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추석잔치 세 번째 이야기- 장보영 님과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글쓴이 : 곁에있기팀 정민영 사회복지사)

 

추석 잔치 준비

지난 8월 욕구 조사 때 장보영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장보영 님이 주변에 아는 이웃이 많지 않다고 말씀하셨던 게 떠올라 추석 잔치를 제안드리고 싶었습니다. 
장보영 님께 먼저 전화로 코로나 19 때문에 소규모로 추석 잔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추석 잔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집이 아닌 복지관에서 추석 잔치를 한다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다음날, 장보영 님을 만나서 어떤 음식을 만들면 좋을지, 언제 할지, 누구에게 음식을 전달할지 등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장보영 님, 어떤 음식을 만드는 게 좋을까요? 추석이니까 송편도 괜찮을 것 같아요.”

“송편은 사람들이 집에서 다 해 먹고 떡집에서 사서 먹을 것 같아요. 송편 말고 다른 거 만들고 싶어요.” 

“저희가 추석 잔치를 복지관에서 하다 보니 불 사용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일 것 같아요.”

 
"선생님, 샌드위치는 어때요? 불도 필요 없고 간단하고 보장된 맛이니까 사람들이 다 좋아할 것 같아요."

장보영 님이 먼저 샌드위치를 제안해주셔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하기로 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서 장보영 님이 준비할 수 있는 것, 복지관에서 준비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삶은 계란과 양파 정도는 장보영님이 준비할 수 있다고 하셔서 나머지 식빵, 소스, 양배추, 맛살, 용기 등은 복지관에서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장보영 님, 샌드위치 만들어서 누구에게 전하고 싶으세요?”

“구효순 어르신이랑 최건삼랑 어르신 2명 정도한테만 주면 될 것 같아요.”

“특별히 이 두 분께 드리고 싶은 이유가 있으세요?”

“구효순 어르신은 예전에 연락도 많이 주고받고 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동안 연락도 못하고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최건삼랑 어르신은 지나가다가 저한테 초콜릿이랑 과자랑 간식 많이 주세요.”

 

 

추석 잔치

추석 잔치 당일이 되었습니다. 장보영 님께서는 1시간이나 일찍 복지관에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저 1시간 전에 와서 3층에 앉아 있었어요.”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일찍 오셨으면 사무실로 오시지 그러셨어요. 오래 기다리셔서 어떡해요.”

“괜찮아요. 집에서 할 것도 없고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으려고 빨리 왔어요. 저 집에서 치킨무도 가져왔어요. TV에서 백종원 씨가 치킨무를 썰어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치킨무가 냉장고에 있어서 가지고 왔어요. 샌드위치에 넣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았습니다. 치킨무뿐만 아니라 삶은 계란껍질까지 다 벗겨오시고 양파도 씻어서 손질까지 다해서 가져오셨습니다. 장보영 님이 추석 잔치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았습니다. 복지관의 일이 아닌 당신이 음식을 해서 이웃들에게 나누는 일로 생각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이제 빨리 만들어요.”

장보영 님이 양파부터 시작해 삶은 계란, 양배추, 치킨무, 피클 등을 썰었고 저는 맛살, 식빵 테두리 자르는 거 정도만 거들었습니다. 

 

 


샌드위치 속 재료를 준비하면서 장보영 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장보영 님, 추석 잔치 제안을 수락해주시고 같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고맙긴요. 나는 원래 사람들하고 음식 나눠먹는 거 좋아해요. 작년에 요리 동아리도 했고요. 집에서 부침개 해먹을 때도 양 좀 넉넉하게 해서 옆집에 주기도 했어요. 부침개는 적당하게 하려고 해도 양이 왜 그렇게 많아지는지 모르겠어요(하하).”

장보영 님은 평소에도 음식을 하실 때 넉넉하게 하셔서 주변 이웃들과 나눠 드신다고 합니다.

“선생님, 이제 속 재료는 다 넣었고 마요네즈랑 머스터드 소스 넣어서 섞기만 하면 끝나요.”

“색깔이 너무 예뻐요. 맛을 안 봐도 맛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삶은 계란이랑 야채 넣고 소스 넣으면 우리가 아는 딱 그 맛이에요.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거 알죠?(하하).”

 

 

 

식빵에 완성된 속 재료를 넣고 정성스럽게 용기에 하나씩 담았습니다.  

“선생님, 우리 속 재료 많이 남으니까 식빵 더 사 와서 복지관 선생님이랑 나눠 먹어요.” 

장보영 님이 복지관 직원들이 먹을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주셨습니다.

 

"장보영 님, 직원들이 전부 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합니다."

 

"다들 맛있게 드셔서 기분이 너무 좋네요."

 

"근데 식빵 테두리가 너무 많이 남아서 버리기가 아까워요."

