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그림을 사랑하는 이웃들이 모인 '유화 모임'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3. 9. 22. 22:04
(글쓴이 : 최예지 사회복지사)
복지관 이웃 모임은 일상 속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합니다.
주민의 일상 속 느슨한 모임을 통해 이웃 관계를 주선합니다.
코로나19가 주춤해 지면서 방화11복지관의 역사 깊은 모임 중 하나인 유화모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따로 연락드리지 않아도 12~13명의 인원이 함께 모여 매주 1회 모임을 하고 계십니다.
정막례 반장님께서 출석부와 활동일지도 직접 작성하십니다.
유화 모임을 아끼시는 정막례 반장님의 마음이 참 귀하고 감사합니다.
신입 사회복지사로 유화모임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웃모임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모임을 만든다면 어떤 일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그려지는데
주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모임 안에서
나는 사회사업가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권민지 과장님께 슈퍼비전 받으며 모임 안에서의 사회사업가 역할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인사드리기'입니다.
금요일 오전에는 유화모임에 찾아가 인사드리려 했습니다.
"어머~ 우리 복지사님 오셨네~"
"아이고~ 우리 선생님 오셨네~"
항상 반갑게 맞아 주시는 주민분들께 감사합니다.
반갑게 인사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라며 양손 가득 간식을 챙겨주십니다.
함춘희 님께서는 제가 생각나서 만들었다며 손수 바느질하신 바늘꽂이를 선물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이웃관계 주선하기'였습니다.
사회사업가에게는 "관계주선사"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복지관 이웃모임도 일상 속 모임을 구실로 이웃 관계를 잇기 위해 꾸립니다.
상반기에 제가 담당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화모임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3명의 주민이 새롭게 오셨습니다.
새로운 관계가 피어나는 모습을 지금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이웃'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금세 친해지셨습니다.
이제는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시고 서로의 그림을 보며 칭찬을 주고받으십니다.
"신혜련 씨가 수채화를 참 잘하지~"
"함춘희 님은 색연필 채색을 참 잘해~"
모임에서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도 서로 서로 준비해 오십니다.
이웃 관계가 생동 강화되는 모습을 보니 사회사업가로서 참 뿌듯합니다.
세 번째는 '필요한 것 거들어드리기'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도안을 보며 스케치, 채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로 출력된 도안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신 도안들을 출력해서 모임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거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찾으신 도안들을 부탁하셨는데
요즘에는 서로의 그림을 보고 "나도 신혜련 씨 그림 보고 따라 그려봐야겠다. 너무 예쁘네~" 하시며 인쇄를 부탁하십니다.
서로의 강점을 세우며 즐겁게 활동하시는 주민분들의 모습입니다.
유화모임 오정희 어르신께서 스케치, 수채화 채색을 배울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큰 화면으로 이웃들과 함께 보아도 좋겠다고 제안해 주십니다.
유화모임에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일은 어렵다고 하셔서 유튜브 영상을 잘 보실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을 거들어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오시기 전, 제 취향의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틀어두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답니다!
유화모임은 그림을 사랑하는 이웃들이 모인 모임입니다.
그림 모임이라고 하면 실력이 출중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습니다.
제가 유화모임 홍보지를 만들 때 주민분들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림을 잘 몰라도 괜찮다는 말은 꼭 들어가야 해요!"
이 문구에 용기를 얻고 오신 분도 계십니다.
이웃 모임의 취지를 잘 알고
모임에 오는 문턱을 낮추고자 하셨던 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을 얻습니다.
이웃 모임은 소박하고 느슨하게 시작해야 오래간다고 합니다.
주민들도 각자의 삶과 일상이 있는데 강한 연결망으로 모임을 꾸리려 애쓰면 어려울 겁니다.
신입 사회복지사로 유화모임 주민들을 만난 건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유화모임 주민들과 재미있게 모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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