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바둑에 관심있는 주민분들을 모아~모아~ 진행된 바둑모임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지난 모임을 돌아보며 다음 모임 준비하기

지난 4월, 제가 알고 있는 지역 주민 가운데 바둑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바둑모임을 제안드렸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두 분께서도 "오랜만에 바둑알로 둬봤어요.", "거의 10년 만이네요."라고 말씀하시는 등 공통의 취미인 바둑을 구실로 함께 어울리니 즐거웠다고 하셨습니다. 

 

바둑모임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모습을 본 김은희 부장님, 권민지 과장님께서도 모임의 첫 시작을 응원해주시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중장년~어르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이 여성분들이십니다. 중장년 남성분들이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세대적 특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 남성분들과 함께 모임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분들의 취미, 관심사 등 강점을 중심으로 때와 상황을 보며 제안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분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어울리다 보면 심리적인 연결감이 참여자분들 사이에 피어날 것 같습니다. 

 

담당자인 저도 이번 바둑모임을 꾸려가며 주민분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주선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지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바둑만 두시던 두 분께서 모임의 끝 무렵에는 서로 통성명도 하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모임원들을 모집하여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거들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마침 최근 새롭게 알게 된 정 씨 아저씨가 떠올랐습니다. 정 씨 아저씨는 댁에 원목 바둑판을 갖고 계실 정도로 바둑을 좋아하는 분이십니다. 정 씨 아저씨께서도 따로 바둑을 둘 만한 이웃이 없어 타이잼이라는 온라인 바둑만 두시고 댁에 놓인 원목 바둑판에는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 씨 아저씨께 바둑모임 사진을 보여드리며, 혹시 관심있으시면 다음 모임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좋죠. 그런 모임 있으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다음번에 꼭 알려줘요."


며칠 뒤, 바둑모임을 주선하기 위해 주민분들께 연락드렸습니다. 첫 바둑모임에 참석하셨던 조 씨 어르신, 최 씨 아저씨 뿐만 아니라 박 씨 아저씨도 참석하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 씨 아저씨께서도 갖고 계신 바둑판을 직접 복지관으로 가져오시겠다고 말씀하시며 참석에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바둑모임 당일!

바둑모임 당일입니다. 함께 어울려 바둑을 두는 재미뿐만 아니라 맛난 다과를 먹는 재미도 느끼시면 좋겠다는 부장님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조 씨 어르신, 양파링을 좋아하신다는 정 씨 아저씨, 콜라를 좋아하신다는 최 씨 아저씨, 무엇이든 좋다고 말씀해주신 박 씨 아저씨의 의견을 듣고는 네 분의 입맛에 잘 맞을만한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아유 그냥 복지관에서 주는대로 먹어도 되는데요~"

모임에서 드실 과자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떤 것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여쭤봤더니 한 분께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복지관을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셔서, 예산을 쓰는 곳이 복지관이니 복지관 담당자가 생각한 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00님이 참석하시는 모임이고, 00님이 드실 간식이니 드시고 싶은 것으로 준비하고 싶어서요!"

방화11복지관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합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부터 주민분께서 '사회복지사의 모임'이 아닌 '나의 모임'으로 느끼실 수 있도록 잘 돕고 싶었습니다. 당신께 드시고 싶은 과자가 무엇인지 묻는 이유를 잘 말씀드리니 잠시 고민하시곤 좋아하는 과자 종류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네 분께서 복지관 야외데크에 둘러앉아 바둑을 두셨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바둑알 놓는 소리만 들리는 대국이 이어졌습니다. 한참을 바둑을 두시고는 또 대결상대를 바꾸어 바둑을 두시기도 하셨습니다. 조 씨 어르신과 바둑을 둬 본 분들께서는 "그 형님은 아마추어 중에서도 프로야 프로! 아주 진짜 잘 두시는 분이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둑을 정~말 잘 두시는 조 씨 어르신께서 박 씨 아저씨와 대국을 두시다가 짧은 강의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함께 바둑을 두며 어울리셨습니다. 네 분께서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오늘 모임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유 복지관에 매일 출근하네 출근~ 오늘은 바둑, 내일은 탁구. 출석도장 찍고 있어요. 하하"

탁구에도 관심이 많은 정 씨 아저씨께서 탁구 이야기를 꺼내자 자연스레 다음날 복지관에서 함께 만나 탁구를 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최 씨 아저씨께서 요새 매일 복지관에 출석도장 찍는 것 같다며 즐겁게 웃으셨습니다.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한창 취업을 준비할 때 먼저 취업한 주변 사람들을 보며 '매일 갈 곳, 가야 하는 곳'이 있다는 게 참 부럽게 느껴졌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바둑모임 참여자분들께도 이런 소속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을 달리 쓰거나, 사는 곳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은 변화한다고 합니다. 바둑모임 참여자분들의 일상에 주기적으로 모여 이웃과 함께 바둑두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이웃과의 교류가 그 분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구실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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