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단지 소박한 추석잔치 이야기


12단지 추석 준비이야기 (클릭)



추석잔치 시작


"부침가루 빨리 가져와야지!"


아침부터 김연옥 님께 전화가 옵니다. 

보해마트에서 나눠준 부침가루를 하루 전 날 갔다드리기로 했는데 깜박한 겁니다. 


보해마트와 빚은 떡집에서 추석잔치 재료 나눠주셨습니다. (클릭)


컨설팅 회의 도중에 김연옥 님 댁으로 갔습니다. 



잔치 준비가 한창이셨습니다. 


이미 김치전 반죽 준비를 마치고 부침가루만 넣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김치전에 김치만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다진 고기, 양파, 당근, 부추까지 가득 들어갑니다. 


"김치 하나만 넣으면 맛이 없어요. 이렇게 넣어야지. 오징어도 사고 싶었는데 요즘 너무 비싸서 못샀어요."

"잔치인데 어떻게 김치전 하나만 해요. 잔치국수 준비도 했어요. 어제 밤부터 육수 준비했어요."


9층 김연옥, 7층 이정자 님, 6층 반장님까지 3명이 준비하신 겁니다. 

부르스타, 가스, 쟁반, 돗자리 등 필요한 준비물은 모두 각자 조금씩 나눠서 준비해오셨습니다. 

김치는 이정자 님께서 주셨고, 국수는 6층 반장님께서 주셨습니다. 

풍성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시 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파트에 가득 퍼지는 고소한 전 냄새 



회의를 마치고 복지관에 계시는 홍해명 님, 김희선 님과 함께 12단지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리니 이렇게 세 분이 전을 부치고 계셨습니다. 

이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정겹습니다. 


"우와~ 맛있는 전 냄새가 아래부터 나요. 맛있겠어요."


홍해명 님 김희선 님과 함께 맛있는 전을 여러 장 먹었습니다. 

맛있는 여러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덕분일 겁니다. 


같은 9층에 있는 이웃과 각자 친한 이웃들을 전화로 연락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지나가면 멈춰서 전을 드시고 가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친구를,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초대합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전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시는 이웃이 있으면 금세 다른 이웃이 와서 자리를 채웁니다. 

막걸리 한 잔씩 주고 받으며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한창 전을 먹다보니 잔치국수가 나옵니다. 

김연옥 님께서 어제 밤부터 육수를 준비하고 정성으로 만든 그 잔치국수입니다. 

모두가 국수 한 그릇씩 뚝딱 비우셨습니다. 



오늘 소박한 추석잔치는 모두 주민들이 이루셨습니다. 

돗자리 펴고 전을 부치는 일부터 음식 나르는 일, 설거지까지 모두 주민이 했습니다. 


담당자인 저는 얻어먹기만 했습니다. 

잔치국수는 두 그릇, 전은 4판 정도 먹은 듯 합니다. 

합창단 김희선 님께서는 자꾸 전을 입에 넣어주셔서 배가 불러도 계속 먹었습니다. 

소박한 추석잔치 제안만 했을 뿐입니다. 



음식도 차고 넘쳤습니다. 

새롭게 오시는 분들도 빈손으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저마다 과일, 음료수, 막걸리 사오셨습니다. 

풍성했습니다. 


"잔치 집에 와서 빈 손으로 가면 안되지."


먹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저마다 김치전 한 두 개씩 가져가셨습니다. 

주고 받는 모습이 따뜻합니다. 



복지관 김은희 부장님, 김미경 과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추석잔치 이루어가시는 이웃에게 감사인사 드리고 인사 나누셨습니다.

 

곁에있기팀 동료 손혜진 권민지 원종배 하우정 선생님 오셨습니다.  

오늘 첫 출근한 정한별 선생님도 와서 인사 나눴습니다. 




이게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 회원 외에는 모두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12단지 분들도 계셨고 11단지 친구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처음 뵙는 이웃과 인사 나눴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앞에 있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권대익 사회복지사입니다.

김연옥 님과 이정자 님께서 추석잔치 준비하셨는데 초대해주셨어요." 


이웃 분들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렇게 추석잔치를 하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여기 94년도 아파트가 생길 때 입주했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음식 나눠먹으니 좋아요. 

사람 사는 것 같아요."


사회사업가에게 최고의 칭찬은 '사람 사는 것 같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민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사회사업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보는 분이에요. 

가볍게 눈 인사만 나누던 사이었는데 오늘 처음 이렇게 대화를 해봐요. 

알고보니 동갑이에요." 


7층 이정자 님과 13층 아저씨 아주머니는 오늘 처음 대화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로 막걸리를 주고 받으며 한참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정겹습니다. 


"우리 명절 지나고 그  때는 윗층에서 다시 뭉쳐요."


상상해봅니다. 

추석잔치 이후 내일부터 이 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떠실까요?

눈 인사만 나눈 사이셨는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 나누실 겁니다. 

서로가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음식이나 간식을 나누기도 하시겠지요. 



복지관에서 이렇게 제안해주니 하지 


뒷정리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께 인사드렸습니다. 


김연옥 님 이정자 님께 감사인사 드렸습니다. 


"이렇게 준비해주시고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부침가루 2개만 하루 늦게 들고 왔을 뿐인데 모두 준비해주셨어요." 


"복지관이 이렇게 제안해주니까 했지요. 

이웃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하니 저희가 더 고마워요."



복지관이 제안해주어 고맙다는 인사 들었습니다. 

이 말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복지관과 사회사업가의 역할을 생각합니다. 

24년 된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관계를 잇는 일입니다. 


1994년 처음 아파트가 세워지던 시절, 

각지에서 모인 이웃들이 서로 외로우니 자주 왕래하며 가깝게 지내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느 동네보다도 이웃들과 가깝게 지내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이사를 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생겼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이 좋은 관계를 살리는 일을 합니다. 

이웃과 인정을 회복 개발, 유지 생동, 개선 강화하는 일을 합니다. 

관계를 잇는 일, 관계주선사입니다. 


이렇게 일하니 즐겁습니다. 

추석잔치를 준비하며 아파트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민을 가까이에서 만납니다. 

주민을 만나다보면 동네에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더 보이겠지요. 

부지런히 발로 뛰며 일하는 사회사업가이고 싶습니다. 


(글쓴이 : 권대익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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