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1104동 1층 구 씨 어르신 잔치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3. 5. 3. 16:09
(글쓴이 : 최예지 사회복지사)
[동네사람들 1104동 동네잔치]
동네사람들 사업은 동네잔치를 구실로 이웃 관계를 주선합니다.
올해 동네사람들 사업은 제 담당 지역인 1104동(30통)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104동 동네를 잘 알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잘 알면 주민들과 어떻게 잔치하면 좋을지 알 수 있을 겁니다.
1104동 주민을 만나 잔치를 잘 설명하고 제안하기 위해 그동안 주민들이 이루셨던 잔치 사진을 모아 안내지를 만들었습니다. 이해하시기 쉽도록 설명글도 조금 보태었습니다.
[1104동 쉼터에서 다시 만난 구 씨 어르신]
1104동 쉼터에서 구 씨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구 씨 어르신은 복지관 1층에서도 인사드린 적 있는 분입니다.
예전에 뵈었다고 말씀드리자 기억난다며 손을 꼭 잡아주십니다.
주민분들을 만나고 싶어 나왔다고 말씀드리니 "잘했네~ 여기 앉아."라고 하시며 옆자리를 내어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동네잔치 안내지를 유심히 보셨습니다.
1104동에서 잔치 열어주실 분을 찾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구 씨 어르신께서 "내가 이런 거 복지관에서 많이 해봤어~"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제가 아직 신입이라 잔치를 잘 몰라요.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잔치? 아이들 먹게 사탕이랑 요구르트 같은 거 준비해서 나누면 돼. 과자도 좋고."
어르신께서 동네 아이들과 나누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구 씨 어르신께 올해 1104동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며 예전에 하셨던 것처럼 이웃분들과 잔치해 주실 수 있을지 여쭈었습니다.
"그래~ 사람들하고 같이 놀고, 먹고, 어울리는 거 좋지. 난 그런 게 참 좋아."
"어르신 덕분에 제가 잔치 어떻게 하는지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초대하고 싶은 이웃이 있으신가요?"
"이웃들 오라고 하면 다 올 거야~"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조 씨 어르신께서도 이웃들을 초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오늘 같은 날씨면 밖에서 하긴 너무 추워."
벌써 잔치 날 날씨를 생각하고 계신 구 씨 어르신이셨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준비하는 구 씨 어르신 잔치]
어르신께서 이웃과의 동네잔치를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1104동 이 씨 어르신이 이루셨던 잔치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이웃을 어떻게 초대했는지, 이웃과 어떤 음식을 나누었는지, 이웃과 나누어 먹을 음식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잔치는 어디서 열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잔치에 오셨던 주민분들의 후기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오, 이렇게 했구나. 그래. 이렇게 어울려서 재밌게 지내는 거 참 좋지~"
그러던 중 어르신께서 왈칵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제가 당신 딸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며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귀하게 여겨주신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에 더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신 분입니다.
잔치 당일에는 어르신의 둘레분들과 모여 정겨운 대화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이웃들과 언제 잔치하면 좋을지 의논했습니다.
"내가 지금은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서 4월 말이 좋겠어. 26일에는 성당 모임이 있으니까 그날 빼고."
"어르신 그러면 월, 화, 목, 금 중에 언제가 좋을까요?"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정해~"
"어르신 잔치니까 어르신께서 직접 날짜 정하셔야죠~ 저는 언제든 좋아요."
구 씨 어르신의 잔치가 '복지관의 일'이 아닌 '당사자의 삶'이 되도록 거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끊임없는 질문이 어색하신듯 보였습니다.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정해~"라고 하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며 어르신을 만났고
어르신께서 잔치 언제 할지, 어디에서 할지, 어떤 음식 나눌지 계획하고 준비하셨습니다.
장 보기는 어르신께서 잘 아시는 보해마트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마치신 뒤 서랍장 속 버선 안에 넣어 두었던 현금을 꺼내십니다.
3만원을 내어주시며 "이걸로 장 보면 돼. 선생님이 가지고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이웃과 함께 잔치 잘 이루고자 하시는 구 씨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구 씨 어르신 이웃 초대하기]
구 씨 어르신께서 잔치 날짜, 시간, 장소 계획하셨으니 이웃들을 초대할 차례입니다.
"어르신~ 잔치에 초대하고 싶은 이웃분이 계신가요?"
"근데 다들 자식이 있어서 자식들 집에도 가고 바빠서 잘 안 올 것 같아."
"가깝게 지내시는 조 씨 어르신 초대해 보시면 어떠세요~?"
"아~ 그 언니는 오라고 하면 올 거야. 다른 이웃들은 딱히 없어."
이웃들을 어떻게 초대할지 궁리했습니다. 아직 신입 사회복지사라 아는 주민이 많지 않습니다.
문득 제가 만난 적 있는 2층 김 씨 어르신이 생각났습니다.
어르신께 초대할 만한 이웃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그분도 초대해. 우리 집에서 놀고 먹고 잔치한다고."
어르신께서 이루시는 잔치이니 제가 초대하는 것보다 어르신이 직접 초대하실 수 있도록 거들고 싶었습니다.
