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공항동 중년남성모임 준비(두 번째 이야기)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두 번째 고시원 방문(박 씨 아저씨)

공항동 주민센터 나정선 주무관님과 함께 고시원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방문 때 뵙지 못했던 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고시원 원장님께서 이웃들과의 모임을 함께 해보면 좋겠다며 박 씨 아저씨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여쭙는 질문에 방 한쪽에 쌓인 책을 보여주시며

평소 책을 자주 읽으며 지낸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고시원 방문 때는 산책하러 나가서 방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평소 산책과 운동, 독서를 즐기시는 박 씨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박 씨 아저씨는 무역회사에서 오래 일하셨고,

코로나 이전에는 노인복지관에 다니시며 이웃들과도 많이 어울리셨다고 하셨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노인복지관에 다닐 수 없게 되자

혼자 집 앞을 산책하고 책을 읽는 게 취미가 되셨다고 합니다.

노인복지관에서 알고 지내시던 이웃 중 함께 어울릴 분이 없는지 여쭤봤지만

같은 동네 사는 분이 없어 만나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노인복지관에 다시 다니시더라도

박 씨 아저씨가 사시는 곳 주변에 이웃분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박 씨 아저씨가 제 마당 제 삶터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다 보면

코로나19가 지속되어도 관계가 단절되지 않을 겁니다.

제 마당에서 이웃들과 가끔 만나고 싶을 때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면 더 좋겠습니다.

이런 우리 동네 이웃들과 함께 어울리시며 취미활동을 같이하는 건 어떤지 여쭤봤습니다.

 

복지생태는 복지가 자연스러운 ‘사회생태’입니다. 당사자와 둘레 사람 사이에, 지역사회 사람들 사이에, 복지가 흐르는 사회생태입니다.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지역사회 사람살이 생태입니다.
복지생태를 지향하는 사회사업은 사회생태뿐 아니라 자연생태에도 좋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제 마당 제 삶터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소박하게 복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복지요결 52쪽」 복지생태와 생태복지

 

좋아요. 산책은 혼자서도 가끔 하는 데 같이할 사람이 있으면 좋죠.”

평소 즐기시는 산책을 한 달에 한두 번 이웃분들과 같이해도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산책 외에도 독서, 등산과 같이 평소 좋아하시던 활동도 같이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 씨 아저씨가 좋아하셨던 일, 평소 즐기시는 일로 이웃들과 함께 만나기로 했습니다.

모임 인원이 정해지면 다시 연락드리기로 한 이후에 고시원을 나왔습니다.

 

고시원을 나오며 나정선 주무관님과 중년남성모임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을 떠올렸습니다.

잘하시고 좋아하셨던 일은 모두 다르지만 등산, 산책과 같은 공통된 취미도 있었습니다.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다 보니 어떤 모임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윤곽이 정해졌습니다.

꾸준히 당사자를 만나고 발로 뛰며 묻고 의논하는 일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대화 도중 주무관님이 김 씨 아저씨를 떠올려 주셨습니다.

김 씨 아저씨는 작년까지 공항동에 사시다가 재건축으로 인해 방화1동으로 이사를 가신 분이십니다.

이사 이전에는 왕래하는 옆집 이웃이 있으셨지만 이사하신 이후로는

왕래하는 분이 따로 없어 이웃을 소개해드리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김 씨 아저씨 댁을 떠올려보니 고시원과 도로 하나를 두고 있었습니다.

당사자의 생태를 살피고 이웃들에게 묻고 의논하다 보니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지 그려집니다.

동행해주신 나정선 주무관님, 고맙습니다.

 

김 씨 아저씨

김 씨 아저씨는 지금 사시는 집에 이사 오셨을 때부터

이웃들과 잘 지내고자 하시는 마음이 있으셨습니다.

설날 떡국 잔치 때에도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싶으신 마음에 만두를 직접 사서 내어주셨습니다.

이번 이웃기웃 모임으로 김 씨 아저씨의 마음을 이웃분들과 나누실 수 있도록 거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김 씨 아저씨의 안부를 여쭤보며 이웃기웃 활동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런 모임이 있으면 좋죠. 나이야 상관없어요. 나보다 어리든 같이 어울려지고 하면 좋은 거죠.”

같이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김 씨 아저씨,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은 활동도 같이 인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활동하는데 그래도 밥은 같이 한번 먹어야죠. 제가 개화산 가는 길목에 을 맛있게 하는 곳을 알아요. 첫 모임은 같이 밥 먹고 개화산이나 가볍게 다녀오면 되지 않겠어요?”

이웃기웃 모임에 첫 모임 장소부터 활동까지 생각해주심에 감사했습니다.

 

사실 아직 첫 모임 장소랑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장소가 마땅치 않더라고요. 혹시 김 씨 아저씨가 괜찮으시다면 김 씨 아저씨 댁에서 첫 모임을 해도 괜찮을까요?”

 

집이 좁아서 될지 모르겠어요. 집에 초대하면 음식을 잘 대접하고 싶은데 식당이 더 좋지 않을까요. 정 안되면 말해요. 모일 곳이 없으면 집에서라도 해야죠.”

 

이웃들이 집에 온다면 잘 대접하고 싶으신 마음,

이웃들과 모임 장소가 없을 때 모임 장소로 집을 내어주시겠다는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이런 김 씨 아저씨의 마음이 이웃기웃 모임에도 잘 흘렀으면 했습니다.

그만큼 첫 모임을 잘 거들고 싶었습니다.

장소를 조금 더 궁리해본 뒤 다시 연락드리기로 했습니다.

 

이웃기웃 모임 장소 궁리

이웃기웃 중년남성모임에 관심이 있으신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첫 모임 장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씨 아저씨, 김 씨 아저씨 모두 본인의 집을 모임 장소로 내어주실 수 있다고 하셨지만

부담스러운 마음도 보이셨습니다.

당사자의 집에서 모이는 건 이웃들 서로가 관계가 생긴 이후에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짧게라도 서로 인사 나누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꿈샘누리공방이 떠올랐습니다.

공방 장소를 내어주실 수 있는지 김화경 대표님께 연락드렸습니다.

대표님께서는 공방 1층 장소를 말씀하시며 남편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확인해볼 수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공간을 사용하셔도 좋다고 하셨지만

모임을 하시는 이웃분들과 다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때 이웃분들에게 장소를 내어주실 수 있는지 말씀해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장소를 빌리며 모임을 준비한 게 아닌,

주민들께서 직접 장소를 얻었고 모임을 준비하셨다고 생각하시길 바랐습니다.

중년남성모임을 준비하면서 이웃분들께서 직접 홍보지 내용을 함께 궁리하고,

누구와 함께하면 좋을지 떠올려 주시고, 함께하면 좋을 활동과 식당을 알아봐 주기도 하셨습니다.

모임 준비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찾아가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기가 전부였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다 해놓거나 해드리는 모양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에 맞게 잘 거들고 여쭙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이웃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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