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동 소식] 어르신이 주신 편지 (이어주기팀)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지난 1월 공항동 주민센터 소개로 심 씨 어르신 만났습니다. 

심 씨 어르신은 채권추심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몰라 주민센터 찾으셨습니다.  

 

어르신은 채권추심 해결하라는 우편을 마치 '체포 영장'처럼 느끼셨습니다.

간혹 경찰서에 잡혀가 괴로워하는 꿈 꾼다며 두렵고 불안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심란한 마음에 끼니도 거르시며 식사를 잘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돈'이 걸려있다보니 심리적인 두려움이 크신 듯 했습니다.

어르신의 건강을 헤칠까 염려되는 마음에 상황 살피며 채권추심 해결 서두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채권추심 해결 돕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시스템인지 심 씨 어르신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방법을 몰랐습니다.

이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주민센터 장유미주무관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서울서부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상담하여 해결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다행히도 해결법은 단순했습니다. 

채권추심 행사 업체와 납부가능 금액 의논하여 납부하면 해결 완료입니다. 

어르신이 상황 해결을 위해 어느정도 납부하실 생각이 있으시고 상황도 가능해서 일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채권추심 해결 후 심 씨 어르신은 크게 안도하시며 '살았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곤 당신 품에서 소중히 넣어 온 봉투 하나를 주셨습니다. 

무엇인지 살펴보니 지폐 여러장이 담긴 봉투였습니다. 놀랐습니다. 

어르신 마음 상하시지 않도록 잘 거절했습니다. 

 

"어르신, 이 일을 해결하시는 과정에 제가 도와드려서 고마운 마음에 이걸 주시려고 하시는거죠? 

정말 감사해요. 제게 마음 표현해주시려고 챙겨오심이 큰 감동이에요.

제가 이 돈으로 맛있는거 사먹고 기뻐하길 바라시는 거죠?"

"네, 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받아요." 

"어르신이 제게 주시려는 마음은 너무 감동이고 감사하고 뿌듯하지만, 받을 수가 없어요.

저는 나라에서 월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이 돈을 받으면 더이상 이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가 없어요~

저는 더 오래 이 감정을 느끼고 싶어요. 지켜주시겠어요?"

"아이, 그럼 어떡해요. 주려고 가져왔는데 괜히 가져왔네. 미안해요."

"아뇨, 제가 죄송하죠. 저를 생각해주신건데 제가 받을 수 없으니까요."

 

어르신이 건낸 봉투를 받지 못한다고 거절하자 어르신은 크게 실망하셨습니다. 또, 민망해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떠듬떠듬 봉투를 재차 주려고 하셨습니다. 

이럴 때 봉투를 받고 복지관 후원금으로 입금해 좋은 곳에 쓰겠다고 말씀드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르신을 세워드리며 마음 상하지 않게 말씀드리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도 제안했습니다. 

어르신은 크게 화내시며 당신이 후원하려고 가져온 돈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제게 주려고 가져오신 돈을 당신 성의로 생각하시고 이 봉투로 '나'가 좋아지길,

기쁘길 바라시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제안해야 어르신이 마음이 놓이실까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그럼 대신에 저 밥 사주시는건 어떠세요? 채권추심 해결도 했겠다 어르신과 든든한 식사 하고 싶어요~!"

"좋아요. 그러자고요."

 

'나'와 함께 식사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하니 봉투를 거두시며 꼭 맛있는 밥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채권추심에 대해 어르신께 친절히 알려준 장유미 주무관님도 함께 식사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이 초대하셨습니다. 사주신 밥 맛있게 셋이 도란도란 먹었습니다. 

 

그 후로 몇 일 뒤에 신 씨 어르신은 다시 제게 돈 봉투를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밥 한 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신 듯 했습니다. 

같은 말로 정중히 거절하니 다음에는 시장에서 옷, 고기를 사주시겠다고 시장으로 마트로 이끄셨습니다. 

 

계속 거절하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으셔서 하는 행동이란걸 잊고 서서히 불편해졌습니다. 

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선배 사회사업가 한수현 과장님과 대화나눌 시간이 생겼습니다. 

 

"어르신이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선생님이 뺏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치만 돈은 받을 수 없으니 어르신께 부탁을 드려봄이 어떨까 싶어요.

어르신께 선생님 칭찬하는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드리며 이 편지가 얼마나 값진지 말씀드리면 좋겠어요."

