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동 어버이날 잔치

 

 

 

<글쓴이 : 이미진 사회복지사>

 

 

어버이날 잔치

 

 드디어 어르신들과 약속된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한수현 주임님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어르신들이 좋아할 법한 트로트를 틀고 잔치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 창문을 열고 물어보십니다.


“오늘 여기서 뭐 해요?”
“네~ 오늘 어버이날이어서 동네에서 전 부쳐 먹으려고요. 좀 있다 놀러 오세요.”


유진숙 선생님과 오시기로 약속하셨던 어르신 3분이 오셨습니다.


아직 전을 부치기도 전이라 아직 많은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을 보시곤 먼저 오신 어르신들이 발 벗고 이 집, 저 집 뛰어다니십니다.


“언니~ 여기야 얼른 와~”


사실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홍보 없이 시작한 잔치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이어서 잔치에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이렇게 함께 해 주시니 한 분 한 분 오시기 시작합니다.

 

<어버이날 잔치를 진행한 유진숙 선생님 집 앞 주차장>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모양새였다면 어르신들이 그저 오셔서 전만 드시고 가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잔치 전날 유진숙 선생님과 김재옥 선생님께서 어르신들께 주변 분들과 함께 와주시기를 부탁했기에 마을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잔치가 된 것 같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골목 사이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전기 팬에 노릇노릇 전을 부칩니다>

 

가스버너에 프라이팬을 올려 전을 부쳤다면 바람에 불이 켜지지 않아 전이 잘 익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전기 팬으로 전을 부치니 바람 따위 끄떡없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노릇노릇한 전이 나오고 어르신들은 막걸리와 음료수를 주고받습니다.


김재옥 선생님과 유진숙 선생님께서 ‘전’하면 막걸리가 빠질 수 없다며 어르신들을 위해 따로 준비하셨습니다. 

 

<종이컵으로 짠!>

 

“자~받으세요! 한 잔은 그냥 약이야 약! 몸에 좋은 거니 받아”


술을 못 드시는 분들은 음료를,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막걸리를 서로 따라주며 정을 나누십니다.


전만 있었으면 심심할 뻔했습니다.

 

잔치 전에 마실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재옥 선생님과 유진숙 선생님의 말을 듣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복지관 직원들과 전을 부쳐주시는 선생님들께 입안 가득 전을 넣어 주시고 주스 한 잔씩 하라며 종이컵에 가득 따라주십니다.


하하 호호 떠들며 전을 나눠 먹으니 어느덧 잔치 분위기가 납니다.


고소한 전 냄새와 즐거운 웃음소리에 지나가던 분들 발걸음 멈추시고 물어보십니다.


“오늘 여기서 뭐 해요? 교회에서 나온 거예요?”


그러자 유진숙 선생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응~ 제가 동네 어르신 대접하려고 준비했어요. 한 접시 드시고 가세요.”


유진숙 선생님은 어르신을 대접하기 위해 본인이 준비하는 잔치라 생각하셨습니다.


순간 저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과 두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지나가시던 주민이 저에게 여쭤보시면


“방화11복지관에서 나왔어요. 어버이날이어서 공항동 어르신들 대접해 드리려고 작은 잔치 마련했어요.”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유진숙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마을주민이 만들어가는 마을잔치의 모습으로 거들자고 해놓고 제 입으로 복지관에서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버이날 잔치 준비하며 유진숙 선생님 집을 둘러보았었습니다.

 

<유진숙 선생님 집에 있던 달력>

 

그 때 유진숙 선생님 집에 있던 달력에 5월 8일 동네잔치라고 적어두셨었습니다.


김재옥 선생님도 집 달력에 동네잔치라 적어두셨다 하셨습니다.


두 분은 복지관 행사가 아닌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기 위한 동네잔치라고 생각하셨는데 저의 말 한마디로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릴 뻔했습니다.


많은 반성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복지관에서 나왔다고 하면 “하하...좋은 일 하시네요. 지금 가볼 곳이 있어서... 나중에 같이 먹을게요.”

하시던 분들이 동네에 알고 지내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고

“어? 언니가 여기에 왜있어?”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같이 앉아 전을 나눠 먹습니다.


마을주민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마을잔치이기에 홍보가 따로 없어도 많은 참여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배웠습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살던 남학생과 어머님도 시끌벅적한 소리에 무슨 일인가 나왔다가 함께 잔치 즐겼습니다.


본인 집 바로 앞에 사는데도 학생을 잘 몰랐다던 유진숙 선생님.


“오늘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 아줌마 보면 인사해~”라며 먼저 말씀하십니다.


학생도 “네~인사할게요.”라며 대답합니다.


어버이날 잔치를 통해 관계가 생겨납니다.


기타를 배운지 3주 되었다는 남학생.

 

전을 먹다가 어르신들께 기타 연주를 들려드리기 위해 집에서 기타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남학생의 기타 즉석 공연>

 

그 자리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즉석 공연이 시작됩니다.

 

어르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기특합니다. 


오후 세시가 되자 큰 미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어르신들에게 아이들이 오면 잘 챙겨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오자 어르신들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며 젓가락부터 전, 음료까지 세세하게 챙겨주십니다.


어르신들이 챙겨주신 사랑에 배부른 아이들이 어버이날 노래와 연주를 하기 위해 일어납니다.


큰 미래 지역아동센터 최화순 센터장님의 지휘에 따라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공항동 골목에서 하는 골목연주회! 골목에 음악 소리 울려 퍼지니 참 아름답습니다.


어르신들은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시며 노래와 연주를 듣습니다.


노래와 연주가 끝나자 아이들은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어르신들의 가슴에 달아 드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르신에게 공경을 표현하고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어르신들도 대답했습니다.


“고마워. 사랑해.”
“공부 잘하고, 건강해”


골목 안에 훈훈한 공기가 맴돕니다.

 

아이들도 이번 어버이날을 통해서 앞으로 동네에 인사할 어른들이 많아지겠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배워갈 겁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부모님도 공연을 보러오셨다가 같이 둘러앉아 전을 드십니다.


이사 오신지 3년이 되셨지만 이웃을 잘 모르신다는 어르신도 함께 전을 드십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같이 전을 나눠 먹거나 골목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뛰어놉니다.

 

굳이 사회복지사가 거기 안에 껴서 서로 소개해 드리지 않아도 레크레이션을 진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십니다. 
평소엔 적막했던 골목에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아! 이런 게 골목의 모습이지~’하게 됩니다.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앞으로 공항동에서 들려올 정이 흘러넘치는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공항동은 고독사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웃 간 관계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어버이날 잔치를 벌여주신 김재옥, 유진숙 선생님

어버이날 잔치에 동참해주신 김윤환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골목연주와 카네이션을 준비해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옆에서 많은 도움 주신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어버이날 잔치를 의미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격려와 응원하러 와주신 김상진 관장님, 김은희 부장님 감사합니다.


준비부터 실행까지 많은 조언과 격려뿐만 아니라 같이 동행 하며 많은 도움 주신 정우랑 팀장님, 한수현 주임님 감사합니다.


어버이날 잔치 때 사방팔방 열심히 뛰어다니며 ‘전 드시고 가세요!’외치던 신미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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