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중학교 3학년 명렬‧서윤‧재덕과 아파트단지에서 이룬 정월대보름 잔치

(글쓴이 : 곁에있기2팀 이예지 사회복지사)

 

 

준비 | 정월대보름 잔치가 뭐예요?

박해순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정월대보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모습

 

지난 2020년 여름 단기사회사업 실습생으로

중학생 여행을 담당하며

명렬 재덕 서윤과 함께 바다와 산에서

신나게 자연을 누렸습니다.

 

무뚝뚝하고 조용한 남자 중학생들이었지만,

부모님께서 전해주시는 자녀 이야기로 힘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고

아이들이 직접 준비, 진행, 평가를 모두 경험하며 

느낀 뿌듯함과 더 잘해보려는 마음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기획, 여행이야기가

가족과 이야기 나눌 구실을 되고자 했던

제 의도가 전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의미를 찾고, 진심을 알았습니다.

 

이번 한 해,

특히 청소년과 더 많은 사업을 경험하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중 절기 잔치를 구실로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동네사람들 사업을 청소년과 함께한다면

더 많은 구실과 인정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을

중학교 3학년 명렬 재덕 서윤에게

정월대보름 잔치를 제안했습니다.

 

오 좋은데요?

선생님 그런데 정월대보름이 뭔데요?”

 

정월대보름을 모르는 학생들이 동네 어른께

절기 행사를 배우는 상상을 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 옛날이야기를 듣기 좋아했던 저는,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과 교육,

재미까지 있는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에 정월대보름을 잘 알고 계신

좋은 어른을 찾을 무렵,

제가 담당하고 있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계신

박해순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내일모레가 정월대보름이어서 잔치를 해보려고 해요.

그런데 중학생 아이들이

정월대보름을 교과서에서만 보았대요.

아이들에게 어르신 어렸을 때

정월대보름에 뭐하셨는지

옛날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나요?”

 

내가 누구를 가르쳐 줄 입장은 못 되는데,

중학생들이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지.

그리고 내 어릴 적 이야기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잖아.”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라고 말씀하시며

부담 갖지 않으시도록 여쭈었습니다.

아이들 일이라면 두 손 걷고 도와주시는

어르신 말에 힘이 났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박해순 어르신을 찾아가

정월대보름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15일에 지내는 명절이야.

쥐불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하면서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부모님이 해주신 찰밥이랑 오곡밥에

묵은 나물을 먹는 날이야.”

 

음력, 양력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

달력을 보며 설명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묵은 나물을 잘 안 먹지만

그때는 먹을 것이 많을 때가 아니라서

작년에 했던 나물을 다시 데쳐 먹었어.

왜 먹냐 하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어른들께서 말씀하셨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땅콩, 호두, 밤을 껍질째 깨물어야 해.

옛날에는 못살아서 피부에 부럼이 많이 났었어.

부럼을 깨물면 부스럼이 안 난다는 말이 있어.”

 

이외에도 임진왜란 이야기,

어릴 적 사람 살이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명렬 재덕 서윤이 눈 반짝이며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정월대보름이 그냥 나물만 먹는 이상한 날인 줄 알았는데,

건강해지라고 있는 날이네!”

 

명렬 서윤 재덕은 박해순 어르신께

들은 옛이야기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자연스럽게 정월대보름 준비를 했습니다.

 

우리가 나물 요리를 할 순 없으니까,

우리는 땅콩 나눠요!

선생님 그런데 누구랑 나눠요?”

 

방화동 대림e편한세상, 태승훼미리, 방신 서광 아파트

세 친구 모두 다른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정월대보름을 구실로

본인 아파트단지 이웃에게

부럼을 전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제안했습니다.

 

아 싫어요~

아랫층 집에서 맨날 시끄럽다고

우리 집 올라온단 말이에요.”

 

저는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싫어요.”

 

그럼 내일모레까지 같은 아파트에

땅콩 부럼 주고 싶은 이웃 딱 2명만 생각해오자!

윗집, 위 윗집, 옆집 떠올려보다가,

그때까지 없으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지.”

 

이웃에게 나누고, 이웃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춘기 중학생들에게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물었습니다.

이틀 동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2이라고 이야기하며 쉽게 떠올리도록 도왔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정월대보름에 고스톱 게임 하시던데

저희 하면 안 돼요? 제가 빌려올게요.”

 

우리 집에 땅콩 넣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작은 비닐봉지 집에 있어요.”

 

단기사회사업 여행을 준비하며

냄비, 버너, 가스, 앞접시를

역할을 나누어 본인의 것을 가져와

나눈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것을 나누고, 즐기는 것이

조금은 익숙하고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2년 전과 달라진 점은

명렬 서윤 재덕의 일정이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며 다니는 학원 수가 많아지면서

함께 만나기 위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학원가기 10분 전까지

복지관에서 정월대보름 회의를 하다가 가는

아이들이 무척 대견했습니다.

이틀 뒤에 있을 정월대보름 잔치를 고대하며

잔치 준비를 마무리했습니다.

