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사업]1102동 조각보 문집

# 조각보 문집 사업의 의미

 

지난해 여름 1103동 주민 이야기를 엮은 ‘3동 조각보’ 문집을 발간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분들이 사는 줄 몰랐어요.

11층에 시인이 살고 있네요. 지나가다가 인사해야겠어요.”

 

“임대 아파트에 사는 게 자랑은 아니어도 부끄럽지는 않아요.

건물이 임대 아파트지, 사람이 임대 아파트는 아니잖아.”

 

몰랐던 이웃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알게 되니 서로 더 가까워지셨습니다.

내가 사는 곳을 부끄러운 곳이 아닌 여느 사람이 살아가는 곳으로 여기셨습니다.

 

조각보 문집 사업은 주민을 빛나게 하고 지역사회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사업이었습니다. 

 


 

 

# 1102동 조각보 문집 발간

 

올해는 1102동 주민이야기로 조각보 문집을 만들었습니다.

여름 복지관 실습에 참여한 실습생이 7월 셋째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이 일을 거들었습니다.

 

부지런히 홍보하고 주민께 소개받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청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동무와 함께했던 추억, 순수하고 애틋했던 첫사랑,

삶의 나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온 삶, 가족, 친구,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삶,

둘레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어왔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셨습니다.

 

주민들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실습생이 글로 옮기고 주민과 함께 여러 차례 퇴고하여 글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총 열한 분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소중하고 귀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조각보 전시회

 

책이 나오기 전 1102동 아파트 입구에서 근사하게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체 글 가운데 한 꼭지씩 출력해 전시했습니다.

민 두 분이 내어주신 그림도 전시했습니다.

많은 이웃들의 발길이 닿았습니다.

 

 “어머, 이 아저씨가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글을 읽으니 달라 보여요.”

 

“그림은 누가 그린 거예요? 우리 동에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 계세요?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이렇게 전시회를 하니까 주민 쉼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네요. 분위기가 달라요.”

 

전시회는 주민들을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기회였습니다. 

내 글이 전시되었다는 뿌듯함보다 이웃의 이야기를 구실로 사람을 알아가고,

이웃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이웃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지 않았던 주민쉼터를 예쁘게 꾸미고 주민 이야기로 채우니

발길이 머물렀고, 이웃과 교류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전시회는 주말을  포함해 5일간 열었습니다. 

주말동안 비바람이 불어 작품이 잘 붙어있을지 염려되는 마음으로 월요일에 전시회장을 찾았습니다. 

테이프로 여기저기 보수되어있었습니다. 

채송화 님과 정미숙 님이 주말 동안 떨어져있던 작품을 테이프로 붙여두셨다고 합니다. 

내 일로 여기시고, 전시회에 마음 써주신 두 분께 감사했습니다.

 


 

# 출판기념회

 

책이 나온 후에는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책에 글을 실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신 작가님 열한 분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인사하고 글을 낭독했습니다.

 

"은선이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많이 커서 놀랐어요. 건강하게 예쁘게 커줘서 고마워."

"짝사랑하는 오빠한테 마음을 표현하려면 용기를 가지는 게 필요해요."

중학생 은선이 글 낭독 후 어릴 때부터 은선이를 알고 지낸 이웃분들이 진심으로 격려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웃으면 좋겠다는 말이 참 감사하네요. 몸이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더 중요하잖아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채수암 님 작가소개 글을 들으시고 윤 숙 님이 응원의 말씀 해주셨습니다. 

 

"동생 분이 이제는 편안한 곳에 가셨으니 이종숙 님도 조금 마음 편히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이종숙 님에게는 정막례 님이 위로의 말씀 전하셨습니다. 

 

노래를 좋아하시는 이득남 님의 글 낭독 후에는 노래 한소절 요청하셨습니다. 

쑥스러워하셨지만 짧게 이득남 님이 노래하시고, 이웃들은 크게 박수했습니다. 

 

조각보 문집에 작가로 참여하신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1102동 동네 잔치

 

조각보 문집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1102동에서 동네잔치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부침개 부쳐 이웃과 나누고 시원한 수박으로 잔치했습니다.

