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내고향] 장수 마을 여행

글쓴이 : 원종배 사회복지사

 

 

#여행 계획1
어르신들과 장수마을 여행 계획 세웠습니다.
같이 못 가시는 김OO, 배OO 어르신과 김정애 강사님도 관심 갖고 자리 함께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과 여행 갈 날짜 시간 정했습니다.
고 어르신은 고향,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에 대해 역시 잘 알고 계셨습니다.
여행 코스도 고 어르신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지난 시간에 어르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장소가 대략 정해졌다고 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덕유산 휴게소 들러서 점심 먹고 장수 논개마을 가는 거예요. 

그리고, 사촌이 오미자 농장 하는 장계 갔다가 장수 구경해요."

고 어르신은 길도 잘 알고 계신듯했습니다.

"거기 가면 길 내가 다 아니까 네비 필요 없을 거예요."

김정애 강사님이 멀미 때문에 가기 주저하시는 

김 어르신께 몸 관리해서 한번 다녀와 보라며 독려해주셨습니다. 

"나도 가고는 싶은데, 멀미는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함께 가실 둘레분으로 고 어르신은 이웃언니, 유 어르신은 친구분 계셨습니다. 
고향여행 가기 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고 어르신께 고향 소개와 여행 설명해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이번에 함께 갈 둘레분들 앞에서 고 어르신이 직접 고향 소개하고 

당당하게 어르신답게 여행 다녀오시길 바랐습니다.
고 어르신은 흔쾌히 좋다고 하셨습니다. 

 


#여행 계획2

다른 날, 유OO, 최OO 어르신께서 갑자기 볼일이 생겼다며 일찍 복지관을 떠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 어르신과 장수 어디 둘러보고 올지 자세하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 어르신의 기억 속 고향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고, 어딜 둘러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장수 지도를 보며 어르신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르신은 제가 준비한 지도보다 자세하게 길 꿰고 계셨습니다. 
지도를 보니 장수군에 장계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여쭤보니 어르신의 모교였습니다.

"당시 집안 사정 때문에 1학년 1학기 밖에 못 다녔어요. 

발만 뻗다 나온 거지. 학교 정문에 큰 느티나무가 기억나."

고 어르신의 돌아가신 남편분도 장수 출신이셨습니다. 

금술 좋기로 유명하셨다고 합니다.

"옛날엔 같이 놀러 다니곤 했었는데, 괜히 그립네."

어르신께 사촌이 운영하는 오미자 농장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가본 지 3년 돼서 정확히 주소는 모르지만 직접 가서 보면 설명할 수 있어요. 이번에 꼭 만나고 싶네."

어르신의 고향답게 장수는 고 어르신의 손바닥 안이었습니다. 

왠지 든든했습니다.

"갈 때 출출할 수 있으니까 내가 바람떡이랑 오이 준비할게요."

먼 거리다 보니 저녁 늦게 복귀할 것 같았습니다. 
저녁 어떻게 하실지 여쭤보니 어르신은 그날 상황 봐서 늦으면 오는 길에 먹자고 하셨습니다.
고향 여행인 만큼 어르신은 딱딱한 계획보단 물 흐르듯이 편하게 다녀오고 싶으셨습니다.
어르신은 함께 가실 둘레분으로 이웃 언니 섭외하신다고 하셨었습니다. 

어떻게 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언니, 나랑 소풍 한번 가요. 라고 내가 잘 말했으니까. 올거에요. 저기 방신 시장 쪽에 살아. 80살이야." 

같이 가실 유OO, 최OO 어르신께도 전화드렸습니다.
오늘 같이 계시지 못해, 장수마을 여행에 대해 궁금하실듯 했습니다.
유 어르신은 장거리 여행이 부담스러웠지만, 내심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셨습니다.
고 어르신의 고향에 초대되어 함께 가시는 자리였습니다. 
유OO, 최OO 어르신들도 간식을 조금씩 준비하시면 근사할것 같았습니다.
유 어르신은 마실 물을, 최 어르신은 쵸코바나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유 어르신께서 함께 갈 친구분께 다시 연락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고 어르신의 삶의 때가 묻은 장수 고향 여행. 기대됩니다.


#장수마을 여행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 세 분이 복지관에 나와계셨습니다.
지난밤, 유 어르신께서 급하게 연락해주셨었습니다. 

