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동네사람들] 부석마을 김장잔치 이야기

(글쓴이 : 곁에있기1팀 김민경)

 

곁에있기1팀은 14~26, 28~30, 32통을 담당합니다.

이 중 16~20통은 개화동입니다.

개화동에는 새말, 내촌, 신대, 부석, 상사 5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잔치 어디에서 해보면 좋을까요?

 

김장잔치를 어디에서 진행하면 좋을지 손혜진 팀장님과 궁리했습니다.

홍보지를 붙일까, 아는 분을 섭외해 볼까 다양한 방법이 나왔습니다.

순간 개화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선배사회사업가의 실천기록을 모두 읽어봤습니다.

전원주택 단지인 개화동만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개화동에는 김치를 담그는 집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시골 정서가 살아있고, 대문을 열어두고 사이좋게 지내는 개화동. 개화동 김장잔치 모습이 상상됐습니다.

 

저희 개화동에서 잔치해 보는 건 어때요?”

개화동 통장님들께 한 번 연락드려볼게요.”

조심스럽게 제안하니 연락드려보겠다고 하십니다.

 

민경 선생님이 바라는 대로 개화동에서 잔치할 수 있겠어요.”

며칠이 지나고 손혜진 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잊지 않고 개화동에 김장잔치 제안해 주신 손혜진 팀장님 감사합니다.

흔쾌히 수락해 주신 개화동 통장님들 감사합니다.


통장님과의 첫 잔치 준비하기

 

예전이었다면 마당에서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었을 겁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어렵습니다.

 

개화동 통장님들에게 잔치 제안을 드리니 각자 상황에 알맞게 진행하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부석마을 박형숙 통장님은 김치를 담그고 수육을 삶아 나누기로 하셨습니다.

 

박형숙 통장님과 개화동에서 잔치를 진행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상상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잔치 당일이 되니 신이 나던 감정이 긴장과 떨림으로 바뀌었습니다.

손혜진 팀장님, 정민영 선생님 선배사회사업가 두 명이 함께 하니 든든합니다.

 

돼지고기는 복지관에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통장님과는 첫 만남이니 함께 장을 보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인사드릴 겸 재료 구입하러 박형숙 통장님과 함께 방신시장을 방문했습니다.

 

통장님. 이번에 입사해서 잔치가 처음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통장님이 반가워하며 잘해보자고 하셨습니다.

 

통장님이 자주 가시는 정육점으로 향하면서 방신시장 곳곳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통장님이 앞장서시고 손혜진 팀장님, 정민영 선생님과 저는 뒤따라 방신시장 골목골목을 익혔습니다.

 

정육점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며 이번 잔치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저희는 11단지 안에 있는 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이번에 통장님이 좋은 마음으로 주변 이웃들과 김치랑 수육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장 보러 왔어요.”

요즘에도 이웃이 있나요?”

 

요즘은 이웃 관계가 약하다고 하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관계를 맺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육점 사장님의 대답을 듣고 속상한 마음이었습니다.

 

정육점 사장님께도 이웃이 있으실 겁니다.

단지, 이웃 간의 정을 느껴보지 못하셨기에 이런 말씀을 하신 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정육점에 방문해서 우리가 잔치를 이렇게 잘 이루었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이웃 간의 정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돼지고기 구입하시는 박형숙 통장님

 

사람 사는 사회는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야 합니다. 흔히 사람 사는 것 같다 함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러므로 이웃 관계와 인정의 소통을 살려 이웃 인정으로써 복지를 이루게 합니다. 복지를 이루는 일로 지역사회에 두루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겁니다.- 복지요결 13쪽

 

사람 사는 사회는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야 한다는데, 이웃과 인정을 살리기 위해 사회사업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발로 뛰며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겠습니다.

 

통장님 개화동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들었어요.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부석마을은 서로 챙기는 분위기예요. 어려운 분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함께 나눠요.”

 

박형숙 통장님은 주변 이웃들과도 기회가 될 때 서로 나누셨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웃과 나누고픈 박형숙 통장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번 잔치 기대됩니다. 박형숙 통장님과 잔치를 이룰 수 있어 든든합니다.


새롭게 담근 김치와 수육을 나눠요

 

통장님은 이웃분들과 나누기 위해 김치를 새로 담그셨습니다.

