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2023년 공항동 한글배우기 모임 했어요~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글쓰기 첫 만남, 서로 이름 적어요~

 

우리 한글 참 쉽죠?

'한글배우기모임'

공항동에 다문화 가정이 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글이 서투신 중국 출신 어머님께서 한글 배우는 모임 하고 싶으시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또, 공항동 주민센터 임순남 방문간호사 선생님께서

어르신 가운데 한글 배우고 싶어하시는 분이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말씀해주신 바람을 함께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주민이 원하는 모임으로 함께 어울려 만나고자 했습니다.

모임 하고싶다고 연락오는 사람은 한 명일지라도 홍보, 모집하면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한글을 잘 알려줄 수 있는 봉사자와 함께 한글 배우기 모임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오신 분들은 총 세 명이십니다. 

모두 인생에서 한글을 배우신 분들이십니다.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그륵
(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현대시학 2001년 12월호)

 

 

시인의 어머니처럼 참여자 전영자 님, 윤복순 님, 염춘순 님은

한글을 삶에서 배우셨습니다. 

단어 뜻 하나, 문장 한 줄 구사하지 못 하시는게 아닙니다.

 

내가 자녀, 손자, 지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당신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으신 마음이십니다.

말로하기 부끄러운 표현, 전화가 혹여 방해가 될까 하는 사랑이 담긴 마음을 말입니다.

 

참여자 세 분은 모두 한글 배우기에 열정이 높으십니다.

시대 흐름에서 여자는 공부 시켜주지 않던 탓,

첫 째라서 게다가 여자라서 어머니 돕고 동생 돌보며 섬겨야 했기에,

배움 시기를 놓쳤더니 기회가 없어서,

자녀 부양하고 먹고 살다보니 바빠서 못배우다가 이제 숨좀 쉴까 하니 이 나이여서,

 

모임에 오신 이유는 다양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의지를 다져 모이셨습니다. 

염춘순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다 늙어서 한글 배운다고 말하면 괜히 쪽팔려요. 다 늙어 주책같고, 배워도 머리에 들어가질 않는 것 같아서요."

 

의지를 다 잡고 오시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마음, 어린시절 배우고 싶었던 그 때 그 마음으로 오셨습니다.

 

한글 배우기 모임! 

첫 시작하며, 공부도 준비물이 갖춰져야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책과 지우개, 연필 준비해서 선물했습니다. 

 

바라시는 대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어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자녀, 손자와 손 쉽고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모임 마다 인증샷!

 

배우다보니 보이는 한글 매력

전영자 님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사정이 나아지셔서 2024년에는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염춘순 님과 윤복순 님은 느리지만 글을 읽는 방법도, 소리나는대로 글을 쓰시는 방법도 아십니다.

삶에서 배운 덕일까요, 한글 가르쳐 주는 봉사자가 수업하며 예시를 시장 관련으로 제시하면

이해가 빠르십니다. 맞춤 설명이라며 염춘순 님과 윤복순 님이 좋아하십니다. 

 

모음, 자음표를 활용해서 읽는 방법과 조합했을 때 읽는 방법 등을 공부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 봉사자이다 보니 배움이 어렵지 않습니다. 다행입니다. 

오늘 우리 일과를 적어보고 같이 읽고 나누기도 했습니다. 

 

염춘순 님은 한 평생 자녀 양육과 가정을 위해 일 하셨습니다. 안해본 장사없이 이것저것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숫자 계산과 이치에 빠삭하십니다. 

윤복순 님도 가정을 위해 일하시며 자신 시간 없이 바삐 사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시간 보내며 알차게 지내십니다. 

 

두 분 삶에 녹아든 이야기가 많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한글 모임 첫 만남 이후 참여자 두 분에게

어떻게 한글을 알려드리면 좋을지 봉사자와 의논했었습니다. 

 

기본부터 알려드리기엔 이미 다 아실 것이고,

고구마 감자 같이 단어를 외우기엔 지나온 삶에서 만나신 단어가 더 많습니다. 

고민 하던 중, 두 분이 가지신 일상 이야기와 삶 이야기가 풍성함을 알았습니다. 

 

이에 숙제로 일기를 작성해보고, 편지나 시를 써보며 직접 실천하는 방법으로 배움 이끌고자 했습니다. 

마침, 참여자 두 분도 기본도 배우고 삶에 녹아드는 방법이 기억에 훨씬 오래 남을 것이라며 찬성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일상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양하고 간단합니다. 

김치 담근 이야기, 농협 다녀오다가 옆집에 잠깐 들렀던 이야기, 친한 친구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이야기

아들과 통화했던 이야기, 점심 반찬 만들었던 이야기 ... 여러가지 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어서 일까요?

염춘순 님과 윤복순 님은 금새 부쩍 가까워지셨습니다. 

 

하루 일과를 나누다보니 인생을 나누기도 합니다. 경청하고 공감 위로합니다. 

한글 배우기로 만나 삶을 나눕니다. 

 

두 분은 집도 가깝게 사십니다. 거주한지 20-30년이신데 접점이 없으니 알 턱이 없었습니다. 

윤복순 님은 언니 염춘순 님을 동네언니처럼 생각하시며 섬기셨고

염춘순 님은 동네동생을 생각하시며 챙기셨습니다.

 

모임 오고가는 때에도 서로 만나서 같이 걸어갑니다. 안맞는 발걸음이어도 괜찮습니다.

서로 배려하며 맞춰 걸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염춘순 님과 윤복순 님은 집에서 무료할 때, 밥먹고 한 숨 돌릴 때 마다

공책을 펼쳐들고 한글 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주말 동안 타지를 다녀오실 때도 머릿 속엔 한글 공부 생각 뿐이셨습니다. 그만큼 진심이십니다.

 

길 걷다가 발견한 표지판을 읽어보고 공책에 적어봅니다. 

기본을 다지기 위해 모음자음표를 여러차례 읽으며 익히셨습니다. 

 

희망의 2024년

2023년 모임 마무리하며 2024년에 희망이 생겼습니다. 

모르고 지내던 두 사람이 만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 관계 형성했습니다. 

전화번호 교환하며 다시 만나는 날까지 연락하신다고 합니다. 

 

2024년에도 한글모임 계속하며 '나의 이야기 글짓기' 또는 '일기 묶음집' 전시해봄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참여자 두 분에게 제안했습니다. 염춘순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그럴려면 방학 동안에 열심히 해야겠네요."

"언니 하실거요? 나는 언니 하면 다 하지~ 동생이 따라야지!"

 

화기애애 합니다. 다음을 약속하며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 이야기 나눴습니다. 

언니와 동생 사이로 2024년 시작하며 더 많은 참여자와 함께 한글 모임 꾸리고 싶습니다. 

 

깊은 열정으로 모임 참여해주신 염춘순 님, 윤복순 님 고맙습니다. 

한글모임을 위해 궁리하고 준비하며 풍성히 이끌어준 봉사자 조한슬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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