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1104동 14층 김장잔치 이야기

(글쓴이 : 곁에있기1팀 김민경)

 

신복열 어르신 첫 만남, 첫 잔치

 

동네사람들은 잔치를 구실 삼아 이웃 관계를 주선합니다.

신입사회복지사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잔치를 구실로 주민 여러 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분께 제안하고 함께 진행하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지난 추석잔치에 참여주민으로 함께 하셨던 신복열 어르신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참여주민으로 경험은 있으시나 나눔주민으로 참여는 처음이신지라,

어려워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 댁 방문하여 충분히 설명드리고 제안해야겠습니다.

소식지 들고 어르신 댁으로 갔습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제안하는 모습 보고 배우기로 했습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홈페이지 실천기록과 소식지를 보여드리며

복지관에서 진행했던 동네사람들 사업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어르신이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말로 동네사람들 사업을 설명해 드려도 좋지만,

이웃이 직접 이룬 잔치 내용을 보여드리는 것이 구체적인 제안 방법입니다.

 

소식지를 보여드리며 설명하는 모습

 

어르신께 김장잔치임을 설명드리고 이웃과 나누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나누는 거는 좋지. 근데 김치는 담그고 싶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어. 어려울 것 같은데.”

 

어르신께 다시 한번 제안했습니다.

어르신이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김장철이니 김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고구마는 어떠신지 여쭈었습니다.

고구마는 충분히 찔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구마와 귤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고구마와 귤은 복지관에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14층 분들 중에 인사 나누시는 분은 있으세요?”

저기 끝 집이랑 권사님, 반장, 옆 옆집 알아. 몇 명 없어.”

 

신복열 어르신은 공항동에서 방화동으로 이사 오신지 1년 정도 되셨습니다.

주변에 아는 이웃이 별로 없으십니다.

어르신의 이웃 관계를 돕고 싶었습니다.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웃과 나누면 어떠실지 제안 드렸더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코로나여도 괜찮습니다.

소박하지만 이웃과 인정이 넘치는 풍성한 14층을 만들면 됩니다.

어르신과의 잔치 기대됩니다.


14층 이웃과 인사

 

신난 발걸음으로 어르신 댁으로 향했습니다.

고구마를 삶아야 하니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방문했습니다.

 

내가 옆집에 물어보니까 안 삶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코로나 때문에 찝찝해서 생고구마로 나누어야 할 것 같아.

겨울이다 보니까 바로 안 먹으면 식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고구마를 삶아서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도 잔치를 궁리하고 계셨나 봅니다.

주변 이웃에게 먼저 물어봐 주신 신복열 어르신 감사합니다. 어르신에게 지혜를 배웁니다.

 

이웃과 나누기 위해 귤과 고구마를 소분했습니다.

당사자의 것을 우선 또는 주로 활용합니다.

소분하는 봉투는 어르신 댁에 있는 것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드실 거 조금 남기고 나누는 거 괜찮을까요?”

지금 다들 일 나가서 몇 집 밖에 안 남아있을 거야.

저기 옆쪽은 한 번도 인사를 안 해봤는데 이쪽에서만 나누지 뭐.”

 

어르신은 옆집이랑 인사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습니다.

막상 인사를 나누려고 하니 어려우셨나 봅니다.

 

14층에서 나누기로 했던 이유를 떠올려 봤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어르신의 이웃 관계를 돕고 싶었습니다.

 

어르신 빈 집이어도 문 앞에 걸어놓고 오는 건 어떨까요?

옆쪽 분들이랑도 이번 기회에 인사 나누시는 건 어떠세요?

저희도 이웃분과 인사 나누고 싶은데 사회복지사 혼자만 가면 불편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층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이 함께 가셔서 인사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정민영 선생님이 어르신께 다시 한번 여쭈었습니다.

 

그럼 일단 나눠 담아봐.

사람 있는 집부터 나누고 남으면 내가 따로 저녁에 나눌게.

저기 반장네는 딸네 집에 가 있어서 나눌 수가 없어.”

 

고구마와 귤을 소분하는 모습

 

귤 열 개 고구마 여덟 개씩 나누어 담았습니다.

어르신의 의견대로 이웃이 있는 집부터 나누기로 했습니다.

재빠르게 끌차에 옮겨 담습니다.

어르신이 앞장서십니다. 사회복지사는 뒤에 따라갑니다.

어르신이 먼저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시도록 합니다.

 

계세요. ○○호 사람이에요. 아줌마 계세요.”

 

모르는 집 문 앞에서 마치 아는 사람 집 문을 두드리듯 큰 목소리로 두드리셨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호탕한 어르신의 모습에서

이웃들과 인사 나누고 싶으셨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장철이니까 고구마랑 귤 드시라고 가지고 왔어요.

저는 ○○호 살아요. 이렇게 얼굴 익히고 우리 인사하고 지내요.”

 

네 반가워요.”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서로 인사하고 지내면 좋죠.”

어휴 감사합니다.”

그래요. 인사하고 지내요.”

 

집에 계시는 이웃 모두 환한 표정으로 맞이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 나눠요.’

짧고 간결한 대답이지만 반가움과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발걸음을 옮기기 전까지 배웅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14층 이웃에게 나누는 신복열 어르신

 

많은 이웃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거절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다른 집으로 향하니 그제서야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누군가가 집에 찾아오는 일이 적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집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닌 단지 안에서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 두 집, 처음 보는 이웃 여덟 집, 총 열 집과 나누셨습니다.