집에 있는 김치를 나눠도 되지만 새롭게 담근 김장김치를 나누고 싶은 통장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장님 댁에 도착하니 내촌마을의 전금혜 반장님도 계셨습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잔치에 함께해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장김치는 이웃들의 재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추는 옆집에서 키운 것을 나눠주었고, 김칫소도 옆집에서 전 날에 김장하고 남은 것을 주셨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부석마을 이웃의 마음이 담긴 김치입니다.

김치를 담그면서 부석마을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부석마을의 사람살이인가 봅니다.

 

나눌 김장김치와 수육

 

이번 개화동 잔치는 고립가구 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했습니다.

통장님이 네 분의 이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평소 이웃 관계가 약한 중년층 남성분들입니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좋은 기회입니다.

만나 뵙고 싶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회복지사만 방문한다면 불편해하실 수 있습니다.

통장님을 통해 새로운 이웃을 자연스럽게 소개받는 기회이면서 고립가구를 만나는 기회입니다.

 

통장님. 김장김치랑 수육 함께 나눌 분들은 부석마을 사시는 분들이에요?”

세 명은 여기에 사는데 한 명은 얼마 전에 이사 갔어요. 근처로 이사 간 거라 나누는 김에 같이 나누려고요.”

 

다른 동네로 가신 이웃분도 잊지 않고 챙기십니다.

박형숙 통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웃을 생각하는 귀한 마음이 보입니다.

통장님 마음에서 시작되는 귀한 관계, 이번 김장잔치로 관계가 깊어지기를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부석마을 이웃 만나기

 

갓 담근 김치 반포기를 접시에 담고 수육을 썰어 작은 접시에 담습니다.

받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합니다.

 

 

아저씨. 나 통장이에요. 우리 마당 쪽으로 나와봐요.”

 

통장님이 한마디 남기시더니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마당에서 만나면 된다고 하셔서 따라나섰습니다.

마당으로 나가니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듯, 난간 하나를 두고 양 씨 아저씨에게 김치와 수육을 나누셨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그러셨나 봅니다. 자연스러운 만남입니다.

 

김치 담그는 김에 수육 삶아서 같이 가지고 왔어요.”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환한 미소를 띤 양 씨 아저씨께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통장님이 앞장서십니다. 사회복지사는 통장님 뒤를 따릅니다.

설명도 인사도 통장님이 먼저 하십니다. 사회복지사는 그 뒤에 목소리를 내며 인사드립니다.

 

부석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장 끝 집으로 향했습니다.

문을 아무리 두드려 봐도 인기척이 없으십니다. 문을 열어놓고 외출하셨나 봅니다.

전 씨 아저씨 댁 안에 김치와 수육을 넣어놓고 왔습니다.

통장님께서 따로 연락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두 분은 다음 날 만나서 나누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사드리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전 씨 아저씨 댁

 

당사자의 인간관계와 지역사회 이웃 관계는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세우고 지탱하는 근본 바탕입니다. 당사자의 인간관계는 지금 이 복지뿐 아니라 다른 때 다른 복지까지 이룰 수 있는 바탕이고, 지역사회 이웃 관계는 이 사랍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도울 수 있는 바탕입니다.- 복지요결 52쪽

 

박형숙 통장님이 잘 이루어오셨던 부석마을 이웃 관계가 김치와 수육을 나눔으로써 깊어졌기를 바랍니다.

사회복지사와 주민의 만남보다 이웃 간 만남이 더욱 중요합니다.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중요합니다.

사회복지사는 다음번에 인사드리면 됩니다.

 

이웃분의 반응은 다음 기회에 통장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통장님과의 다음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감사인사

 

감사인사 어떻게 드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복지사의 마음 표현이겠습니다

 

제 마음을 눌러 담은 편지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잔치 제안을 받아주시고, 직접 김치를 담가 이웃분께 김치와 수육을 나눠 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와 함께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부석마을 최연자 부녀회장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최연자 부녀회장님은 박형숙 통장님 이전에 통장을 하셨다고 합니다.

박형숙 통장님만큼 부석마을에 애정이 있으셨습니다.

 

2002년에 박형숙 통장님이 부석마을로 이사 오고 부녀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슈퍼에 자주 방문하면서 두 분이 친해지셨다고 합니다.