같이 갈 친구분이 개인 사정으로 함께 못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 어르신의 이웃 언니분도 급한 용무가 생겨 오늘 여행은 불참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좋은 날씨로 위안 삼으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준비한 과일

 

어르신들께서 준비한 참외, 토마토, 포도, 바나나 덕분에 간식 풍성했습니다.
가는 길에 어르신들이 계속 간식 주시니 허기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운전 잘하는 권대익 주임님이 장수마을까지 운전대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도로 밖으로 이름 모를 산의 전경이 나오자, 어르신들이 감탄하며 구경하셨습니다. 

"밖에 봐봐. 지나가기 전에 구경해 얼른."

 

소녀처럼 어르신들은 차창 밖을 구경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나란히 앉아 끊임없이 담소 나누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준비한 간식 덕분에 휴게소에서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았습니다.

 

논개마을

 

논개마을가서 한옥 구경했습니다. 
논개마을은 장관이 훌륭하다며, 고 어르신이 둘레분들께 자랑하고 싶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돌 사이사이 핀 철쭉꽃이 너무 예뻤습니다. 

어르신들이 넋을 놓고 꽃을 쫓으셨습니다.

장계 가는 길, 웅장한 대곡 저수지를 지나갔습니다. 
햇빛에 반사된 호수를 보고 유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금빛같다."

 

 

#장조카 집 방문
장계에 있는 장조카 집을 방문했습니다.
3년 만의 방문이라 고 어르신은 이사를 갔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익숙한 길이 나오자, 어르신은 네비게이션을 자처하셨습니다. 

"좌회전 좌회전, 여기 다리 앞에서 꺾어"

대문 앞에서 고 어르신이 문을 두드리니 조카 식구분들이 놀란 얼굴로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음에도 환하게 인사하시는 조카 가족분들께 감사했습니다. 사람냄새 났습니다.
서울에서 온 고 어르신 친구들이라고 소개해 드리니 조카 가족분들이 매우 놀라셨습니다.
장조카 님은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콜라로 우리를 환대해주셨습니다.

 

고 어르신 장조카 집 방문

 

고 어르신과 조카님은 타향살이와 가족 근황 나누셨습니다.
권대익 주임님이 장수 더 잘 알고 계실 장조카님께 맛집 추천 부탁드리니, 
장계초등학교 근처 한식 뷔페 알려주셨습니다.
처음에 빨리 갔다가 빨리 오자던 유 어르신은 어느새 소파와 한 몸이 되셨습니다.

"여기 너무 편하고 좋네."

친구 고향에 온 유 어르신은 당신 집 마냥 편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고향까지 온 만큼 고 어르신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안돼, 밥도 먹고 장수 더 봐야지."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고 어르신 조카 가족분들께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배웅하는 고 어르신 장조카 식구들

 

한식 뷔페에서 식사했습니다.
식사, 다 만족하셨는지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점심 맛있게 잘 먹었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데 있었으면 좋겠어!"

어르신들이 사주신 밥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습니다. 

남기지 않고 먹었습니다.

 

 

#모교 방문
식후에는 고 어르신의 모교, 장계초등학교 방문했습니다.
학교 정문에는 350년 산 큰 느티나무가 있었습니다.

 

장계초등학교의 느티나무

 

"이 나무는 내가 어릴 때도 엄청 커 보였는데. 지금도 크네."
"장계초 진짜 오랜만이네.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안 왔는데. 오늘 다시 입학하는 것 같아."

고 어르신의 모교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의 감성은 한결같으셨습니다.

"내가 여기서 한학기만 다니고 못 다녔어요. 그때 잘 배웠으면 지금 책을 몇 권 썼을 거야."

서둘러 논개사당과 춘향사당 구경하러 떠났습니다.

 

논개사당

 

춘향사당

 

돌아오는 길에 유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일기 쓸 거야. 선생님! 오늘 우리가 놀러 갔던 곳 다 적어주세요."

어르신께 여행 일정표 적어 드렸습니다.
유 어르신은 오늘 장수마을 여행을 일기에 쓸 정도로 오래 기억하고 싶다 하셨습니다.

"나오니까, 너무 재밌네. 늦게 들어가고 싶어."

