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맨발의청춘 - 둘레사람과 함께 다녀온 강화도 낚시 나들이🐟🎣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지난 6월 5일, 맨발의청춘 회원분들과 마을축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회원분들께서 날이 더 무더워지기 전에 낚시를 다녀오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낚시 나들이 준비하기

 

"낚시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뭘 준비하면 될까요?"

낚시가 처음인 제가 회원분들께 이것저것 여쭤봤습니다.

 

"선두포수로라고 강화도에 있어요. 거기가 민물 낚시터인데 주차하기도 좋아요."

"복지관에서 아무것도 준비 안해도 괜찮아요. 낚시 장비도 다 있고, 가서 먹을 음식은 우리 돈으로 사면 돼요. 복지관 예산 쓰지 말고 다녀옵시다."

"조 씨 어르신도 시간 맞으면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 물어봤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반 년동안 자주 만나 어울리며 서로를 알아가시고, 또 그만큼 비슷한 결이시니 제가 무언가 보태지 않아도 세 분이 낚시를 어디로 가면 좋을지,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주도적으로 준비하셨습니다.

 

낚시대, 캠핑 용구처럼 큰 짐은 화물차를 갖고 계신 이 씨 어르신 차에 싣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차에 모든 인원이 타기는 어려워 복지관에서는 차량을 한 대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낚시 나들이 전날, 낚시를 하는 동안 먹을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박 씨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실은 우리는 낚시를 가면서 한번도 전날에 음식을 구매해본 적이 없긴 해. 날이 덥고 고기를 미리 사두면 당일에는 맛이 덜하더라고. 소희씨가 낚시가 처음이라 너무 기대하고 있어 별말 안하긴 했어요."

 

박 씨 아저씨께서 그동안 낚시를 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 준비하셨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회원분들께는 낚시를 가기 전날부터 뭔가를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낚시 나들이가 회원분들의 일상에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정말요? 저는 이렇게 낚시 가는 게 처음이라 전날에 준비하는 줄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미리 이런 이야기 꼭 해주세요! 이번 낚시는 그러면 박 씨 아저씨 말씀대로 내일 낚시터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사면 어떨까요?"

"그래요~ 가는 길에 꼭 하나쯤은 마트가 있으니 내일 가는 길에 들릅시다."

 

낚시 나들이 당일

낚시 나들이 당일입니다. 이것저것 짐을 챙겨 최 씨 아저씨 댁 앞으로 향했습니다. 복지관 차에는 박 씨 아저씨, 조 씨 어르신이 타고, 이 씨 어르신 차에 최 씨 아저씨와 이 씨 어르신이 타셨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게 진짜 오랜만이네요. 거의 2년 만인 것 같아요."

"내가 이 다리를 넘게 되네. 정말 기분이 남달라요."

 

김포에서 강화도로 이동하는 큰 다리에서 두 분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젊은 시절 두 분 모두 택시 운전을 오래 하셨습니다. 일을 하시던 때에는 차를 이용하여 이곳저곳 다니셨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런 시기에 두 분께 강화도로 다녀오는 낚시 나들이는 일상에 특별한 추억, 기억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낚시터로 이동하던 중, 마트에 들렀습니다. 삼겹살, 양파, 대파, 쌈장... 박 씨 아저씨께서 낚시를 하며 먹을 식재료를 담으셨습니다. 

 

한 시간 남짓 달려 강화도 선두포수로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텐트와 낚시 도구를 설치했습니다. 체력이 좋지 못해 장비를 설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조 씨 어르신께서 어떤 것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셨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박 씨 아저씨께서는 먼저 조 씨 어르신께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형! 그냥 여기 의자에 앉아있어요. 괜찮아요."

 

가만히 앉아 있기에는 약간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박 씨 아저씨의 세심함 덕분에 조 씨 어르신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낚시터 한 켠에는 이 씨 어르신의 주도하에 숯불구이판을 설치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번 나들이를 위해 숯, 그릴, 토치를 따로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박 씨 아저씨께 여쭤보며 밥을 지었습니다. 각자 역할을 나눠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점심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근사한 점심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 앉았습니다. 네 분의 얼굴에 설렘, 행복,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지금 이 공기, 이 풍경, 다 너~~~무 좋아. 지금 너무 행복해요. 함께하는 사람도 좋고! 최고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고기도 너무 맛있고, 지금 순간이 참 좋아요."

 

회원분들께서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형님, 아까 인사드리기는 했지만 다시 인사드려요. 저는 조00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래요. 저는 이00이에요. 반가워요~"

 

조 씨 어르신과 이 씨 어르신은 이번 낚시 나들이로 처음 만나셨습니다. 함께 인사나누셨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박 씨 아저씨와 최 씨 아저씨께서 낚시를 알려주셨습니다.

