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도성옥 님 설잔치 감사 | 감사하러 갔는데 잔치를 또?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도성옥 님께 감사드리러 갑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사진을 모아 엽서로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뒤에 감사 편지를 담아 도성옥 님 만납니다.

 

226, 도성옥 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설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잠깐 최소한으로 다닐 수 있는 곳만 다니고 그랬죠. 아무래도 조심스러우니까요.”

 

오래간만에 뵌 도성옥 님과 간만에 다양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 병원 다닌 이야기, 차 이야기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감사편지 드렸습니다.

웬 편지에요? 한 것도 없는데 이런 편지까지. 고마워요.”

 

본격적으로 지난 소박한 설잔치, 핵심 참여자로 직접 해보시니 어땠는지 여쭈었습니다.

 


 

* 사회복지사가 제안해서 해보셨는데 어떠셨어요?

제안해주셔서 저는 오히려 감사했죠.

전부터 내가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싶었거든요.

교회 다니면서 뭐라도 할 수 있는게 없을까 싶었어요.

밑반찬이라도 만들어서 좀 나눠드릴까 싶기도 했는데 그건 또 환경이 안 되잖아요.

쉽지 않고요. 그 대신에 언제 한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7층 어르신들 여기 모여서

한번 드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근데 이걸 혼자 하려니까 엄두가 안나서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의논했더니 딸이

엄마, 내가 도와줄테니 한번 해봐.’라고 하더라고요.

딸이 도와준다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선생님이 연락을 준 거였죠.”

 


 

* 잔치가 끝나고 이웃들하고 왕래가 있었나요?

선생님 그 날 가고 나서 제가 냉동실에 핫도그가 몇 개 더 있어서

706호 어르신 댁에 가져다 드리러 갔어요. 거기 어린 손주도 있거든요.

어르신들이 맛있게 잡수셨다고, 그런데 국물이 좀 적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같은 대접이라도 건더기 더 넣는다고 잔뜩 넣어 드렸는데

어르신들은 워낙 부드럽게 넘기는 것을 좋아하시니 국물이 부족했나봐요.

 

710호 할머니도 무척 맛있었다고, 근데 거기도 국물이 부족했다고 하셨어요.

 

다음에 할 때에는 국물을 넉넉히 드려야겠어요.

건더기를 조금만 넣거나 아예 국물을 따로 더 드리거나요.”

 

오정남 어르신이랑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통화했어요.

근래 전화 못하고 있다가 며칠 전에 뭐 하시냐고 안부 물을 겸 통화하니까

코로나 백신 주사 언제 차례가 되는건지 물어보러 약국 가신다고 하더라구요.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했어요. 오정남 어르신에게는 꼭 한번 해야죠.

몇 번이나 전화주시고 밥 같이 먹자고 해서 저도 두어번 얻어 먹었는걸요.”

 

우귀식 님은 남편 돌아가시고 마음 많이 헛헛했을 텐데 요즘엔 그래도 좀 정리된 것 같더라고요.

혼자인데 심심하게 뭐 하겠어요. 마음만 허전하고 그렇죠.

아저씨 계셨다면 밥을 대충 먹든 둘이 싸우든 그냥 잘 살겠거니 했겠죠.

그런데 이제 혼자니까 틈만 나면 뭐 하냐고 물어보고 계속 부르는 거에요.

혼자면 누가 대충 차려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까 안 먹고 그러거든요.”

 

이렇게 떡국 끓여서 나눠 먹었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좋은 일 했다고,

잘 한 거라고 얘기해주더라고요.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베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이거 어디에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못하는 것 같아요.”

 


 

* 이렇게 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요즘에 뉴스를 보면 정말 무서운 일들이 많이 있잖아요.

가만 보면 그게 다 세상이 삭막해서 생기는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이랑은 별거 아닌 일들도 갈등으로 가게 되고 하는데

아는 사람끼리라도 친하게 지내고 그래야죠.

