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친구들] 놀땐 뭐하늬?! | 3월 전래놀이 한마당 준비모임

 

 

 

 

전래놀이 한마당 준비모임 기획

 

25회기 20시간 동안 전래놀이 활동가 교육을 잘 마쳤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20여명의 활동가가 공부하고 연습하고 준비했습니다.

 

이 활동을 함께 기획한 효진 스님, 이상호 선생님, 강미애 님과 사전에 의논했습니다. 3월부터 전래놀이 한마당 축제를 시작하려 했으나 현장을 미리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잘 준비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진행하기보다 충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3월 정해진 날에는 모두 현장에 와서 함께 회의하고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놀이활동가 모두가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참석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20명 넘게 오시기로 했습니다. 많은 인원입니다. 처음 교육을 할 때 한 달에 한 번 전래놀이 한마당이 있는데 1년에 서너 번이라도 참여해주시기를 부탁했는데 첫모임에 대부분의 활동가가 모이는 겁니다. 2월 교육에 이어 그 열정이 이어졌습니다. 그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장소는 반야정사입니다. 카페에 넓게 둘러 앉아 함께 회의하고 바로 앞에 있는 마곡하늬공원을 직접 둘러보며 현장에 맞는 놀이와 구도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복지관 예산이 많이 없어 음료는 각자 주문해주시기를 부탁했습니다.

 

동네친구들 주민은 엄마들이 집중해서 회의할 수 있도록 2월처럼 아이들을 살펴줄 자원봉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복지관에서 대학생 활동가를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전래놀이 한마당 준비모임

 

3월 준비모임 날, 반야정사 카페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차는 강미애 님께서 당신 아파트 집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황홍섭 님께서 멀리서 반야정사까지 찾아온 분들을 위해 커피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제가 먼저 일년 일정을 다시 안내했습니다. 오늘 준비 모임 후 4월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각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시간을 내어주시기를 부탁했습니다. 우리 전래놀이 한마당 모임을 놀땐 뭐하늬?!“로 정했습니다. TV 예능프로그램 제목과 비슷하고 마곡하늬공원 이름을 본따 만들었습니다. 모두 감탄해서 박수치며 찬성했습니다.

 

이상호 선생님께서 준비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놀이 축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더 살피고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지역에서 놀이 축제 경험이 어떠했는지, 이 놀이 축제를 운영하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셨습니다.

 

놀이 부스 운영과 주제를 살피기 위해 다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살폈습니다. 모두 공원 구석구석을 걸었습니다. 가운데 넓은 잔디밭이 있고, 곳곳에 소규모로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길을 막지 않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거점을 정했습니다. 공식적인 장소 사용 협조를 구하는 일은 제가 구청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상호 선생님께서 향후 주민자치활동 등으로 공원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와 문화로 가꾸어 가는 일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놀이 활동가 모임에 노미혜 님이 주민자치회 놀이분과장이고, 동네친구들 강미애 님께서 통장 활동을 하고 있으니, 여러 정보와 제도를 살펴 때에 맞춰 제안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카페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호 선생님께서 전래놀이 한마당을 앞서서 준비하고 진행하는 운영위원회를 꾸리기를 권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모인 단톡방에서 모든 일을 의논하기보다 핵심적인 소규모 운영위원들이 큰 틀을 정하고 전체에 공유하는 방식이 모두에게 유익합니다.

 

이 운영위원회는 반야정사나 복지관이 주도적으로 하기보다 동네에서 살고 있는 동네친구들 모임과 반야정사 주민들이 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즉석에서 의논했습니다. 동네친구들에서는 강미애 고희영 이제연 님이 운영위원을 맡고, 반야정사에서는 노미혜 황홍섭 님이 같은 운영위원으로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반야정사와 복지관에서는 이 운영위원회를 돕고 지원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4월부터 전래놀이 한마당을 진행합니다. 정해진 인원에 맞춰 6개 정도 놀이를 선정해서 준비합니다. 현장을 살펴봤으니 운영위원회에서 계절과 활동을 고려하여 어울리는 놀이 주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20여 명 놀이활동가가 모여 준비모임을 했습니다. 든든합니다. 마곡하늬공원에서 펼쳐질 놀땐 뭐하늬?!”를 기대합니다.

