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공항동 추석잔치 '마음을 나눠요~'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삼색빛깔

선생님 세 명이 모였습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햇빛이 따사로워지는 가을과 함께 추석이 왔습니다. 

추석맞아 공항동에서 잔치이뤄보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최봉자님은 동네에서 여러가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신 분이셨습니다. 

어떤 구실로 최봉자님이 동네에서 어울리실 수 있으실까 궁리했습니다. 

이웃과 나눔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습니다.

이제와서 당신이 먼저 무언가 나누시는게 어색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동네어른으로 아이들에게 당신이 잘하실 법한 것을 나누어 주심이 어떨까 여쭈었습니다. 

마침 명절이 추석맞아 송편만들기를 하면 참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요즘은 송편을 직접 만들기 보다 사먹는 집이 많다고 합니다. 

직접 송편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눠보기를 아이들이 경험해본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최봉자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한테 알려줄 만한 실력은 아닌데, 하면 재밌겠어요. 해볼게요."

 

기회가 없어 송편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유복순 님과 해바라기님도 함께 공항동 아이들에게 당신이 알고있는

송편만들기 방법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나서주셨습니다.

반죽 양은 얼마큼하면 좋을지, 속은 깨만 하면 될지 콩만 하면 될지 의논했습니다. 

명절을 맞이해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어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잔치 당일 

세 명의 어른과 아이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환경을 생각해 각자 준비물로 송편 담아갈 반찬통 들고 모였습니다. 

 

모두 송편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송편을 사먹거나 어른들이 만든다고 합니다. 

송편을 만들 기회가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세 명의 선생님 옆에 자리잡고 앉아 차근차근 방법을 배웁니다. 

 

 

"자 일단 반죽을 오백 원 동전만큼 떼어내고 동그랗게 비벼요.

가운데 흠을 내고 속을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적당히 넣어요.

닫아주면 끝이에요. 그리고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주면 돼요."

 

기본 설명은 같습니다. 마지막에 모양을 내는 방법만 세 명의 선생님 스타일에 따라 다릅니다. 

차근히 설명해주는 방법에 따라 하나 둘 만들어 봅니다.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저는 백 개 만들거에요. 제가 90개 먹을거고, 엄마랑 아빠랑 형들이랑 동생은 10개 줄거에요."

 

3학년 친구의 포부 가득찬 말에 한바탕 웃음 바다 였습니다. 

그만큼 만드는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배우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유복순 선생님 옆에 꼬옥 붙어앉아 모르는 부분은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직접 묻기도 했습니다. 

열정 가득한 학생의 모습에 유복순 선생님이 흐뭇하게 웃으십니다. 

 

 

열심히 만든 송편은 또 열심히 찜기에 넣어 쪄냈습니다. 

쪄낸 송편은 서로 입에 넣어주며 맛도 보았습니다. 

 

"저 원래 송편 안좋아하는데 직접 만들어서 그런가 맛있어요."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사실 제일 맛있는 요리는 직접 만든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이 직접 만든 송편이 제일 맛있는가 봅니다. 

어떤 송편이 자신이 만들었는지 찾기 바쁩니다. 

 

이번 여름 단기사회사업 때 공항동 어린이 방범대 여행으로 참여한

남다율 아동과 박주원 아동도 송편 만들기 함께 했습니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늘 자상하고 차분하게 잘 알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입니다. 

쪄낸 송편이 식기를 기다린 다음 통에 예쁘게 담아 포장했습니다. 

엽서에 편지도 적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께,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추석이라 송편을 만들어 봤어요. 맛있게 드세요.

제가 직접 만들어서 맛있어요."

 

피아노 학원이 가까우니 금방 다녀오겠다며 달려갔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고마운 마음을 담아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아는 주원이와 다율이. 

그 발걸음이 참 가볍고 재밌어 보입니다. 돌아와서는 상기된 표정으로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이 엄청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했어요!"

 

추석 맞아 만든 송편으로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공항동에 정이 피어남을 느낍니다. 

 


 

감사인사 

1. 사회복지사가 처음 제안하셨을때 어떠셨어요?
- 유복순님 : 나는 이웃하고 많이 나누고 해요. 그래서 별 대수롭지 않았는데 애들한테 송편 만들기 알려주라고 한거는 새로웠어요. 한번도 안해봤던거라서요. 재밌었어요. 작은 손으로 잘 만들더라고요. 
- 최봉자님 : 좋았어요. 다음에도 제안해주세요.
- 해바라기님 : 좋죠, 늘 좋은 제안만 해주시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젠 (주민들과 나눔을 해야하는 이유를) 아니까 좋아요. 