이번에 해보면서 참 더불어 사는 게,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교회 다니면서 기독교인으로서도 한번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인데

하나님이 제게 더불어 사는 복을 주신 게 아닌가,

이렇게 삭막할 때 주변에 어울릴 사람(이웃)’을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도리어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 다음에도 또 한다면 연락드려도 괜찮을까요?

여력이 된다면 가능하죠. 그런데 살면서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확답은 못 드리고요.

몸이 여기 저기 아파서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일정들이 겹치면 못 하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해볼 수 있는 만큼은 하겠죠.”

 


 

* 15층에서도 도성옥 님 대단하다고, 어떻게 하셨냐고 이야기했어요.

손혜진 팀장님도 오늘 감사인사 간다니까

제가 무척 감동을 받았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혼자하긴요.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실제로 도와드린 것은 거의 없습니다. 가서 배달만 다녔는데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딸도 엄마 오늘 한다고 해서 일찍 온다고 돕는다고 했는데 일정이 늦어져서 늦게 온거죠.

원래는 같이 하려고 했어요.”

 

저를 궁금해하셨다고요? 대단하긴요. 마음 먹은 것을 했던 것뿐이에요.”

 


<뒷 이야기>

 

 

1. 감사인사, 또 하나의 잔치

선생님, 그나저나 찰밥은 드셨나요?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에요.

찰밥 한끼 드셔야 하는데 여기에서 먹고 갈래요?”

 

갑자기 찰밥과 오곡나물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다섯가지 콩과 잡곡을 넣은 밥과 여섯종류 나물.

거절하기 힘든 제안입니다. 전화하시더니 우귀식 님도 부르셨습니다. 금방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정월대보름에 찰밥 모임이라... 또 잔치가 열렸습니다.

 

배 안 고픈데 뭘 또. 찰밥 안 먹어도 되는데 우와!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

 

차린 나물 중 하나를 제외한 모두는 우귀식 님이 주신 것들이라고 합니다.

남편이 돌아가셔서 별로 생각도 없다고 마른 나물을 주시고,

도성옥 님은 그걸 반찬으로 만들어 또 식사 자리에 초대하신 겁니다.

우귀식 님에게 도성옥 님이 계시니 참 좋습니다.

도성옥 님에게도 우귀식 님이 계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게도 이런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애들은 모르죠. 어른들은 다 알아요. 다 조금씩은 왕래하고 그럴걸요?”

 

밥을 두 그릇 먹었습니다.

 

 

2. 오정남 님 전화

식사를 마치고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정남 님께서 도성옥 님께 전화주셨습니다.

 

식사요? 했죠. 밥 같이 먹자고요? 다음에는 조금만 더 일찍 이야기해주셔요. 그래야 안 먹고 같이 먹죠.”

 

선생님 오실 때 마침 오정남 님에게 전화가 왔다고,

반가운 표정으로 도성옥 님께서 어르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오정남 어르신은 풍채가 좋으시잖아요. 많이 드세요.

요양보호사는 오지만 하루 몇 시간 후다닥 청소해주고 끝나니 요리를 해주기는 어렵죠.

복지관에서 주는 밑반찬은 양이 적어서 다 먹어도 헛헛하다고 하세요.”

 

도성옥 님은 오정남 님의 식사 취향에 관해서도 아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시나봐요. 그런데 식당에 갈 수 있다고 해도 왜 혼자 드시기 그렇잖아요.

그래서 저랑 아들을 가끔 불러주세요. ‘불짬뽕가게에서 코스요리 시켜주셨는데 굉장히 잘 드시더라고요. 제 아들도 많이 먹으니 저는 몇 점 일부러 안 먹었어요. 둘이 많이 드시라고요.”

 

눈에 보이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짓는 도성옥 님을 보며 베푸는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설 잔치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주선하고 거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얻게 하고 주게 하는 사람입니다.

- 복지요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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