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향기 나눔 캠페인] 풀꽃향기 김장배추 절이는 날 뒷 이야기

(글쓴이 : 김수재 선임과장)

 

늦가을. 아니 입동이 지났으니 벌써 초겨울이네요.

해가 무척 짧아졌기에 요즘은 저녁 여섯 시만 조금 넘으면 어느새 어둑어둑해집니다.

 

해 넘어가기 전에 어서 배추를 다 절여 놓아야 할 텐데.

다들 좀 더 서둘러 봐요.

그쪽에 교동댁 팀들도 무 채썰기 잘 마무리하고요.

무는 두어 포대만 더 채 썰면 끝날 것 같네요.

자 다들 힘 좀 내봐요.”

 

진달래 행사팀장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내가 집에 신랑 밥은 안 차려 주더라도 배추만큼은 모두 잘 절여 놓고 갈 테니까. 하하하.”

 

한바탕 웃음이 또 쏟아집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김장배추 절이기에 함께 나섭니다.

김장배추가 아주 튼실하고 좋구먼

 

마침 지나가던 어르신 몇 분도 와서 거들어주십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시는데 나도 좀 거들 수 있으면 거들어 줘야지요.

뭐 지나는 길에 동네 주민으로서 잠깐 손길 좀 보태주는 게 뭐가 어렵나요.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

 

풀꽃향기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는 그 오랜 세월을 이곳 아파트에서 살았어도 이렇게 누군가를 매년 돕는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분들은 매년 김장을 해서 어려운 마을 분들을 돕고 있잖아요.”

 

참 대단해요. 풀꽃향기 회원들이 말이에요.

누가 자기 돈 들여가며 몸으로 애써가며 이렇게 고생 또 고생 김장해서 이웃을 도울 수 있겠어요?

말이나 쉽지.

그래도 이분들은 매년 이렇게 몸으로 실천하고 계시잖아요.

참 고마운 분들이지요.”

 

함께 수다를 떨며 서로 몸을 부대껴 가며

정겹게 속닥거리는 모습들이 보기가 무척 좋습니다.

 

다람쥐 회원은 커다란 통배추를 칼로 쪼개고,

옆에 있는 산토끼 회원은 말없이 묵묵히 배추 절이는 곳으로 날라서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로즈와 들국화, 마포 회원은 소금물에 배추를 담근 후

굵은 소금을 배춧잎 사이 사이에 뿌려 주느라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진달래와 나팔꽃은 소금물이 잔뜩 배여 있는 배추를 큰 대야에 가지런히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금물이 튀어서 내 얼굴이 배추처럼 절여지는 것 같네그려. 하하하

 

이제 거의 다 되어가는 것 같구먼.

배추가 잘 절여지게 전체적으로 한 번만 더 서로 뒤집어 놓으면 될 것 같아요.”

어느새 배추 절이는 작업이 끝이 보입니다.

드디어 김장배추 절이기 끝이 보여요~~

다들 주변 정리까지 깨끗하게 잘 마무리하고 웃음 꽃방으로 와요.

지난번 나눔터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 맛있게 삶아 놓았으니

따뜻한 차랑 먹으면서 몸 좀 녹인 후에 귀가해요.”

 

진달래는 언제 그렇게 또 고구마를 삶아 놓았데요.

참 부지런하다니깐.

우리가 다들 저건 정말이지 본받아야 해요. 하하하

 

요즘 배추와 채솟값이 폭등해서 비싸다고 합니다.

회원들이 둘러앉아 고구마를 먹고 있는 사이 누군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오늘 우리 회원들이 온종일 고생 고생하며 이렇게 배추를 잘 절이고 준비해두었는데

야간에 괜찮을지 몰라요. 좀 걱정이 되네요.”

 

혹시나 다듬어 놓은 채소와 절인 배추가 새벽녘에 누군가에 의해 손 탈까 봐 또 걱정입니다.

 

음매~. 걱정하지 마이소. 저 다람쥐가 새벽녘에 휙 하고 한번 돌아볼 테니까요.”

 

좋아요. 그렇다면 나 흰샘 회장도 잠이 없으니 새벽 두 시경쯤에 한 번 점검하러 나와볼게요.

몸은 불편하지만, 전동 휠체어 타고 이런 것이라도 해야지요. (웃음)”

 

풀꽃향기가 주관하는 김장 나눔 행사가 무탈하게 잘 진행되길 바라는 회원들의 마음은 모두가 똑같아 보입니다.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솔선수범해서 본이 되려는 회원들의 책임의식에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주민모임 풀꽃향기 회원들의 이러한 마음 씀씀이가

가슴 속 깊은 곳에 따사롭게 자리잡고 있기에

아마도 자치활동들이 잘 운영되고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김장배추를 절이고 무와 양념채소를 다듬기 위해 오신 풀꽃향기 어르신 회원들

"그럼, 우리 풀꽃향기가 준비하고 진행하는 행사인데 뭐라도 거들고 함께 해야지요."

 

"우리 행사니깐 당연히 이것 저것 모두 직접 챙기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우리 힘으로 직접 김장행사를 치뤄낸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우리가 이 고생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기분좋게 하고 있잖아요."

 

주민의 '주체성'과 주민의 '자치성'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복지요결 p.43, 주체의식, 자주성, 주체성, 공생성>

 

1)주체의식: 자기 복지라고 여기고 주관하려는 의지입니다.

               자기 복지를 이루는데 주인 노릇하려는 생각, 주인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2)자주성: 자기 복지를 이루는데 주인 노릇하거나 주인 되는 모습입니다.

 

3)주체 의식, 자주성, 주체성: 주체의식은 내면의 속성이고 자주성은 외면의 속성입니다.

  주체 의식은 자주하려는 마음이고, 자주성은 자주하는 현상입니다. 

  자주성은 주체 의식의 외형 곧 주체 의식을 행사하여 주인 노릇하는 모습, 또는 사회사업 방식에 의해

  사실상 주인 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주체 의식이 없어도 자주성은 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4)공생성: 공생성은 함께 사는 모습입니다.

   지역사회 공생성은 당사자아 둘레 사람이 함께 사는 모습, 지역사회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습, 

   양쪽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공생성은 공동체 의식의 외형 곧 공동체 의식을 행사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사회사업 방식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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