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추석잔치 첫 번째 이야기 - 송편 하나 맛보세요

(글쓴이: 곁에있기팀 정민영 사회복지사)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여전히 남은 채로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소규모로 추석 음식을 만들고

만든 음식과 함께

추석 인사말이 담긴 엽서와 영상을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

추석 잔치를 제안하면 좋을지

권민지 주임님과 고민하다가

꽃보다 할매로 활동하시는

박정자, 이정순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꽃보다 할매는 1동 사시는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 나누고 관계를

쌓아가는 모임입니다.)

 

# 추석 잔치 준비

먼저, 이정순 어르신께 연락드렸습니다. 

"어르신, 복지관 정민영입니다.

어르신이랑 추석 음식을 만들어서

이웃분들에게 나눠드리는 소규모

추석 잔치를 하려고 합니다.”

 

추석 잔치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바로 복지관으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금방 복지관으로

달려와 주셨습니다.

 

어르신께 추석 잔치를 하는 이유와

코로나 때문에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을 설명드렸고

어떤 음식을 만들고

어디에서 음식을 만들지

누구에게 음식을 전할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르신, 어떤 음식을

만드는 게 좋을까요?”

“내가 무릎이 아파서

불을 많이 쓰는 음식은 못해.

추석이니까 송편이 좋지

송편 쪄서 하나씩 맛보면 돼”

 

어르신이 요즘 무릎이 아프시니

앉아서 송편을 빚는 것 까지는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

어르신이 준비하실 수 있는 것,

복지관에서 준비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르신께서 먼저 시장에

가셔서 쌀가루와 소를 직접

알아보시고 준비한다고 하셨고

복지관에서는 송편을 담을

그릇 정도만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만든 송편을

누구에게 전하고 싶으세요?”

 

“아휴 줄 사람이야 많지.

우리 회원들이랑

다 나눠 먹고 싶지.

근데 우리가 많이 못 하니까

106호 할머니, 502호 할머니랑

해서 몇 명 줘야지”

 

많은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싶은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어르신께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시장 가서

쌀가루 1kg랑

설탕, 깨 사놨으니까

반죽 마르기 전에

송편 만들어야 해”

 

순간 당황했습니다.

추석 잔치를 하기로 한 날짜가

며칠 남았는데 어르신이

이렇게 빨리 재료를

준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추석 잔치를 복지관의 일이 아닌

당신이 이웃에게 송편을 나누는

일로 생각해주셨고

어르신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추석 잔치가 일사천리로

준비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권민지 주임님과 함께

박정자 어르신을 만나

추석 잔치에 대해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였습니다.

 

박정자 어르신께서도

이정순 어르신과 함께

송편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하기로 해주셨습니다.

 

두 분 어르신 덕분에

추석 잔치가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습니다.

 

 

# 추석 잔치

두근두근

추석 잔칫날이 되었고

이정순 어르신 댁에

모였습니다.

 

먼저, 반죽에 넣을 깨소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박정자 어르신께서

잘 빻아놓은 깨에

물과 설탕을 넣어 소를

만드셨습니다.

 

달달한 깨소 만드시는 중

 

고소한 깨 냄새가

집안 가득해졌습니다.

 

소를 만들다가 물 조절에

약간 실패해 중간에

깨를 더 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반죽보다 깨소가

너무 많이 남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물 조절에

실패한 덕분에 웃음꽃이 피고

즐거웠습니다.

남은 깨소는 나중에
반죽을 더 사서 이웃들하고
또 나눠먹는다고
박정자 어르신께서
집에 가져가셨습니다.

 

 

이웃과 인정 만큼이나 흘러넘치는 깨소

 

 

깨소를 완성한 후,

둘러앉아서

송편을 빚었습니다.

 

 

 

“어르신, 송편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지. 안 사고

이렇게 우리가 해서

만드니까 더 맛있지”

 

이정순 어르신께서는

송편을 빚으시면서

계속 반죽 겉에 깨가

묻으니 못내 아쉬워하셨습니다.

 

“아이고 망했다. 망했어.

바깥에 깨가 다 묻어서

송편 안에 깨 있는지 다 알겠네.

송편 안에 뭐가 든지 몰라야

먹는 맛이 있는데...

이렇게 못생기게 만들어서

어떡하냐”

 

주변 이웃에게 전할

송편이다 보니 보기 좋게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셨다 봅니다.