잔치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왕래가 적었던 이웃들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더운 날 수고한다며 아이스크림, 사과즙 사다 주시는 이웃, 화분을 선물하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정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 1102동 조각보 문집 사업 평가

 

 

Q. 나의 이야기를 책에 실으셨는데 어떠셨나요?

- 처음 해보는 일이었어요. 감회가 새롭고 신비롭고 그랬어요. TV에 어느 할머니가 나오는데 저 할머니도 살아온 인생을 책으로 내도 되겠다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한번해보니까 생각이 그렇게 이어지나봐요. 아무래도 책으로 내니까 속상한 이야기보다 좋았던 것들을 더 떠올려서 이야기 하게 됐어요. 힘들 게 살아온 걸 수기처럼 쓰면 한 권도 모자라죠지금도 노래를 좋아하지만 노래가 내 인생이에요 정말.

 

- 임정순 씨는 첫사랑 이야기를 적었더라고요. 나는 남편이랑 같이 사니까 그런 이야기는 못했는데 나도 첫사랑이 있었죠. 그런 이야기를 실으면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꺼내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책을 내시니 주변 반응은 어떠셨어요?

- 이웃들한테도 책 나눠주고, 딸 아들한테도 나눠줬어요. 이웃이 책이 잘 됐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딸은 ~ 엄마! 여기 살더니 책도 내고 대단한데?’ 하더라고요. 아들, 손자, 손녀는 별 반응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 난 아직 나누지 못했어요. 이번에 추석 때 가족들이 오면 주려고 해요.

 

Q. 몰랐던 이웃을 알게 됐거나, 새로 알게 된 이웃  있나요?

- 나는 14층 아저씨를 다시 봤어요. 새삼스럽더라고요. 그동안 인사 정도 어쩌다 했었어요. 조각보 함께 참여한 이후로 더 아는 척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예전에 전동차에 바리바리 짐들을 달고 다니기에 아저씨 이게 다 뭐에요?’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만물상처럼 그렇게 다니니까요. 그때는 쓰레기입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땐 그냥 웃고 넘겼는데 책에서 아저씨 이야기 읽어보니 달리 보였어요. 요즘에는 먼저 말도 걸어요.

 

- 같은 책, 같은 테두리에 실린 사람이니까 길에서 만나면 더 친근감 있게 대해주더라고요. 이렇게 만나니, 이렇게 관계가 가까워지는구나 싶더라고요.

 

- 15층에 임정순 씨 있죠? '언니~ 어디가세요?' 살갑게 아는 체 해주더라고요. 참 예쁘고 유하고, 착하고, 그렇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죠.

 

- 14층 아저씨도 처음엔 장애 가지고 있는 분으로 봤어요. 전동차에 고물도 싣고 다니시고. 글 쓴거 보니까 운동도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니까 생각하는게 달라지더라고요. 다시 봐지는 거죠. 새롭게.

 

- 일하느라 그동안 사람들을 많이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조각보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Q. 조각보 문집 사업을 꾸준히 하면 동네 이미지가 더 좋아질까요?

 

- 그렇죠. 그런거 도움이 되죠.

 

 

- 이런 사업을 계속하면 동네가 화기애애해질 것 같아요. 그동안 얼굴은 알아도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는데, 대화거리가 생기고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주는 이웃이 생겼죠. 이런 사업은 전국적으로 퍼져야 한다고 봐요.

 

- 11단지 사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아요. 어디 사냐 물어보면 11단지 산다고 하고요. 여기서 이웃들이랑 같이 산지 28년이에요. 사실 잠만 따로 자고 밥만 따로 먹지 형제나 다름없어요. 우리는 이렇게 복도에서 나와서 같이 이야기 하고, 문 닫혀있으면 무슨 일 있나 걱정하고, 여긴 그런 곳이에요. 13층도 우리처럼 이렇게 지내요. 몇 몇 집 친하거든요.

 


 

1102동 주민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뜻깊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살면서 재미있었고 추억에 남고 고마운 누군가를 떠올리는 이야기로

주민을 만나니 새롭고 좋았습니다. 

층층마다 이웃들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오셨는지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1102동에서 잔치로 모임으로 풍성한 관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내 삶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경험과 더불어

좋은 이웃이 생겼습니다. 언니, 동생이라 부르는 관계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이웃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셨습니다.

‘우리 동’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셨습니다.

 

단 3주 만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입니다.

참여해 주신 열한 분의 주민과 잔치로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주신 주민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글쓴이 : 곁에있기1팀 손혜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