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4월11일 서예활동 시작했습니다.

(글쓴이 : 신미영 사회복지사)

 

 

4월 11일 오후 2시에

어르신 댁에서 서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배움가 분들이 여홍동 어르신 댁을

잘 모르겠다 하여

장미공원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박윤단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하시고

길 눈이 어두워 혼자 가는 게 어렵다

하셨습니다.

 

어르신 댁을 알려주시면 장미공원에

계신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매번 차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어르신께 걸어가자고 제안해봐야겠습니다.

이건 공항동 이웃인 오각균 어르신과

은혜 학생과 현민 학생이

말하면 더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어르신 댁에 도착했습니다.

여홍동 어르신과 아내 분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어르신이 계단에 올라가실 때

혹여나 다치실까 봐 은혜 학생이

주변을 살펴주었습니다.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앉자마자 바로 서예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준비해 놓은 '서예란 무엇인가?'

정의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모두 한자로 된 자료를 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박윤단 어르신은 저에게 나눔가 분이

불러주면 받아 적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꼼꼼히 읽으며 나눔가 분께서

읽어주시는 걸 받아 적었습니다.

 

여홍동 어르신이 미리 준비해놓은

먹통을 가운데에 놓았습니다.

 

"한 명씩 붓 받아요. 좋은 붓은 아닌데

쓰다가 익혀지면 본인이 직접 사도 되고

이걸로 계속 써도 돼요."

 

"서예는 가로 5줄 세로 5줄만

잘 그어도 잘하는 거예요."

 

서예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서 

삐뚤어지지 않게 붓을 세워

일자로 긋는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붓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붓을 쓰고 화선지에 먹이 묻지 않게 

필산을 주셨습니다.

 

세로 5줄, 가로 5줄 긋는 박윤단 어르신
세로 5줄, 가로 5줄 긋는 오각균 어르신

여홍동 어르신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박윤단 어르신께 아낌없는

칭찬을 하셨습니다.

 

"이 분은 조금만 하면

서예 장인 이름 등극할 수 있겠어."

 

여홍동 어르신은 시범을

보여주시면서 작성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일러주셨습니다.

 

"붓을 눕히면 안 돼.

세워서 써야 해요."

 

"강, 약 조절을 잘해야 돼요."

 

"다음은 한 일을 써볼 건데

서예는 몇 가지만 쓸 줄 알면

다 쓸 줄 알게 됩니다. 서예 쉬워요."

 

배움가 분들은 열심히 

나눔가 분이 쓴 '한 일'을 보며

반복해서 썼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거예요. 붓을 집에 가져가서

연습해도 돼요."

 

"집에 먹이 없어서 붓을 가져가도

쓸 수가 없어. 그냥 볼펜으로

연습해야지."

 

오각균 어르신이 중간중간 

학생 배움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홍동 어르신께서 

지금 떠들면 안 된다고 끝나고

떠들 시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엄숙했던 분위기에서 

다들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오선생. 이제 이야기 나누소.

끝나고 시간 준다 했잖아.

내가 그러고 보니 차도 안 줬네."

 

"자. 다들 하나씩 받아요."

 

인원수는 6명인데 컵은 5개였습니다.

서예활동 내내 계속 5장, 5개가

준비되어 있어서 제께 없는 게 확실했습니다.

 

"어르신 설마 제 컵이 없는 건가요?"

 

"아이고. 내가 복지사님 꺼를 안 챙겼다."

 

어르신이 저를 안 챙겨주신 게 

서운하거나 속상하다기보다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어르신이 나눔가로 온전히

세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우리가

서예도 배우고 너무 좋네."

 

"하하하하 내가 6개월 잘 가르쳐 줄게.

꾸준히 배우면 추사체 고문될 수 있다."

 

"늙은이가 배우고 싶은데

몸이 잘 안 따라줘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돌아가면서 서로 오늘 어땠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각균 어르신은 서예도 배워서 좋은데

젊은이들이 우리한테 영어나 스마트폰

알려주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그럼 나도 일본어 잘하니까 일본어

알려주겠다 말씀하셨습니다.

 

은혜 학생과 현민 학생은 일본어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영어는 전문가가 아니라 가르쳐드리기

어렵고 스마트폰은 해볼 만하다 했습니다.

 

배움가가 나눔가가 되는 현장이었습니다.

서예활동하시고 나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나눔을 스스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서예활동 이후에 다른 날 모여하면

좋겠네요. 이야기 나눠봐요."

 

"그러자고. 꼭 스마트폰 알려줘."

 

오각균 어르신은 여홍동 어르신을

세워주시고 나눔 해주시는 모습에

멋있다, 대단하다, 이런 사람 또

없다 해주셨습니다.

 

박윤단 어르신은 본인이 열심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오늘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은혜 학생과 현민 학생은 

서예가 어렵다 했습니다.

그러니 여홍동 어르신께서는

잘할 수 있게 잘 봐주겠다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름도 모르네.

나한테 불러줘 봐 내가 적을게."

 

여홍동 어르신이 이름과 년생, 전화번호를

적었습니다. 

 

 

"벌써 한 시간 반이 지났네."

 

"시간 빨리 가네요."

 

"서예 선생님이 재밌게 가르쳐줘서

그렇지."

 

"우리 언제 언제 만나나?"

 

"주에 두 번은 봐야지."

 

"자주 만나야 늘지."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여홍동 어르신이

정리해주셨습니다.

 

"매주 수요일 봅시다.

자주 만나는 건 나도 부담스럽고

주에 한 번이 좋겠어."

 

"아쉬운데 그럼 난 안 해."

 

"서예활동 말고도 스마트폰, 다른 나라

언어활동하게 되면 주에 2번 만나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나눔가님 말대로

주에 1번 보도록 해요."

 

"내가 형님은 따로 찾아오시면

알려드릴게. 아쉬워하지 마라."

 

여홍동 어르신께서 

가족과 식사 약속이 있으셔서

미안하다며 오늘은 일찍

끝내야 할 것 같다 하셨습니다.

 

배웅해주셨습니다.

 

"잘 가. 다음 시간에 보자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오각균 어르신과 함께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있는

장미공원에 갔습니다.

여러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 주에 보자고~"

 

"네.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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