 

옛날에 우리 아들 어릴 때부터 부녀회장님 보고 이모라고 불렀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진짜 자매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지금은 가족 같은 사이예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 같아요.

가족한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서로한테는 이야기해요. 서로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저는 언니(부녀회장님) 없으면 통장 못해요. 언니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부석마을에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두 분이 계시기에 감사하고 든든합니다.

 

부석마을에 궁금한 내용을 여쭈었습니다.

부석마을에는 초등학생 네 명이 있다고 합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부모님끼리 어울릴 기회도 적어졌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모임, 초등학생 아이들의 모임…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임을 구상해 봐야겠습니다.

 

김치와 수육을 나누었을 때, 이웃분의 반응은 어떠셨는지 여쭈었습니다.

 

다들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하죠.

그날 부엌에 올려놓고 왔던 집은 연락이 안 돼서 말을 못 전했어요. 쪽지라도 쓸 걸 그랬나 봐요.

그래도 우리 동네에 나를 생각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다른 분들에게 김치와 수육을 나눌 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렇게 좋은 기회로 나누게 됐을 때 밝은 미소로 맞아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아닌 분도 계시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민망해져요. 어떻게 말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참여주민 중 한 분이신 김 씨 아저씨는 주민센터나 복지관을 이야기하면 거부하신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복지관을 이야기하면서 나누면 거부하실 것 같았다고 합니다.

 

우리 집 김치 담그는 김에 수육 삶았는데 드시라고 조금 가져왔다고 하면서 드렸어요.

이번에는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번에 쌀 후원 들어온 거 거절하시는 모습 보니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됐어요.”

 

복지관에서 준비했어요.’가 아닌 내가 준비해서 나누는 겁니다.’

잔치 제안하면서, 진행하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

복지관에서 나누게 되면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명확해집니다. 받는 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통장님의 지혜로 받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았겠습니다.

통장님의 배려와 지혜에 감사합니다.

 

박형숙 통장님이 직접 준비하신 게 맞습니다. 복지관에서는 고기만 준비했습니다.

통장님이 직접 장 보시고 김장하시고 고기 삶으셨습니다. 이웃 추천하고 직접 나누셨습니다.

 

부석마을 이웃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도록 거들고 싶었습니다.

마땅한 사람살이 모습이 되게끔 잘 거들었나 봅니다.

김 씨 아저씨께 통장님의 마음이 김치와 수육을 통해 전해졌겠습니다.

통장님의 마음과 정이 네 분께 전달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네 분의 마음과 정이 다른 분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평가하기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단체로 참여해서 나누는 건 해봤지만 직접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직접 준비해서 잔치해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직접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니까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저희 집에 있는 물품들 사용하는 것도 아깝지 않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잔치 후에 부석마을에 생긴 변화가 있나요?”
동네에 소외되는 분들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이 동네에 일원이구나, 이래서 같이 사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요?
못 먹는 사람은 없지만 외로운 사람이 있어요.
잔치로 그런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하잖아요.
이번 기회 덕분에 저도 이웃이랑 말 한마디 더 나눌 수 있었어요.”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시간만 맞으면 참여할게요. 다음에는 부녀회장님도 함께해요.”
 
주변에 잔치해 주실만한 분이 계실까요?”
할 사람은 많은데 시간이 안 맞아서 힘들어요. 시간만 맞는다면 참여할 사람은 많을 거예요.

 

박형숙 통장님의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부석마을 김장잔치도 풍성하게 잘 이룰 수 있었습니다.

부석마을 이웃 관계가 더 깊어졌기를 바랍니다.

 

복지관의 의도를 이해해주시고 함께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풍성한 잔치를 이룰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당사자의 둘레 관계에서 지역사회의 삶 속에서 인정을 나누는 잔치를 이루도록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겠습니다.

만나는 주민분께 사업의 의도와 의미를 설명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습니다.

 

개화동은 시골 정서가 남아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웃 관계가 약했던 분들은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장님의 말씀대로 이번 잔치를 통해서 내가 이 동네에 일원이구나.’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이런 모습이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잔치로 생각하고 이루어주신 박형숙 통장님 감사합니다.

통장님으로 인해 이웃과 인정이 있는 부석마을이 되었습니다.

(좌측부터) 최연자 부녀회장님, 박형숙 통장님, 김민경 사회복지사, 손혜진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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