드리면 좋을지 여쭈었습니다. 

“고맙고, 응응. 고마워요.”

 

 


언제 한 번 해야지 하고 있었어요. 

 


떡국 한 그릇에 반찬이 푸짐합니다. 

우귀식 님은 대략 꺼내면 되지 뭘 이렇게 많이 내놓느냐고 멋쩍어 하십니다.  

도성옥 님, 아들 조항준 님, 우귀식 님, 그리고 저까지 함께 식사했습니다. 

 

“작은 떡 하나에도 이렇게 멋진 잔치 벌여주시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오늘 여기 7층은 도성옥 님 덕분에 든든한 마음이겠어요.” 

“안 그래도 예전부터 마음은 있었어요. 

내가 7층 사는데 여기 어르신들 모시고 언제 한번 대접해드려야지 했죠. 

선생님 덕분에 기회가 생겨서 했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코로나만큼이나 무서운 게 외로움이래요. 

요즘에 사람들이 집 밖에 나가기도 꺼리고 누구 만나는 것도 

조심하는 이 때, 옆집에서 잡숴보시라고 챙겨준 이 한 그릇이 얼마나 따뜻할까요?”

“아유, 뭘”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기회 있으면 또 연락드릴게요” 

상을 물리고 차 한잔 마시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 실컷 풀어냈습니다. 

한바탕 말하고 웃고 놀고 나니 마음 속 무거운 무언가가 개운하게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위축된 마음이 소소한 관계로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날도 날인데 사진 한 컷 찍어요.” 

 

호기롭게 카메라를 들었지만 자꾸 네 명을 한 화면에 담지 못해서 

네 명이 이리 모였다가 저리 모였다가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항준아, 너가 셀카는 잘 찍으니까 너가 좀 찍어줘.” 

 

 

조항준 님께서 멋지게 한 컷 찍어줬습니다(얼굴 반만 나오는 게 유행이라고..).
 
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은 분들은 더 이야기 나누시나 봅니다. 

방해되고 싶지 않아서 얼른 가려는데 현관까지 모두 나와서 배웅해주셨습니다. 

도성옥 님과 이런 소박한 잔치는 처음입니다. 

처음인데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잔치로 이해하시면 어쩌지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성옥 님 동네 어르신 잘 돕고 싶은 마음이 있으셔서 그 의도를 단번에 이해해주셨습니다. 

멋진 잔치가 되었습니다. 참여하신 분만 세어도 벌써 여러 분 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는 언니가 떡도 부족하지 않겠냐며 떡도 줬어요. 주신 떡 거의 다 먹어도 이렇게 또 있으니 좋죠!


7층이요? 누구더라? 혼자 했대요?


복지관 들어가기 전 15층에서도 잔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들렀습니다. 

15층에서도 벌써 소문이 났나 봅니다. 


“7층에서도 했어요? 누가 했어요? 혼자 했대요? 대단하네. 누구지?”
‘그 집도 처음 했는데 혼자서 했으면 나도 해볼 수 있겠네.’하는 속마음이 들립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은 확산된다고 하던데 
이런걸 보고 말하는건가 싶습니다. 

다음에는 15층 6호와 7층 9호를 서로 주선해보면 어떨까?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설 잔치 무척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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