"어르신, 그럼 지금 2층 이웃분 초대하러 같이 가볼까요?"
"그러지 뭐~ 같이 가자."
어르신께서 잘 모르는 이웃분이시니 첫인사는 제가 돕기로 했습니다.
“김 씨 어르신~ 1층에 사시는 구씨 어르신이신데 다음 주에 구씨 어르신 댁에서 과일잔치 열기로 했어요. 어르신 생각나서 구씨 어르신께 말씀드렸고, 잔치에 초대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같이 왔어요.”
구씨 어르신께서 살가운 목소리로 “언니~” 하시며 이야기 나누십니다.
서로 나이도 물으시고, 병원에 다니고 있는 이야기 등 일상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아쉽게도 김 씨 어르신은 다음 주에 병원에 가셔서 잔치에 오기 어렵겠다고 하십니다.
김 씨 어르신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오는 길에 구 씨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층 할머니는 못 오니까 과일 싸다가 가져다 주자.”
잔치에 못 오는 김 씨 어르신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과일을 포장해서 가져다준다고 하십니다.
잔치에 오지 못해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웃을 생각해 주시는 어르신의 마음을 보며 배움을 얻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어르신께서 알고 지내는 이웃들을 떠올려 주셨습니다.
1층, 2층, 7층, 10층을 다니며 알고 지내던 성당 이웃들을 잔치에 초대하셨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 집에서 놀고 먹고 잔치할 건데 놀러 와요."
"그래요~? 몇 시에 하는데요~?"
어르신께서 시간을 깜빡 잊으셔서 옆에서 저도 함께 거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복지관 사회복지사인데요. 구 씨 어르신 댁에서 3시에 잔치하신다고 해요~"
"오 그래요~? 알겠어요. 1층 몇 호지요?"
"10*호에요. 놀러 와요."
1104동을 층층이 다니며 어르신께서 알고 지내시던 이웃 네 분을 직접 초대하셨습니다.
[1104동 1층 구 씨 어르신 잔치]
잔치 당일이 되었습니다.
이웃분들이 잔치 시간을 잊으시지 않도록 다시 한번 찾아가 말씀드리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도 "그래 그러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초대하셨던 분들이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모이기 어렵겠다고 하십니다.
"다들 바쁜가 봐. 1층은 병원에 간다고 하네."
"어르신, 혹시 알고 계시는 다른 이웃분들은 없으신가요~?"
"없는데... 13층에 한번 가볼까?"
13층 복도에서 우연히 어르신이 아는 이웃분을 만나셨습니다.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 나누셨습니다.
"우리 집에서 놀고 먹고 잔치할 건데 놀러 와."
"어르신께서 3시에 댁에서 이웃들하고 과일 잔치하신대요. 놀러 오세요~"
옆에서 저도 함께 거들었습니다.
시간을 잊지 않으시도록 종이에 날짜와 시간을 다시 한번 적어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이웃과 어울리고자 하는 마음, 나누고자 하시는 마음을 정성껏 잘 거들고 싶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초대하신 분들이 오시지는 못했지만 관계가 있던 이웃과 인정 나누며 잔치 여실 수 있도록 소박하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거동이 편안하지 않으셔서 휠체어를 타고 마트로 향하셨습니다.
"어르신, 이웃분들이랑 요구르트 나눈다고 하셨는데 어떤 요구르트가 좋을까요~?"
"요구르트는 이게 맛있어. 이거로 사면 돼."
과일은 여러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딸기와 바나나로 고르셨습니다.
어떤 과일이 맛있는 과일인지 어르신의 지혜를 여쭈며 준비했습니다.
"딸기는 이렇게 다듬어야 먹기가 편하지."
이웃들이 드시기 편하도록 딸기 끝을 다듬고 물로 씻어 손수 준비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병원 진료로 잔치에 못 오신다고 하셨던 이웃분께서 어르신 댁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오늘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되어서 잔치 못 오게 됐어. 너무 아쉬워서 병원 가기 전에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이렇게 왔지. 아쉬워서 어쩌나."
어르신과 가깝게 지내시는 이웃분이셨습니다.
잔치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한참을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구 씨 어르신이 노래도 진짜 잘해~"
"내가 노래를 참 좋아하지~ 이 라디오로 노래 매일 들어."
구 씨 어르신께서 당신 댁에 놀러 오신 이웃을 위해 '봄날은 간다' 노래도 한 곡 불러주셨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어르신 댁에 노랫소리와 이웃분의 박수소리가 오고 갔습니다.
잔치하기로 한 시간이 되어 13층 이웃분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어쩐 일인지 댁에 계시지 않는 모양입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어르신과 잔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시 의논했습니다.
1104동에는 쉼터가 2개 있습니다.
어르신도 쉼터에 나와 이웃분들과 자주 어울리십니다.
준비한 대로는 아니지만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 '이웃과 어울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잔치하는 것이니 많은 주민들이 오고 가는 1104동 쉼터에서 잔치해도 좋겠다 싶습니다.