 

이야기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어르신이 제게 고마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셨다고 생각하시기에 

돈은 받지 않으니 자꾸 사주신다고 말씀하신거구나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편지 쓰기 위해 연습하신 종이

 

 

다음날 어르신을 찾아뵙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 제게 오늘도 책 사주고 싶다고 하신 것도 제가 채권추심 해결 도운게 너무 고마워서 그러신거죠?"

"네.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었으면 좋겠어서요. 그러니까 얼른 사러 가요 같이."

"그러면 저 어르신께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제게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표현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저는 좋은 옷, 음식보다는 어르신이 저를 칭찬해주시는 한마디가 더 귀하고 값져요.

편지로 저 칭찬해주시는거 어떠세요?"

"편지가 더 좋다고요?"

"네~!"

"나 편지 못쓰는데, 글 쓸 줄은 알지만 말도 더듬고 생각하는게 쉽지 않아서 못쓰는데... 일단 쓸게요.

칭찬하는 편지."

 

사실 어르신은 베트남전 참전 후 생계가 어려웠었습니다.

사고로 인해 후유증이 길었고 어느순간부터 말을 더듬어 타인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기 힘들어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하루 한번씩 전화하시며 편지 쓰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편지 써주시기 어려우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어르신이 말씀해주시는대로 적을게요."

"일단 알았어요. 다 쓰면 연락할게요."

 

문득 죄송했습니다.

어르신과 제가 서로 고마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칭찬'은 웃어른이 아랫 사람에게 좋은 말이나 어떠한 일을 높이 평가하는 말입니다. 

'칭찬편지'로 어르신이 어르신 답게 감사함을 표현해주실 수 있도록 제안한 말이었습니다. 

 

힘들어하시는 어르신을 뵈니, 문득 어려운 일을 부탁드린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르신께 편지 안써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며 다른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찾아 뵌 어르신이 제게 이불 밑에 고이 넣어둔, 한 치도 구겨지지 않은 종이 세 장을 주셨습니다. 

 

"편지, 어떻게든 써봤어요. 잘 써있는가 모르겠어요."

 

편지를 받자 큰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어르신이 더듬더듬 적으신 한 자 한 자가 소중했습니다. 

제게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제 칭찬은 무엇인지 천천히 읽었습니다. 

 

편지 내용 본문 

군 생활 중에 세계 평화를 위해 하사, 중사로 전역한 후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돈이 없어 노동하였으나 돈은 많이 벌지도 받지도 못했습니다.
돈이 없어 빌렸으나, 갚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현지까지 갚지 못하던 중이라 복지관 강수민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위하여 여러 곳에 소개시켜줬습니다. 제가 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있습니다.

저를 대신하여 가고 있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강수민 같은 사람이 많아져 생활이 좋아지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좋은 사람, 좋은 인생 살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수민 양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세상, 나라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세상이 강수민 양이 있기를 바랍니다.
관장님(대표님) 응원합니다.
강수민 양을 잊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다른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으로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었습니다. 

"지가 못 하는 것을 손수 도와주어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하여 주어서 깊고 편안하게 잘 수 있다."

 

채권추심 해결로 신 씨 어르신은 깊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던 일,

압박감에서 벗어나 '살았다'하는 안도감으로 살 수 있게 되셨습니다. 

 

어르신이 편지에 적어주신 내용을 읽으며 이런 마음이신지 이제야 알았다고 말씀드리며 

저를 칭찬하는 말과 높이 사는 말 덕분에 앞으로 일 할 힘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조용히 들으시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셨습니다. 

서로 침묵이 있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에서도 어르신이 저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편지를 동네방네 소문내겠다고 크게 기뻐하는 제 모습에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편지가 그렇게 좋아요? 다음에 또 쓸게요."

 

당신 고마움을 힘이 닿는데까지 표현해주신 심 씨 어르신이십니다.

 

이 후에 '문화누리'카드로  제게 책을 사주고싶다고 다시 이야기 하셨습니다.

더이상 이런 말들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어르신께 제안할 일이 많구나 느낍니다.

 

제게 사주시기보다 책이니 만큼 동네 아이들에게 선물해주심을 제안했습니다.

어르신은 공항동에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냐고 물으시며 몰랐다고 하십니다.

오히려 좋다고 책 몇 권 구매하셔서 공항동 아이들을 위해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책과 덤으로 학용품까지 말입니다. 

 

어르신 마음도 알아드리고 공감하며 공항동 어른으로, 심 씨 어르신 마음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늘 마음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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