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1102동 두 번의 복날 잔치

1102동 두 번의 복날잔치

 

1102동에서 지난여름 복날 잔치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여름 단기사회사업으로 1102동 조각보 문집 사업을 담당한 민수빈 실습생이

1102동 주민들을 만나면서 잔치를 제안했습니다.

일상에서 이웃과 나누기를 즐겨하시는 임정순 님이 이번에도 흔쾌히 복날 잔치 제안을 받아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맛있는 부침개를 부쳐서 동네 많은 이웃과 나누기로 계획을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첫 잔치에서 수박 두 통을 찬조 받아 수박 잔치를 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뜨겁게, 부침개 잔치

 

임정순 님이 지인들에게 연락하셨습니다.

이웃들과 나누는 좋은 일을 하니 뜻을 함께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지인들이 흔쾌히 마음을 보태 주셨습니다.

잔치 재료 사는데 보태라며 돈을 주시기도 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내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임정순 님이 그동안 쌓아 오신 관계로 복날 잔치 덕을 봅니다.

복지관에서 보태는 예산은 새 발의 피가 될 만큼 재료가 풍성해졌습니다.

 

민수빈 실습생이 조각보 문집 사업으로 주민을 만날 때 복날 잔치를 안내하고

재료와 도구 준비, 재료 손질을 도와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손이 빠르신 임정순 님은 재료 준비를 혼자 해도 거뜬하다고 하셨지만

복날 잔치 준비 과정 또한 이웃 관계 맺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13층에 사시는 김정희 님과 정명화 님이 잔치 준비를 도우러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예전에 인사 한번 드리고는 왕래가 없었어요.

15층에는 한 10년 만에 오나 모르겠어요. OO네 이사 가고는 올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동안 임정순 님 얼굴만 알고 지내셨는데 복날 잔치 준비로 서로 대화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와주시니까 감사해요. 재료 손질이 금방 끝났네요.

제가 맛있는 쫄면 해드릴 테니까 점심 드시고 가세요.”

 

임정순 님이 점심으로 쫄면을 뚝딱 만들어주셨습니다.

 

음식 솜씨가 참 좋으세요.”

제가 직접 만든 양념장인데 맛 괜찮으세요?”

정말 맛있어요. 어쩜 이렇게 잘 만드세요?”

 

임정순 님 댁에 칭찬과 감사가 가득했습니다.

 

제가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그러세요.”

 

복날 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이 곧 이웃과 함께하는 잔치였습니다.

 

 

부침개 잔치 시작!

 

임정순 님과 이웃들이 준비한 재료, 이웃들이 챙겨온 프라이팬, 뒤집개, 국자로 부침개 잔치를 열었습니다.

김정희 님께서 친한 이웃들에게 부침개 부치러 오라고 연락하셨습니다. 이득남 님, 이종숙 님이 바로 오셨습니다.

사전에 회의하지 않았지만 내 일마냥 두 팔 걷어붙이고 부침개 부치셨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이웃들을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1102동 거미 놀이터 근처 정자에서 잔치를 벌이니 1102동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동 이웃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분들이 자연스레 참여하시고, 소문 듣고 오신 분들도 함께했습니다.

 

몇몇 이웃들은 더운데 불 앞에서 고생한다며 부침개 부치는 이웃들에게 부채질해주셨습니다.

진달래 님은 아이스크림 사다 주시고 채수암 님은 사과즙과 화분을 선물하셨습니다.

임정순 님과 친한 개화동 사시는 박용금 님이 수박 두 통 가져다주셨습니다.

이웃들 인정이 모여 더욱 풍성한 잔치가 되었습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1102동 이웃들 위해 애쓰시는 주민분들과 관장님
주민들 위해 늘 애써주시는 경비원 분들도 잊지 않고 챙기시는 임정순 님

 


 

두 번째 시원하게, 수박 잔치

 

첫 잔치에서 얻은 수박 두 통을 시원하게 보관해두었다가

1102동 조각보 문집 전시회 때 수박 잔치를 열었습니다.

수박 두 통이 여섯 통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새마을 부녀회 총무로 봉사하시는 임정순 님이 수박잔치 연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방화2동 주민센터 담당 팀장님과 주무관님이 수박 두 통을 사서 방문하셨습니다.

수박 잔치에 초대받은 채수암 님이 수박 두 통과 복숭아를 사오셨습니다. 

 

"이웃들하고 잔치하는데, 수박이 많으면 좋잖아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으신 채수암 님 전동휠체어에 열린 수박 두 통

 

두 번째 잔치도 1102동 이웃들이 함께 거들었습니다. 

수박을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해주시고, 복숭아 씻어주셨습니다. 

집집마다 쟁반과 칼을 챙겨 와주시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박을 썰고 접시에 담아 이웃들과 나누셨습니다.

 

수박 드시고 가세요.”

수박이 시원하고 맛있네요. 잘 먹을게요.”

채수암 님이 이웃들 드시라고 수박이랑 복숭아도 사오셨어요.”

“그래요? 잘 먹을게요. 아저씨. 고마워요.”

 


 

잔치 후에 임정순 님과 한 끼 식사하며 감사인사드렸습니다. 