2. 잔치 하시니까 어떠셨어요?
- 유복순님 : 좋았지요.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잘 할 줄 몰랐기도 하고요. 내가 아이들한테 언제 알려주겠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최봉자님 : 새로웠어요. 무엇보다 이웃하고 나눔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잖아요. 덕분에 아랫집 동생한테 송편 나눴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원래 알던 사이긴 했는데 송편 나누고 나서 더 친해졌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애들한테 송편 만들기 알려줘서 좋았고요. 
- 해바라기님 : 건강이 안좋아서 많이 기분 안좋았는데 덕분에 송편 만들기 하면서 환기도 되고 좋았어요. 고향 사람들하고 나눠먹고 이 기회에 안부도 묻고 좋았어요. 

3. 잔치 후 달라진 점이 있으세요? 
- 유복순님 : 달라진 점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웃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자기들도 뭘 좀 주죠. 똑같아요~ 오며가는거죠. 
- 최봉자님 : 선생님이 엽서를 주시면서 송편 줄때 엽서에 편지를 써서 전하라고 하셨잖아요. 편지에 잘 챙겨줘서 고맙다, 잘지내자 뭐 이런 이야기 적어서 내 마음 적어서 송편이랑 줬어요. 그랬더니 그 동생이 딱 받고는 하는 말이 '언니, 나는 송편주고 하는 것보다 이 편지가 너무 감동이야. 편지 최고다.' 라는거에요. 사실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는데 송편이랑 같이 준 편지 덕분에 많이 가까워 졌어요. 그 후에 한번 더 놀러갔어요. 그랬더니 그 집에 편지를 전시 해놨더라고요. 그건 또 제가 감동이더라고요. 참 이게 좋아요. 너무 고마워요, 선생님. 
- 해바라기님 : 딸이랑 둘이 있으면 명절 분위기 안날때가 있는데 그래도 음식이라도 있으니 명절 분위기 나고 고향 사람 만나서 대화하고 그러면 기운도 나고 나도 나눴다고 생각하면 힘도 나고 그런 점이 좋아요. 

4. 잔치를 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유복순님 : 아주아주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거 같아요. 너도 나도 나누면. 
- 최봉자님 : 돈독한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심심하지 않을거고 마음도 놓이고 좋을거 같아요. 아랫집 동생이랑 이렇게 가까워진게 너무 좋아요.

5. 다음에도 잔치를 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으세요?
세 분 모두 무조건이라고 답하셨습니다. 
 

참여주민(박주원 아동, 남다율 아동, 김태영 학생) 인터뷰 

1. 알게된 이웃이나 가까워진 이웃이 있나요?
박주원 아동 : 우리 동네에 사는 어르신을 만나서 알게 됐고 길에서 만나면 인사할거 같아요. 
남다율 아동 : 저도요.
김태영 학생 : 가까워진 이웃은 없고 알게 된 사람은 있어요. 

2. 추석잔치 처럼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면 '나눔문화'가 확산될까요?
박주원 아동 : 네 그럴거 같아요. 
남다율 아동 : 네 왜냐면 내가 받으면 저도 주고 싶어지니까요. 
김태영 학생 :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요. 

3. 다음에도 잔치를 한다면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박주원 아동 : 네 해보고 싶어요! 
남다율 아동 : 저도 해보고 싶어요. 
김태영 학생 : 고민해볼게요. 

송편 전하며 이웃에게 엽서로 마음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에 나눠드렸습니다. 

최봉자 님은 받은 엽서에 당신의 마음을 차근히 담으셨습니다. 

최봉자 님의 마음을 열어본 아랫집 동생은 어떠셨을지 궁금했습니다. 

큰 감동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집에 전시를 해놓았겠지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였으나 고마움이 많은 관계였던 아랫집 동생. 

추석 맞아 송편 만들어 전하며 마음담아 전한 엽서로 관계가 돈독해졌습니다. 

마음을 전해 통하는 경험을 하신 최봉자 님이 큰 기쁨에 추석 명절을 더 풍성하게 보내셨다고 합니다. 

후기를 전해들으며 저도 덩달아 마음이 풍족해졌습니다. 

귀한 후기 들려주신 최봉자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두 분 관계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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