유 어르신은 장수마을 오기 전과 후의 모습이 가장 다르셨습니다.
처음에는 장거리 여행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셨지만, 

막상 친구의 고향 장수마을 오니 그 매력과 정에 제일 깊게 빠지셨습니다.
최 어르신도 오늘 안 따라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 어르신은 오랜만에 조카 보니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하셨고,

서울 친구들과 고향에 온 기쁨도 표현하셨습니다.
모교 방문의 설렘 또한 잊지 않으셨습니다.
내년에는 유 어르신께서 고향, 충남 보령 미산 가자고 하셨습니다.
오늘 장수마을 와보니, 유 어르신도 둘레사람과 고향 가고 싶으셨나 봅니다.

고향은 내가 태어난 곳이자 성장한 곳이기에 추억도 많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곳입니다.
이런 고향에 둘레사람과 함께 오니 어르신들은 여행 내내 꼭 붙어서 이야기 나누셨나 봅니다.

며칠 뒤 장수마을 가서 찍은 사진과 액자를 어르신들께 선물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함께 가지 못한 다른 문학교실 어르신들께 자랑했습니다.
사진 보고 있던 이 어르신은 다녀온 세 어르신이 '형제처럼 나왔다'며 부러워하셨습니다.
유 어르신이 선물로 드린 액자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집에 잘 보이는 곳에 내가 잘 놓을게."

고 어르신은 철쭉꽃 앞에서 찍은 독사진을 말없이 한참 바라보셨습니다.



#고향여행의 의미 
여럿이내고향, 첫 여행이었습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고향 여행이었습니다.
주인공 고 어르신의 기억을 더듬어 고향, 장수마을 갔다 왔습니다.
고 어르신의 고향답게 어르신이 둘레사람들과 추억 나눌 수 있는, 가고 싶은 곳을 직접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어르신 모교인 장계초등학교와 장조카 집도 깜짝 방문하며 숙원도 풀고 담소 나누다 왔습니다.
고 어르신 둘레분들과 고향 나들이 가시니 서로 잘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시간 되었습니다.



#선행자료 
여럿이내고향사업 준비하고 진행하며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의 '나의살던고향은' 사업을 읽고 궁리했습니다.
사업 기획 의도를 읽어보며 어르신들이 여전히 어릴 적 살던 고향이 그대로 있는지에 대한 불확신과
고향을 찾아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등 여러 고민을 갖고 계신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여럿이내고향사업을 준비하며 어르신들을 만나 뵀습니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곤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굳이 당장 가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머리로는 어르신들의 삶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물리적 공간'인 고향에 방문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정릉복지관에서는 공간적 고향뿐만 아니라 푸드 테라피를 통한 고향 회상을 진행했습니다.
푸드 테라피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과거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통해 

고향의 음식, 맛을 떠올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정릉복지관 어르신들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 이미 고향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하셨으며, 

내가 만든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꼭 고향을 가지 않더라도 가지 못하는 분들과 고향 음식 나누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했습니다.

정릉복지관에서도 어르신 친인척과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여럿이내고향, 당사자 어르신이 그리워하는 추억의 장소를 둘레사람과 나눴습니다.
친인척과의 만남은 당사자 어르신이 당신 삶으로 둘레사람들을 초대하고 깊게 관계하는 순간이 되어 감동이었습니다.
향후에는 복지관을 이용하지 않는 지역 어르신들도 고향을 구실로 함께 추억, 

관계 쌓는 정겨운 사람 살이 이루고 싶습니다.



#Shout Out 
장수마을 안전하게 다녀오도록 힘써주신 권대익 주임님 고맙습니다. 
주임님 덕분에 멀미 안 하고 건강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멋진 사진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김미경 과장님 고맙습니다. 문학교실 어르신들께 처음으로 고향 여행 제안하는 자리,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장님 함께 있어 주시니 첫출발 힘있게 어르신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릴 수 있었고, 

재밌게 장수마을 다녀왔습니다.
여럿이내고향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정릉복지관 '나의살던고향은' 자료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업의 흐름 다시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큰 도움 되었습니다.

댓글(2)

  • 김상진
    2019.05.24 10:30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온 듯 생생한 이야기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께요^^

  • 양원석
    2019.05.29 15:30

    앞에 장수 사진글에서 사진만 쭈욱 보았는데..
    이 글을 읽으니 마치 영화에서 반전 내용이 쭈욱 풀어지듯
    사진 하나하나까 꿰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네요.

    선생님의 의도 그리고 선행 경험으로의 정릉복지관의 경험,
    그 선행경험에서 배우고 반성하고 다시 기획하는 성찰.
    함께 도와주신 분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모습.

    원종배 선생님~ 과정하나하나 잘 하셨어요. 또 앞으로도 잘 풀어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