 

잔치 평가

 

<나눔주민(임정순 님) 인터뷰>

Q. 이번 복날 잔치 어떠셨어요?

A. 이웃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웃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준비한 거라 나는 기쁨이 두 배, 세 배였어요
이번에 복지관에서 나서서 제안해줬지만, 나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한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이웃들이랑 잔치한다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지인들이 물질적으로나 마음으로 도움을 주셔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준비해서 더 많은 분들한테 나눌 수 있었잖아요. 내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아서 지금도 좋아요.

누군가가 부침개 한쪽 갖다 드리고 싶다고 하는 분 계실 때, 그걸 드시면서 그 분이 이웃을 좋게 생각하고 나도 잔치하는데 한번 나가볼까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움츠린 마음이 좀 열렸으면 좋겠어요. 잔치가 그런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웃 공동체로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러니 다 같이 나누고 살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실천을 많이 못해도요.
 
 
Q. 소수 이웃들과는 평소에 나누셨는데, 이번엔 대외적으로 크게 잔치 여셨어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A. 준비할 때도 그렇고 땡볕에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이웃들이 함께하니 내가 더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동안 일하고 사는 게 바빠서 이웃들을 잘 몰랐어요. 그냥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였죠. 음식을 나눌 때도 이웃들과 협력하면서 준비한 건 처음이에요. 내가 부족한 건 이웃들이 채워주고, 이웃들이 어려워하는 건 내가 하고,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같이 테이블에서 모여서 같이 음식을 나누면서, 이웃들도 더 친해지고, 그 후에 길에서 보면 인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 같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함께한다는 의미를 생각했어요.

 
 
Q.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신가요?

A. 13층 사시는 분들이요. 저희 집에 와서 재료 손질 도와주신 분들 기억에 확실히 남죠.
그리고 동네 할머니들이 인사를 많이 하세요. 특히 1동 사시는 할머니.그분이 늘 화분 가꾸고 계시는데 평소에 지나갈 때 인사하고 작은 거라도 드려요. 어르신 덕분에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서 고마워서요. 잔치하는데 그분이 지나가시기에 얼른 가서 모시고 왔어요. 드시고 가시라고.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직접 잔치 열지는 못하지만, 돕는 일에는 기꺼이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어서 참 감사했어요.

A.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보다 산전수전 다 겪으셨잖아요. 뭘 하자고 하면 더 나서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반찬 조금 나누는 거랑, 이렇게 잔치하는 거랑 비용 차이가 커요. 저도 지인들이 찬조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죠.

 
다음에 할 때는 홍보지에 같이 할 사람, 재료 보태줄 사람 모집해서 하면 좋겠어요. 다음에도 선두대장 할테니까, 15층으로 몇 시까지 오시라고하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초대하면 좋겠어요. 전날에 재료 모아서 아침에 준비해서 진행하면 좋잖아요.
 
 
Q. 동네에서 이웃과 꾸준히 나누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A. 이렇게 조금씩 모아서 잔치하면 이웃 간에 정도 쌓이고 사랑도 쌓이죠.
 
 
Q.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세요?
A. 앞으로 이렇게 자주 해요.

 

<참여주민(이득남 님, 이종숙 님, 김정희 님, 정명화 님) 인터뷰>

Q. 임정순 님이 이웃들 생각해서 잔치 열자고 해주셨어요. 어떠세요?

A. 임정순 님처럼 이렇게 주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고맙죠.
 

Q. 이번 복날 잔치 어떠셨어요?

A. (이득남 님) 부침개 부치느라 애썼다고 해주고, 이웃들이 먼저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요. 더웠지만 참 뿌듯했어요. 더위에 약해서 안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동네잔치니까 도우러 나갔어요. 땀이 줄줄 흘렀는데 뿌듯하더라고요. 난 그런 건 처음 해봤는데 나눔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됐어요.

A. (이종숙 님) 더웠지만 보람을 느꼈어요. 그렇게 동네 잔치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늘 마음은 있었는데 시간도 그렇고 어떻게 할지 몰랐는데 이번에 그렇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이렇게 잔치를 하면 이웃 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A. (김정희 님)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해야 정이 쌓이죠. 이런 기회가 있어야 해요.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살아요. 완벽한 사람은 없거든요. 서로 협력하고 살아야 해요.

 
Q. 이웃끼리 서로 나누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김정희 님) 이렇게 해보니 좋네요. 이런 잔치는 1년에 한 번 하는 거에요? 가을에 또 하면 좋죠.
A. (정명화 님) 이웃들하고 잘 지내야죠. 계속 여기서 살아갈 건데.

 

1102동에서 여러 이웃과 함께한 잔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임정순 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여러 이웃이 동네잔치를 경험했습니다. 

 

그동안 이웃과 나누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몰랐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셨고 '우리 1102동'이라는 소속감을 느끼셨습니다. 

 

다음에 또 하자는 말씀을 먼저 하실 때 참 기뻤습니다. 

1102동 주민들이 '우리 이웃들 참 좋아', '이게 사람 사는거지!'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정순 님 말씀처럼 동네 잔치가 홀로 마음 문을 닫고 지내시던 분들도 

마음 열고 이웃과 어울리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함께해주신 임정순 님과 이웃분들께 참 고맙습니다. 

 

(작성자 : 곁에있기1팀 손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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