 

이정순 어르신께서 계속

아쉬운 마음을 보이시니

박정자 어르신께서

“에이, 괜찮아

맛만 좋겠구먼 뭘 그래”

라고 하시며 이정순 어르신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송편 겉에 깨가 많이 묻으니

더욱 깨가 쏟아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손이 빠르셔서 금방

다 빚고 송편을 쪘습니다.

 

 

 

 

 

달달한 송편이 만들어지는중

 

15분 정도가 지나자

김이 솔솔 나왔습니다.

몇 분이 더 흐르고

드디어 송편이 완성되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하나씩 맛봅시다.

맛있는지 확인하고 나눠줘야지(허허)”

 

 

 

어르신들과 완성된 송편을

하나씩 맛보았습니다.

 

어르신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욱 꿀맛이었습니다.

 

“송편 맛있게 잘됐네

다들 잘 먹겠구만.”

 

방금 찐 따뜻한 송편보다

어르신들의 모습에

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완성된 송편을 차례로

용기에 나눠 담았습니다.

 

 

전달준비 완료된 송편

 

“어르신 이제 이웃들에게

송편 전달할 때 함께 보여드릴

영상이랑 엽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네”

이정순 어르신께서는

한참을 고민하시고

엽서를 쓰셨습니다.

“잠깐만, 한 줄 더 쓸까?”

 

 

이정순 어르신이 직접 쓰신 엽서 

 

엽서를 다쓰고

이웃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도 남겨주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다리가 아프니

사회복지사가 대신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셨습니다.

 

이제 정성스럽게 만든 송편을

어르신을 대신해

이웃분들에게

전달하러 갑니다.

 

(이후에 이웃과 인정이 흘러 넘쳤던

송편 전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소규모로 진행한

소박한 추석 잔치였지만

소박해서 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사회사업을 하니 

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송편 몇 개 만들어서

나눠 먹는 것이었지만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추석 잔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정성을 담아 송편을 만들어 주신

박정자, 이정순 어르신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아래 파란색 글씨 링크를 클릭하면 [동네 사람들] 추석잔치 두번째 이야기-깨가 쏟아지는 송편을 전달했습니다 게시글로 이동합니다.

www.banghwa11.or.kr/1026

 

 

(추석 준비부터 진행까지 사전에 발열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하였습니다.)

 

댓글(12)

  • 원종배
    2020.09.25 08:56

    우 와
    소박해서 더 빛이 나는 추석잔치네요
    박정자, 이정순 어르신의 일상 속에서 함께 송편 빚었어요
    어르신들께서 송편 재료도 직접 준비하시며
    이웃들에게 전할 엽서와 영상편지도 만드셨어요
    정민영 선생님이 다리 아픈 어르신을 대신해
    송편과 편지를 전달할 과정도 귀하네요
    전달해 드릴 때는 또 어떤 감동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웃분들께 보낼 영상편지 내용도 궁금해요~

  • 원종배
    2020.09.25 08:56

    차분하고 텐션이 느린 정민영 선생님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바른 방향으로
    사회사업 잘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응 원 합 니 다

  • 손혜진
    2020.09.25 09:10

    민영 선생님이 행복한 표정으로 전해주던 추석잔치 이야기!
    사진과 글 보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듯 생생해요.

    깨가 든 송편을 좋아하는 저는 깨 묻은 송편부터 골라 먹었을거예요^^
    이웃들에게 더 예쁜 송편 선물하고픈 이정순 어르신 마음이 느껴져요.
    '내 마음 알죠?' 엽서 문구에 괜히 뭉클해지기도 하네요.
    남은 소를 또 다른 이웃들과 나누겠다고 하신 박정순 어르신도 감사하고요.

    여느 때처럼 많은 분들이 모여서 송편 빚고 인정나누지는 못했으나
    소박하게 일상 속에서 이웃과 인정 살리는 방식으로 잘 이루었어요.
    사회복지사는 추석 잔치 제안하고, 용기 준비하고, 심부름 다녀오기만 했는데
    어르신들이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이루신 추석잔치가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인정이 흐를까 궁리한 민영 선생님 노력이 많이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 졍한별
    2020.09.25 09:26

    민영 선생님의 표정이 기억납니다. "2시에 하기로 했는데 벌써 떨려요 선생님."
    사진 보니까 무척 재미나게 하셨네요. 소박한 잔치였지만 어르신 두 분이 모여 다른 이웃분들 관계까지 살피니
    거대한 잔치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사진 속 선생님의 밝은 표정 참 부럽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만큼은 해본 민영 선생님의 실천을 보며 배웁니다.
    이렇게 해낼 수 있도록 주선해주신 권민지 주임님 고맙습니다~