준비한 개수 모두 나누었습니다.

어르신이 잔치 이루어 주신 덕분에 사회복지사도 14층 이웃 열 가구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층에 산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이웃 관계 시작의 첫 단추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단지, 그동안 기회가 없었기에 서로 인사를 못하고 지냈던 게 아닐까요?

이번 잔치를 구실로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14층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잔치를 마치고 어르신께 짧은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 저는 이번에 새로 들어와서 아는 이웃이 한 명도 없었어요.

어르신을 알게 된 것도 좋았는데 어르신이 풍성한 잔치 이루어 주신 덕분에

좋은 이웃분들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어휴 그래. 이웃이랑 서로 서로 알고 도우며 살아야지.

나도 혼자는 못 살아. 내가 이거 나누는 덕분에 여기 사람들이랑 이야기해봤어.”

 

이웃들과 함께하고 나누기를 좋아하시는 신복열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14층 이웃분들도 어르신의 마음을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동네사람들 잔치로 신복열 어르신은 14층 이웃과 인사 나누는 사이가 되었을 겁니다.

어르신의 둘레 사람 사이의 생태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잔치 진행했습니다.

이웃과 관계 맺을 수 있도록 잘 거들었나 봅니다.

 

1) 당사자의 곳에서, 당사자로써, 당사자의 삶이게
당사자의 삶터에서, 당사자의 실제 생활 속에서, 복지를 이루게 합니다.
당사자가 주인 노릇 하거나 주인 되게 합니다. 당사자의 것을 우선 또는 주로 활용하여 복지를 이루게 합니다.
복지를 이루는 행위가 당사자의 삶이게 합니다. 당사자가 내 일이다, 내가 했다.’ 할 수 있게 합니다.
- 복지요결 80

 

신복열 어르신의 제 마당 제 삶터에서, 신복열 어르신의 것으로, 신복열 어르신이 직접 이루셨습니다.


감사인사

 

신복열 어르신과 김장잔치를 마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14층에서 이웃과 풍성한 잔치 이루어주신 어르신께 감사하다는 인사드리러 방문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방화 어린이집 바자회 날

캘리그래피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께 부탁하여 문구를 준비했습니다.

신복열 어르신 감사합니다.’, ‘신복열 어르신 덕분에 풍성했습니다.’

문구 뒷면에 어르신께 드릴 편지도 적었습니다.

정민영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사진을 액자에 담아 함께 가져갔습니다.

어르신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준비했습니다.

 

어르신 댁에 방문하니 사회복지사가 잔칫날 고구마를 먹고 가지 못했다며

직접 고구마를 삶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께 편지를 읽어드리는 정민영 사회복지사, 김민경 사회복지사

 

어르신께 편지를 읽어 드리고 사진을 드렸습니다.

 

에고~ 고마워. 포장하면서 얼굴이 딱 찍혔네. 예쁘게 나왔어.

너무 고마워. 머리맡에 놔야겠어. 편지도 너무 고맙고.”

 

어르신께서 연신 고맙다고 하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사진은 가장 잘 보이는 곳인 침대 머리맡에 놓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니 저희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구마를 나누어 먹으며 어르신께 잔치 평가 진행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어떠셨어요?”

좋았지. 같이 나누자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누구한테 말해도 좋다고 했을 거야.”

 

직접 준비해서 잔치를 해보시니 어떠세요?”

나누는 거 생각하면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어. 여기 사는 사람들이랑 인사 나누고 좋은 시간이었지.”

 

잔치 후에 뭐가 달라지셨나요?”

크게 달라진 거는 없어. 저번에 밥 먹을 때 한 명 만났는데 그때 고맙다고 인사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나가도 만나기가 어려워서 이야기도  나눠봤어. 얼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새롭게 알게  이웃이 있나요?”

옆집 사람이랑 저쪽 집들은 새롭게 알았지. 혼자 사는 남자랑 혼자 사는 여자도 알았고 모자가 같이 사는 집도 알았어.”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무조건 하지. 같이 나눈다는데 당연히 해야지.”

 

어르신의 마음을 14층 분들에게 전달하는 잔치였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같은 층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랑은 만나기 어려워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평소 나누기를 좋아하고 함께 하기를 좋아하시는 어르신이기에

크게 표현은 안 하시지만 속으로 아쉬워하셨을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추운 날씨로 인해

생고구마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던 어르신에게 지혜를 배웠습니다.

나누는 건 좋다며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며

잔치를 당신의 일로 생각하고 풍성하게 이루어주신 어르신이셨습니다.

어르신에게 이웃을 생각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잔치가 14층 이웃 관계 시작의 첫 단추였기를 바랍니다.

느려도 좋습니다. 첫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차차 관계를 쌓으면 됩니다.

 

함께 해야지. 나누는 건 좋아.”

 

신복열 어르신에게 제안 드렸을 때 하시는 말씀입니다.

항상 시원하게 대답해 주십니다. 이웃과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이 있으십니다.

 

어르신이 14층 이웃과 관계 이어 가도록 거들고 싶습니다.

물건을 주고받는 만남이 아닌 자연스러운 만남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구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신입 사회복지사에게 좋은 이웃을 알 수 있게 해주시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신 신복열 어르신 감사합니다.

후배 사회사업가가 잔치 진행을 배울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정민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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