 

 


 

 

뒷이야기

다음날 이상호 선생님께서 일제 강점기 때 여운형 선생님이 신문에 놀이 지도에 대해 쓴 글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1935년 문체 그대로입니다.

 

 

 

19350208_8 朝鮮中央日報(여운형)-유희 적당히 간섭

 

어린이 유희는

적당히 간섭할 것

그냥 내버려 둔다면 장래가 위험합니다.

 

장래 사회의 위대한 주인공(主人公) 어린이는 어떠케 길러야 할가? 이것은 곳 우리들이 어떠케 사러야할가? 하는 것과 꼭 가티(같이) 우리들에게 맛겨진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즉 우리들은 오늘을 위해서는 어떠케 현실과 싸워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겟지만

 

먼 장래를 위해서는 우리들의 모-든 사업의 계승자(繼承者)가 되며 사회의 일꾼이 될 어린이를 어떠케 길러야 되는가 하는 것도 또한 결단코 경솔히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이나 일반 외국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을 소위 제이국민(第二國民)이라고하여서 여간 존중히하지 안는데 우리 조선 가정에서는 그들에게 비하야 넘우나 어린이들을 존경할 줄 몰으며 그 천진란만한 것을 길너줄 줄 몰으는 것 가틉니다. 이것은 결코 우리들의 애정(愛情)이 외국 사람들보다 덜하다는 것이 아니라 원체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쪼들니고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업는 구박이 자심하여서 자연히 어린아이들에게 관심을 두려야 둘 수 업스며

 

그들에게 모-든 노력을 경주(倾注)할 수 업는 딱한 사정임으로 부득이 남 보기에는 무관심하게 보이지 안는 것인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힘자라는 곳까지 어린애들에게 충실한 감독자가 되며 또한 조흔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요사히는 구력 설이라고 하여서 어린 아이들이 제일 유쾌하게 뛰놀 때이니 그들의 유희(遊戲)를 엇더케 감독해야 하는가를 잠간 쓸야고 합니다.

 

(1) 적당히 지도를 하실 것

첫재로 어린이들의 유희에는 적당히 지도를 하야 주어야 합니다. 만일 그러지 안는다면 불작난 이나 도적질 흉내 가든 것을 내는 수도 잇서서 몰으는 사이에 아조 나쁜 버릇이 들게 됩니다.

 

(2)넘우 간섭치 말고 자유스럽게 둘 것

지도를 해야 한다고 불필요하게 넘우 간섭을 하야서는 안됩니다. 즉 지나치게 간섭을 한다면 어린이들의 독창력(獨創力)과 활발한 용긔를 길러주지 못하게 되여서 의뢰심(依賴心)이 생기게 되며 원긔를 위축시깁니다.

 

(3)규률(規律)을 직히도록

어린이들에게는 항상 무슨 일에든지 규칙적 생활을 길너 주어야 합니다. 유희가 조타고하여서 아츰이고 저녁이고 함부로 하는대로 내버려 두지 말고 적당한 시간을 정하여서 규률이 잇게 시기도록 힘써야 합니다.

 

(4)여럿이 한 곳에 모혀서 놀도록 할 것

될 수 잇스면 여러 아이들이 한곳에 모혀서 단체적(團體的)으로 놀도록 하실 것입니다. 혹 어느 아이는 언제이든지 제 혼자 노는 버릇이 잇는 바 이것은 장차 그 아이가 자라서 실사회에 나간다면 여간 큰 타격과 손해가 잇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으로 될 수 잇는대로 어릴 때부터 저의 동모들과 항상 사괴이도록 하여서 부지불식간에 단체적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5) 정도를 지나치게 하지 말 것

유희를 시긴다고 넘우 과하게 시겨서는 안됩니다. 대개 어린이들은 한 가지 유희를 시작하면 밥 먹을 것도 니저버리고 정신업시 하는 일이 만치만 이것은 그다지 조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 유희의 성질이 납분 것은 말할 것도 업지만 제 아모리 조흔 유희라 하드래도 넘우 지나치게 시긴다면 역시 도로히 조치못한 폐해를 가져오게 하는 것입니다.