 

"선생님, 식빵 테두리 제가 가져갈게요. 어렸을 때 식빵 테두리로 과자 만들어서 많이 먹었어요. 양이 많으니까 식빵 러스크 만들어서 옆집이랑 또 나눠먹으면 될 것 같아요."

 

 

 

 

 

정성가득 샌드위치

 

 

 

러스크로 재탄생 할 남은 식빵 테두리

 

“장보영 님, 이제 엽서 쓰고 영상만 찍으면 될 것 같아요.”

장보영 님이 정성을 담아 엽서와 영상을 준비하셨습니다.

 

 

구효순 어르신께 전하는 엽서 
최건삼랑 어르신께 전하는 엽서

 

 

원래 추석 잔치를 준비할 때는 장보영 님이 샌드위치를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장보영 님이 직접 전해드리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제안드렸습니다. 

 

"장보영 님, 혹시 괜찮으시면 장보영 님이 직접 구효순 어르신과 최건삼랑 어르신께 샌드위치를 전해드리는 거 어떠세요?"

 

"네, 괜찮아요."

 

먼저, 구효순 어르신 댁으로 갔습니다. 

 

"구효순 어르신, 장보영님께서 어르신께 드리려고 오늘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오셨어요."

 

"어르신, 수양딸 왔어요(하하). 추석이라 송편은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샌드위치 만들어 봤어요."

 

샌드위치를 받자마자 구효순 어르신께서 말 대신 눈물로 대답을 하셨습니다.

 

한참을 우시니 장보영님께서도 그동안 연락을 많이 못 드린 게 더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고, 울지 마요. 왜 울어요. 내가 앞으로 연락 많이 할 테니까 그만 울어요."

 

"알았어. 안울게. 안 울어.."

 

두 분의 모습에 보는 사람도 괜스레 울컥했습니다. 

 

"선생님이, 대신 엽서 좀 읽어주세요."

 

장보영 님을 대신해 제가 구효순 어르신께 엽서를 읽어 드렸고 몇 번이고 눈으로 읽어보셨습니다. 

 

장보영 님과 구효순 어르신은 앞으로 서로 더 자주 연락하며 지내자고 하셨습니다. 

 

장보영 님이 전화도 잘 못 받으시고 서로 만나지 못하면서 안부를 주고받지 못했었는데 이번 추석 잔치를 구실로 두 분의 관계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구효순 어르신 샌드위치 맛있게 드세요" - 수양딸 장보영

 

 

다음으로 최건삼랑 어르신 댁으로 갔지만 어르신께서는 엽서만 받으시고 샌드위치는 마음만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샌드위치를 안 받는다고 하셔서 저도 장보영 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순간, 1동 1층에 몇 명 어르신들이 앉아계셨던 게 생각났습니다. 이번에 장보영 님이 주변 이웃들과 인사할 수 있는 구실이 될 것 같았습니다. 

 

"장보영 님, 남은 샌드위치를 1층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께 드리면서 인사 나누는 거 어떠세요?"

 

"그래요. 좋아요."

 

곧장 샌드위치를 가지고 어르신들이 계시는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르신들께 소박하게 추석 잔치를 한 이유를 설명드리고 장보영 님이 직접 샌드위치를 전해드렸습니다.

 

"어르신, 혹시 여기 계시는 장보영님 아세요? 1동에 사세요."

 

"잘 모르지. 지나가다가 얼굴은 본 것 같기도 하고(하하)."

 

"샌드위치 맛있게 생겼네. 너무 고마워서 어째."

 

어르신들께서는 고마워하시며 앉은자리에서 샌드위치를 한 입 맛보셨습니다. 

 

"어르신, 샌드위치 맛은 어떠세요?"

 

"아이고, 맛나네. 잘 만들었다. 사실 나는 원래 빵을 안 좋아하는데 이거는 정말 맛있네. "

 

어르신들이 샌드위치를 맛있게 드시니 장보영 님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장보영 님이 처음에는 어색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앉아서 이야기 나누나 보니 이야기 나무가 열렸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관계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릴지 기대가 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희순 어르신

 

 

예상치 못하게 최건삼랑 어르신이 샌드위치를 받지 않으셔서 당황스러웠지만 이 또한 장보영 님이 주변 이웃들과 인사 나누는 구실이 되었고 평범한 일상으로 소박하게 추석 잔치를 하여도 이웃과 인정이 흘러넘치는 추석 잔치가 되었습니다.

 

관계를 주선하고 조금 거들기만 했을 뿐인데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는 모습을 보니 새내기 사회사업가로서

즐겁게 사회사업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추석 잔치 제안을 수락해주시고 당신의 일로 잔치를 준비해주신 장보영 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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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anghwa11.or.kr/1021

 

* 아래 파란색 글씨 링크를 클릭하면 [동네 사람들] 추석잔치 두 번째 이야기-깨가 쏟아지는 송편을 전달했습니다 게시글로 이동합니다.

www.banghwa11.or.kr/1026

 

 

(추석 준비부터 진행까지 사전에 발열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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