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동 15층 소박한 추석 잔치 이야기



1103동 추석잔치 당일 풍경


지난주 방화동 소박한 추석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간 여섯 곳에서 제각각 다른 모양과 맛으로 부침개 부쳐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1103동 15층에서 잔치가 열렸습니다. 

1103동은 추석 잔치를 제일 처음 제안드린 곳입니다. 


친목회 나들이 부활을 꿈꾸다 (CLICK)


이선이 통장님과 이웃들은 11단지 아파트가 생길 때부터 이사와서 

친목회를 만들어 봄, 가을 마다 나들이 다녀오시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집집마다 모여 음식을 나누며 정답게 지내오셨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이선이 통장님을 만났습니다. 


"통장님, 오늘 3시죠? 저희가 준비할 거 있을까요?"


"그냥 와요. 오후에 통장 회의 다녀와야하는데 옆집에서 먼저 모여서 준비해놓기로 했어요."


사회복지사는 제안만 드렸습니다. 

모든 준비는 통장님과 이웃들이 하십니다. 


큰행사 앞둔 담당자는 늘 초조한데, 이렇게나 마음이 편하고 기대될 수 없습니다. 



오후 3시가 되어 권대익 선생님과 함께 1103동 15층으로 향했습니다. 

통장님이 1304호, 1505호 이웃과 분주하게 추석 잔치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돗자리 가져와서 펼치고 둘러 앉아 음식 나눌 상도 펼쳤습니다. 

통장님 댁에서 전기 연결해 전기그릴을 데웠습니다.   

부침개 반죽이 커다란 대야에 담겨있었습니다.  


"1304호네 밭에서 따온 호박 세 개랑 1505호네 밭에서 따온 고추 넣었어요."


집집마다 모은 재료로 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저기, 요 앞 마트 가서 종이컵이랑 막거리 3병 좀 사다 줘요."


통장님이 지갑에서 만원 꺼내며 심부름 시키셨습니다. 

할 일 없이 서 있던 권대익 선생님이 심부름 다녀왔습니다. 



잔치의 주인, 1103동 통장님과 이웃들 


한 두 분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통장님이 초대하신 방화2동 김영 위원장님과 박선학 주무관님도 오셨습니다. 

복지관 직원들도 와서 부침개 맛보았습니다. 



"어서 와서 부침개 드세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 내릴 때마다 부침개 권했습니다. 

배부르다며 괜찮다고 하시는 이웃들에게는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한 입 드시곤 맛있다며 고맙다고 인사하셨습니다.  


통장님이 11단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 아저씨도 초대하셨습니다. 

초대하자고 제안드릴 생각이었는데, 인터폰으로 이미 초대하셨습니다. 


통장님과 이웃들이 주인인 잔치입니다. 




추억이 되살아나는 추석 잔치



"얼마 만에 이렇게 모이신 거에요?"


"집에서는 종종 모였는데, 이렇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모인 건 거의 10년 만이지?"


"그땐 허구한날 만났어. 우리 참 재미있게 살았지."


"지금도 좋아."


오랜만에 돗자리 펴놓고 잔치하니 옛 생각이 나셨나봅니다. 

함께한 세월이 24년입니다. 


서른 둘, 서른 여섯, 쉰 살. 젊은 시절 한 아파트에 모인 이웃들은 

오십 여섯, 육십, 칠십 넷이 되어서도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이웃들과 24년을 함께 하셨네요. 멋진 것 같아요."


"우리는 이웃이 참 좋아요. 가족이나 다름 없어요."



통장님네 둘째 아드님도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칵테일 동호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아드님이 이웃들을 위해 허브 민트로 만든 음료도 대접해주었습니다. 


1307호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너네 기억하지? 너네 얼마나 별났다고. 여기서 뛰고 저기서 뛰고.

그래도 아줌마는 바로 밑층에 살아도 많이 안 올라왔어. 그렇지?"


유치원 다니던 윗집 아이가 성인이 되어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하여 다음주 첫 출근을 합니다. 이웃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저녁 6시. 식구들 식사 챙기러 몇 분은 돌아가시고 15층 식구들이 남아 이야기꽃 피웠습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신 남편분들도 함께 자리하셨습니다.

 

다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퇴근 안해요?"


시간이 늦었는데 퇴근하지 않는 저희를 걱정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끼리 놀게요'하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눈치 없이 다음에 또 초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1103동 이선이 통장님과 이웃들께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께도 소박한 추석잔치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1103동에서 부침개 부쳐서 추석 잔치 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이야기 시작하니, 다른 곳에서도 해볼만 하다 여기셨을 겁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나오는 더불어 사는 이웃들 모습이 1103동에 있습니다. 


10년전 중단되었던 이웃 나들이가 곧 부활할 예정입니다. 

1505호 장재희 어머님이 '소원을 말해봐' 지원사업에 사연을 신청했는데, 선정되셨습니다. 


이제는 나들이 계획을 거들기 위해 만나뵐 계획입니다. 

함께할 시간이 기대됩니다. 


(글쓴이 : 곁에있기팀 손혜진)




댓글(4)

  • 정우랑
    2018.09.23 21:22

    일주일 내내 아파트 단지에 전 냄새.
    사람사는 냄새 풍긴 소박한 추석잔치.
    1103동에서 시작되어었군요!

    정겨운 사람살이가 드러나는 추석잔치.
    이웃과 함께하는 나들이도 기대합니다~♡

  • 김미경
    2018.09.28 18:44


    추석행사 대장정이 오늘로 끝났네요.
    이웃 간 인정이 살아나는 소박한 잔치,
    즐겁고 행복했어요.

    우리가 배웠고 꿈꾸던 그런 모습 같았어요.

    작년에 김동찬 선생님, 최선웅 선생님, 정우랑 팀장님과
    새벽까지 이야기 나누며 대규모 경로잔치를
    이렇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주민들에게 제안하고
    무거운 사진기 들고 온 종일 잔치가 있을 때마다 참여한 권대익 주임님,

    추석행사 담당자로 여러 직원들 의견을 함께 잘 수용하며 재미나게,
    주민들을 존중하며 잘 진행해 준 손혜진 주임님,

    많은 주민들을 알기에 함께할 만한 분들 소개해 주고
    잔치마다 관심 갖고 참여해 준 권민지 주임님,

    각각 담당하는 동과 사업에서 만나는 어르신,
    주민들과 소박한 추석잔치 제안하고 거들어 주신 원종배 선생님, 하우정 선생님.

    잔치에 참여하고 관심 가져 준 고진슬 선생님, 정한별 선생님.

    모두 고생 많았어요~~
    주민들을 만난 뒤 돌아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함께 설렜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모습을 본 듯하여 희망찹니다.
    모두 자랑스럽고 대단해요. 고맙습니다.

  • 권대익
    2018.10.06 14:56

    복지관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여쭈니 그냥 오라고 하셨습니다.
    주민센터, 관리사무소, 경비아저씨까지 초대하셨습니다.
    온전히 이웃들이 함께한 추석잔치였습니다.

  • 권대익
    2018.10.06 14:59

    이렇게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 음식을 나눠먹는 일은 10년 만이라고 하셨지요.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먹으니 얼마나 좋던지요.
    저녁 6시에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전화드리니 저녁식사로 칼국수까지 만들어 나눠드시고 8시가 넘도록 이야기 나누셨다 하셨어요.
    이웃과 따뜻한 시간으로 보내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