 

(6) 항상 유희한 것을 이약이 하도록 할 것

무슨 유희든지 저의들끼리 한 것은 반드시 집에 돌아와서 이약이하도록 하십시요. 이약이 시키는 방법도 넘우 강제적으로 시기지 말고 어린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그리하야 만일 조치 못한 유희를 하고 놀엇다면 금후부터는 못하게 타일러야 할 것입니다, 타일르는 것과 꾸짓는 것은 물론 다른 것이니 그때 만약 꾸짓는다면 감수성적(感受性的)인 어린이들은 이 다음에는 절대로 참말로서 놀든 이야기는 하지 안흘 것입니다.

 

대체로 이상과 가티 필요한 것을 적엇스니 서로 적당하게 참고 하야서 실행하기로 합시다.

 

그림 朝鮮中央日報 1935.2.8_8면 적당히 간섭할 것

 

 

 


 

 

* 해제:

여운형이 주관한 신문 <朝鮮中央日報> 1935.2.8_8면에 놀이 지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오늘날 아동의 놀이상황을 대입하면 논리가 성립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1) 적당히 지도를 하실 것

여기서 언급한 적당한 지도는 불장난이나 위험한 놀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위와 같은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적당히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도하실 것이 맞을 것이다.

 

(2)넘우 간섭치 말고 자유스럽게 둘 것

지도와 간섭은 차이가 있다. 지도는 놀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간섭은 아동이 놀이하는데 몰입을 방해한다. 숨은그림찾기에 몰두하는데 옆에서 찾아주는 것이 바로 간섭이다. 또 어려운 것에 도전하려는데 못한다고 구박하는 것도 간섭이라 할 수 있다. 지도는 놀이의 몰입을 돕고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행위라면 간섭은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3)규률(規律)을 직히도록

여기서의 규율을 놀기만 하는 상황(아침부터 저녁까지)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규율을 지키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역설을 만나게 된다.

 

(4)여럿이 한 곳에 모혀서 놀도록 할 것

가장 중요한 지적이다. 여럿이 어울리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 공감하거나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어 사회적 손실로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놀이마당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럿이 어울려 노는 것은 단지 놀이 경험을 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그 내용을 채우는데 있는 것이다.

 

(5) 정도를 지나치게 하지 말 것

3번과 같은 맥락이다. 정도를 지타치게 시켜야 할 상황인다.

 

(6) 항상 유희한 것을 이약이 하도록 할 것

무슨 유희든지 저의들끼리 한 것은 반드시 집에 돌아와서 이약이하도록 하십시요. 이약이 시키는 방법도 넘우 강제적으로 시기지 말고 어린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그리하야 만일 조치 못한 유희를 하고 놀엇다면 금후부터는 못하게 타일러야 할 것입니다, 타일르는 것과 꾸짓는 것은 물론 다른 것이니 그때 만약 꾸짓는다면 감수성적(感受性的)인 어린이들은 이 다음에는 절대로 참말로서 놀든 이야기는 하지 안흘 것입니다.

 

밖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 부모와 나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아이는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부모는 아이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됨으로써 아이를 둘러싼 친구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이가 매일 되풀이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자라는 과정의 하루하루는 그 어느 것도 똑같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그곳은 감옥이다.

한편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이 낮은 이유는 넓은 감옥을 만들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는 작은 실천이 바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아이들은 작은 변화를 깨닫게 되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음을,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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