    “아이고 망했다. 망했어.
    바깥에 깨가 다 묻어서
    송편 안에 깨 있는지 다 알겠네.
    송편 안에 뭐가 든지 몰라야
    먹는 맛이 있는데...
    이렇게 못생기게 만들어서
    어떡하냐”

    또 꿀팁을 얻네요. 맛있게 만드려면 속을 안 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

  • 졍한별
    2020.09.25 09:28

    민영 선생님 글 재미있어요.
    자주 자주 올려줘요>.<

  • 김상진
    2020.09.25 09:31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

  • 권대익
    2020.09.25 11:44

    코로나19 상황에서 추석잔치.
    개별로, 소규모로 제안하고 거들어 드렸네요~

    추석 잔치라는 말씀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오신 이정순 어르신.
    코로나 상황에서 이런 만남을 기다리고 계셨는지 몰라요.

    어르신께 추석 잔치를 어떻게 이룰지 묻고 의논하고 부탁도 잘 하셨어요.
    무릎이 아프시니 부족한 만큼 거들어 드리기로 했어요.

    시장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는 일, 송편 빚는 일 모두 어르신께서 하셨어요.
    빨리 만들고 싶으셔서 바로 다음 날에 시장에 다녀오셨나봐요.

    이정순 님과 박정자 님께서 함께 음식을 만드셨네요.
    가까운 이웃과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무릎 아파서 음식을 못한다는 어르신, 당신께서 모두 이루셨어요.
    정민영 선생님께서 추석 잔치를 제안하고 관계를 주선한 덕분이에요.
    사회사업가답게 잘 이루신 모습을 보며 저도 또 한 번 배워요.

  • 권대익
    2020.09.25 11:46

    “당연하지. 안 사고 이렇게 우리가 해서 만드니까 더 맛있지.”
    그럼요, 직접 만드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요!

    송편 겉에 깨가 많이 묻으니, 더욱 깨가 쏟아지는 분위기!
    정민영 선생님의 문장력에 놀랐어요. ㅎㅎㅎ

  • 권대익
    2020.09.25 11:50

    이웃과 함께 나눌 송편.
    영상과 엽서와 함께 전달했네요.

    다리가 아프셔서 송편 전달은 정민영 선생님께 부탁하셨군요.
    정민영 선생님께서 심부름만 하셨어요.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해바라기 예뻐요. 내 마음 알죠.'
    꾹꾹 눌러쓴 세 줄의 편지가 감동입니다.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져요.

    다음에는 전달하는 일도 한 번 더 부탁드려봐요.
    시장도 다녀오셨는데 이웃 집에도 못가실 이유 없죠.
    이웃집에 가서 함께 송편 나눠먹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눠도 좋겠어요.

  • 권대익
    2020.09.25 11:51

    이후에 이웃과 인정이 흘러 넘쳤던 송편 전달 이야기도 기대돼요.
    코로나 상황에서 비접촉 방식인 영상으로 서로 마음을 전하셨군요.

    새내기 사회사업가, 정민영 선생님의 활동과 기록이 놀라워요.
    글도 어쩜 이렇게 잘 쓰셨나요?
    대단해요. 응원합니다~

  • 권민지
    2020.10.06 13:23

    예년 같았으면 다 함께 모여서
    함께 송편 빚고 이야기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을 텐데
    코로나 상황으로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동네 사람들 사업을
    의미 있게 할 수 있을지 궁리했고
    마침 추석이라는 좋은 구실이 있어서
    어르신들과 함께 소규모로 추석 잔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직접 어르신들 만나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준비했던 과정이 의미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각자 준비하실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실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주셨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직접 만든 송편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며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주었습니다.

    추석을 구실로 꽃보다 할매에서 활동했던 어르신들의 관계를 살피었고, 송편을 이웃과 나눔으로 그분들의 이웃 관계도 살폈습니다.
    참 잘했습니다.

    처음이라 많이 떨리기도 하고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잘 실천해주어 고맙고, 그 과정도 기록으로 잘 남겨주어 고맙습니다.

    다음 실천기록도 잘 읽겠습니다.

    정민영 파이팅!

  • 권민지
    2020.10.06 13:25

    박정자 어르신 손자와도
    함께 송편 빚고 이웃 어르신들께
    인사하는 것도 계획했었는데
    여러 상황으로 그러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다음에 다른 좋은 구실을 찾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