"어르신 1104동 쉼터에 이웃분들이 많이 오가시니 쉼터에서 잔치하면 어떠세요~?"
"쉼터? 그래~ 거기로 가보자."
어르신께서 준비하신 요구르트, 과일을 챙겨 쉼터로 가셨습니다.
지나가는 이웃분들과 함께 나누셨습니다.
"요구르트 먹고 앉아서 쉬었다 가요~"
"어머, 어르신이 이거 준비하신 거예요~? 고마워요. 구 씨 어르신 최고예요."
"딸기가 아주 달고 맛있네요."
요구르트, 과일 드시며 쉼터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는 '봄날은 간다' 노래도 한 곡 부르셨습니다.
잔치 함께 하시던 정 씨 어르신께서도 평소 좋아하시던 가수의 노래 한 곡 불러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준비하신 것과는 달랐지만 쉼터에서 좋은 이웃들과 어울리시며 즐겁게 잔치하셨습니다.
쉼터 잔치를 마치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어르신, 잔치에 못 오셨던 이웃들 댁으로 직접 가서 음식 전해보시면 어떠세요?"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 이웃과 어울려 지내고 싶어 하시는 구 씨 어르신의 마음을 잘 거들고 싶어 어르신께 먼저 제안했습니다.
"그래볼까~? 가보자 그럼."
어르신께서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댁에 계시는 이웃 두 분께 요구르트, 과일 더 나누셨습니다.
"잔치 못 와서 주려고 왔어요. 받아요."
"어머, 나 주려고 오신 거예요? 고마워요. 감기 때문에 몸이 아파서 못 갔는데 이렇게 직접 주러 오셨네."
새롭게 관계 주선했던 김 씨 어르신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어머 이게 뭐야. 나 주려고 왔어요? 고마워서 어쩌나."
구 씨 어르신 덕분에 이웃 인정과 감사가 오고 갔습니다.
구 씨 어르신 잔치를 구실로 알고 지내던 이웃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기를
새롭게 알게 된 김 씨 어르신과도 인사 나누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구 씨 어르신 잔치 감사 인사 및 평가]
구 씨 어르신께 감사 인사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인지 능력이 예전과 같지 않아 계획한 잔치 날짜, 시간 등을 깜빡 잊으시곤 했습니다.
어떤 이웃을 초대했는지 기억하는 것도 어려워하셨습니다.
어르신과 어떻게 하면 잔치 잘 이룰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어르신께서 준비하신 일들을 잘 떠올리실 수 있도록 잔치 준비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어르신, 지난번에 이렇게 잔치 준비하셨어요. 기억나세요~?"
"응, 그랬지~ 기억나."
사진을 보여 드리니 기억을 잘 떠올려 주셨습니다.
감사 인사 전할 때도 어르신께서 이루신 잔치 사진을 잘 정리해서 드리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나눔 주민 구 씨 어르신 인터뷰
※ 이웃과 함께 잔치해 보시니 어떠셨어요? 이웃들이랑 놀고 먹고 즐기는 게 참 좋았지. 기분이 참 좋아. 이웃들 초대해 보는 것도 처음이야. 마음이 참 좋았어. ※ 잔치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이웃이 있으신가요? 요즘 이사 온 사람들은 잘 몰라. 성당 다니는 이웃들은 잘 알아도. 8층 이웃은 원래 알고 있긴 했는데 이번에 이야기 나눠봤어. 2층 할머니도 알게 됐지. ※ 어르신께 이웃과의 나눔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누는 거 좋지. 서로 알고 지내면 좋아. 내가 혹시 일이 생기면 누가 알아. 친구라도 찾아와 주면 좋지. ※ 잔치하면서 이웃과 어울리다 보면 서로 돕고 나누며 사는 동네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 그러면 좋지. 나는 10층 언니랑 가깝게 지내. 힘들 때 서로 도와주고 그러잖아.(웃음) ※ 다음에도 잔치해보고 싶으세요? 그럼 해야지~ 먹고 살면서 웃고 그러는 거 좋지. 이 달에 했으니까 또 새로운 달에. 나는 생일이 7월이야. 그때 또 한 번 더 잔치하자고. 놀고, 먹고. |
참여 주민 이 씨 어르신, 김 씨 어르신 어르신 인터뷰
※ 잔치 참여해 보니 어떠셨나요? "참 고맙죠. 이렇게 이웃이랑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아이고. 고마웠지." ※ 잔치가 이웃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되지요 아무래도." "사실 잔치 초대받고 밖에서 구 씨 어르신을 만났었어. 인사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음식 나누러 직접 와주니까 다음에 보면 아는 체해야겠어." |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 이웃과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1104동 잔치 열어주신 구 씨 어르신께 고맙습니다.
잔치에 오지 않으셨지만 쉼터에서 열린 잔치 모습을 보시고 "이웃을 생각하는 좋은 분이 있구나. 우리 동네 참 인정 있고 좋은 동네구나."라고 이야기해 주신 주민분도 계셨습니다.
따뜻한 인정 나누어주신 구 씨 어르신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1104동 동네잔치를 통해 따뜻한 이웃 인정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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