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한글배우기 모임의 4월 활동 이야기

글쓴이 : 신경혜 사회복지사

 

 

4월 입사 후 한글배우기모임의 담당자로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록을 읽었습니다.

전임자이셨던 강수민 선생님의 한글배우기모임 실천기록도 꼼꼼히 읽고

작년에 출간된 염춘순 님의 삶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누구나 글쓰기'를 읽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모임할 공항동 주민분들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항동은 낯설고 공항동 주민분들은 더 더 낯설었지만 기록을 통해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강수민 선생님의 실천기록을 통해 윤복순 님의 섬세함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글쓰기' 속 염춘순 님을 보면서 내면의 깊은 단단함을 느꼈습니다.

 

두 분 안에서 사회사업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저는

앞으로 어떤 모임을 이루어가면 좋을지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한 담당자 변경 후 첫 모임!

두 분께서는 첫 모임 진행임에도 따듯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두 분은 모임 장소에 오시면 척척 공책과 연필, 지우개를 꺼내시고 모임을 준비하시고 일상을 나눕니다.

올해부터 공항동을 담당하시게 된 권민지 과장님도,

한글배우기 모임을 새로 맡게 된 저의 이름도 공책에 또박또박 적어보셨습니다.

 

4월의 모임에서는 시를 필사해보고 맞춤법을 고치며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 딸 애한테 국산 깨로 참기름을 짜서 줬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 해 "

" 국산 깨로 참기름 짠 건 맛있어. "

" 상추땄는데 많아서 옆 집이랑 좀 나눴어 "

" 잘했어 잘했어!"

 

딸에게 국산 참기름을 짜서 보내준 이야기, 이웃에게 상추를 나눈 이야기,

교회에서 나들이가셨던 일 등 정다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너나 할 거 없이 맞장구치는 대화에서 언니 동생 관계의 따듯함이 느껴졌습니다.

 

 

4월의 모임에서는 새로 오신 봉사자 두 분도 함께해주셨습니다!

봉사자분들과 함께 숙제로 내어드린 에린 헨슨의 시, '아닌 것' 을 필사해오신 공책도 살펴보았습니다.

시는 세월이 담긴 글씨체를 통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닌 것 -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첫 모임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모임 활동!

4월은 어르신들께 다양한 시를 필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꽃은 달려나가지 않는다', '아닌 것', '안내방송', '빨래', '숨쉬기'

 

어르신들께서 ''라는 존재를 지우고

여자애라서, 자식 키워내느라 바빠서, 일상에 치여서 등 다양한 이유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날을 뒤로 하고

한글배우기 모임을 통해 두 분께서 자신의 일상을 표현해보는 게 익숙해지시길,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시길 바랍니다.

 

5월의 모임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편지써보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5월에는 누구에게 편지를 쓰나, 군대간 손주 자식에게 써야하나"

걱정하시는 듯 하면서도 은근한 기대가 보였습니다. 그런 두 분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직은 내 마음, 내 일상 표현하는 게 낯선 두 분이십니다.

두 분을 도와 마음도 일상도 표현하는 게 익숙해지도록 잘 거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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