 

 

 

 

진행 | 방화동 대림e편한세상, 태승훼미리, 방신서광아파트에서 이룬 정월대보름 잔치

 

명렬 서윤 재덕과 정월대보름 잔치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얘들아 부럼 나누고 싶은 이웃 생각해봤어?”

 

! 저는 옆집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윗집이랑 그 윗집 주면 될 것 같아요.”

 

명렬 서윤 재덕은 모두

부럼을 나눌 이웃을 2명씩 생각해왔습니다.

아이들과 보해마트에서 땅콩을 사서

직접 쓴 편지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보해마트에서 이웃들에게 나눌 부럼을 고르고 포장하는 아이들
명렬 서윤 재덕이 이웃을 위해 쓴 편지

 

방화11복지관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땅콩을 정월대보름에 깨물어 부시는 것은
액운을 나가게 해주므로 한 번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땅콩을 드립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므로 땅콩을 드시면 복이 올 겁니다.

 

박해순 어르신께서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바탕으로

편지를 적었습니다.

본인이 몇 호에 사는지 밝히는 것은

부끄럽다고 하여 방화11복지관으로 적기로 하였습니다.

누군지 밝히진 않았지만

딱 봐도 남중생인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중생들이 정성을 다해 꾹꾹 적은 편지는

받는 이웃에게 정을 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선생님은 윗집이랑 음식 나눈적 있어요?

이웃들이랑은 나누면서 살아야하잖아요.

정월대보름이니 선생님 윗집에도 땅콩 나눠요!

없으면 권대익 선생님 드려요!"

 

막상 되돌아보니, 윗집과 이야기 나누고 인사하긴 하지만

음식을 나누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몸소 실천하며 제안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딸기 한상자를 전하며 윗집에 안부를 물으며 

이웃관계를 주선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기에 부끄럼 없이

없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스톱 게임을 하는 모습

 

명렬 서윤 재덕이 가장 기다리던 고스톱 게임 시간입니다.

고스톱은 바닥에서 해야 제 맛이라는 명렬이를 말리며

책상에서 고스톱 게임을 했습니다.

저와 서윤 재덕은 고스톱 게임을 처음 해봅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명렬이 게임을 주도적으로 알려주며

재미있게 게임 했습니다.

 

아이들과 서윤의 아파트에서 인사캠페인을 하는 모습

 

이제 본격적으로 정월대보름 음식인 부럼을 나누기 위해

방화동 대림e편한세상아파트에 사는 서윤을 따라 아파트에 갔습니다.

나누려고 했던 윗집은 공사 중이여서 나누지 못하고

3층 집과 4층 집에 부럼을 나누었습니다.

직접 전하기 위해 벨을 눌렀지만

낮 시간이여서 인지 아무도 집에 안계셨습니다.

 

원래 윗집이랑은 아는 사이였는데

그 윗집까지는 인사도 안 해봤는데, 이번에 처음 와봐요.”

 

 

태승훼미리에 사는 명렬을 따라 아파트에 갔습니다.

 

선생님 여기는 1살 아기가 살아서 벨을 누르면 안돼요.

저희 그냥 앞에 두고 가요.”

 

명렬의 배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엿보였습니다.

 

여기는 초등학생이 살고 있어요.

저랑 친한 동생인데,

그래서 편지를 재미있게 써봤어요.

얘도 아마 정월대보름에 대해 잘 몰랐을 텐데,

저 덕분에 알게 되었을 거예요.”

 

미안했던 아랫집에게 부럼을 전달하는 모습

 

방신서광에 사는 재덕을 따라 아파트에 갔습니다.

 

제 동생이 맨날 뛰어서 미안한 아랫 집에

부럼 나누고 싶어요.

동생이 어려서 맨날 뛰거든요.”

 

원래 친한 옆집에게도 부럼을 나누고 싶어요.”

 

재덕이도 평소에 고마운 이웃, 미안한 이웃에게 부럼을 나누었습니다.

 

정월대보름 설명을 해주신 박해순 어르신께 부럼을 전하는 모습

 

정월대보름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일하시는 어르신들과 나눠드세요."

 

"아휴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얘들한테 이런걸 받아도 되나..."

 

정월대보름 강의를 해주신 박해순 어르신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부럼을 드렸습니다.

 

명렬 서윤 재덕은 저에게 낯을 가리지만,

부모님께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본인 속마음을 잘 말하는 편입니다.

단기사회사업 때처럼 이번 정월대보름 잔치도

어머니와의 관계를 살려

정월대보름 평가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위아래 세대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이웃끼리 얼굴을 알면

얼굴 붉히는 일이 반으로 줄어 들 겁니다.

얼굴을 알고 있으니 아랫집을 생각하고

더 조심하고, 더 이해하게 됩니다.

방화동 대림e편한세상, 태승훼미리, 방신서광 아파트에서

명렬 서윤 재덕을 시작으로 이웃과 나누고 인사하며

좋은 이웃관계가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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