 

"낚시대를 던질때는 탄성을 이용해야 해요. 오른손으로 대를 잡고, 왼손으로는 줄을 팔 뒤로 잡았다가 놓으면서 대를 던져요. 포물선을 그리면서 던져야 멀리 던질 수 있어요."

"이 추를 달아서 수심을 측정해야 돼요. 추가 떠오르는 정도를 보면서 높이를 가늠하는 거예요."

"떡밥은 이것저것 섞어야 돼요. 물을 살짝 풀어서 손으로 반죽해야 돼요. 너무 무르면 물에 풀어지니 적당한 점도가 중요해요."

"이 낚시대에 달린 갈고리 가까이를 잡으면 잘못하다가 손이 딱 걸려요. 그러니까 조심해서 던져야해요."

 

낚시대를 던지는 법, 떡밥 만드는 법, 물고기가 떡밥을 물었을 때 잡는 방법... 낚시가 처음인 이 씨 어르신과 제게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최 씨 아저씨께서는 이렇게 바깥으로 낚시를 나오신 게 1년 만이라고 하셨습니다. 낚시를 정말 좋아하시는 최 씨 아저씨께서 1년 동안 얼마나 낚시 나들이를 하고 싶으셨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중간에 박 씨 아저씨께서 잠깐 사라지셨습니다. 어디를 가셨나 찾고 있었는데 손에 자그마한 통을 하나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구세주가 왔어요~"

"박 씨 아저씨!! 어디 가셨는지 연락이 안되어서 걱정했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아니 물고기가 너무 안잡히길래, 우리 오는 길에 있던 5호 매점있죠? 거기 다녀왔어요. 차로 올 땐 얼마 안 걸려서 금방 갔다올 줄 알았는데 한 시간 걸리네... 매점에 물어보니까 여긴 지렁이를 꿰야 고기가 잘 잡힌다 하더라구요. 지렁이 좀 사왔어요." 

 

박 씨 아저씨가 사온 지렁이를 꿰며 낚시대를 다시 한번 던졌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있는 동안 물고기를 잡지는 못했지만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은 붕어 한 마리를 잡으셨다고 합니다! ^^


이번 낚시 나들이는 회원분들께 참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3월 서울식물원에 꽃 구경을 다녀오며 날이 풀리면 꼭 낚시하러 가자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세 분이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납니다.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카페에서 이 씨 어르신께서 종이에 메모를 하셨습니다. 무얼 적으시나 하고 봤더니 박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께 연락처를 묻고 적고 계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서로 번호도 교환하셨습니다.
 
"내가 공연 관람하는 것들 많이 알아요. 다음에 나랑 같이 가요. 대신 다음에 나도 낚시 알려줘요."
"허허 좋지요~"
 
최 씨 아저씨는 낚시를 좋아하십니다.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시며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셨고 최 씨 아저씨가 낚시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씨 어르신께서도 함께 낚시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주민 관계가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보니 너무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모임을 꾸준히 잘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다음 달에도 개화동 식사모임은 계속됩니다! 앞으로 모임에서 펼쳐질 많은 이야기들을 기대해주세요!

-2023년 개화동 식사모임 첫 만남!! 실천기록 발췌-

 

작년 11월에 함께 나눴던 이야기가 어느덧 실제로 이루어진 것을 보니, 흐른 시간만큼 세 분의 관계도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임 회원분들의 관계가 생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모임 활동을 제안드렸던 과정의 결실인 것 같습니다.

 

회원분들께서 먼저 둘레사람을 초대하면 어떨지 이야기를 꺼내주신 것도 참 의미있고 귀합니다. 기다려지는 여행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떠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살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좋았습니다. 

 

회원분들께도 여러 의미가 있었던 만큼 모임 담당자인 제게도 깊은 울림이 있는 나들이였습니다. 때의 핵심은 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년, 올해 초에 낚시를 제안했더라면 지금처럼 회원분들이 주도적으로, 당신들의 낚시 나들이로 생각하시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자의 속도로 서로를 알아가시며 관계가 무르익었을 시점이 되니, 자연스럽게 세 분의 입에서 "낚시 가요."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회원분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임 계획이 꾸려지니 회원분들이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주셨습니다. 낚시도구, 캠핑용구, 식료품 구입비, 차량까지... 나들이 전반에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회원분들이 부담해주셨습니다. 올해 맨발의청춘 모임을 이뤄가며 사회사업의 재미, 감동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하반기에도 즐겁고 신나게 모임 활동 이뤄가고자 합니다. 많이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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