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송복남 어르신 떡국 잔치 | 나눔을 통해 이웃의 진심을 알게 된 잔치

(글쓴이 : 연지은 사회복지사)

 

 

 

 

떡국 잔치 준비 |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 송복남 어르신께 잔치 제안

 

 

풀꽃향기 모임에서 쌀을 모아 떡국 떡을 주셨습니다.

어떤 분과 잔치를 할지 어떻게 잔치를 할지 고민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이웃과 모이기 힘든 시기지만 이웃과 인정으로 지낼 수 있도록 거드는 사람이 사회복지사입니다.

 

당사자의 곳에 찾아가 인사합니다.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둘레 사람에게도 인사합니다. 사람 사안 상황 나름이지만 사회사업은 대개 이렇게 함이 좋습니다. 인사하다 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할 일이 보이고 살려 쓸 강점이 보입니다. 잘 돕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복지요결 사회사업 방법 76쪽
 
 

미술 교실에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계시는 송복남 어르신께 여쭈었습니다.

송복남 어르신과는 옹기종기 미술 모임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올해 미술 교실 어르신 일자리 활동을 하시게 되면서 자주 뵙게 되었습니다.

미술 교실 갈 때마다 먼저 말 걸어주시고 군것질거리도 챙겨주셨습니다.

어르신은 평소에도 옹기종기 모임에서도 간식거리를 챙겨와서 주변 분에게 나누셨던 분입니다.

* 옹기종기 미술 모임 : 2019년 누구나 그림책 1기에 참여했던 어르신 미술 모임이었으나 어르신 미술 모임이 아닌 전 연령 대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옹기종기 미술 모임’으로 이름 변경됨.

 

잔치할 때 제일 먼저 송복남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잔치를 제안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충분히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르신 혹시 설에 떡국 끓여서 이웃분들과 나눠주시는 거 어떠세요?”

? 자원봉사는 그동안 많이 했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어르신께 이번 잔치는 자원봉사 아님을 설명했습니다.

 

어르신이 혹시 평소에 마음 전하고 싶은 이웃분 계시면 초대해서 떡국 끓여서 나눠주셔도 되세요.”

 

그럼 11단지, 12단지 청소하시는 고마운 분들 초대하면 되겠네요.”

 

저희가 떡국 떡 3kg 정도 드릴 예정인데 모자라지는 않을까요?”

 

선생님 포함해서 한 6명 정도 초대해서 먹으면 양은 충분해요.

 

어르신 혼자서 다 준비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럼. 옹기종기 미술 모임 같이 하는 내 여동생도 부르면 되니 걱정하지 마. 혼자 처음 하니깐 와서 좀 거들어달라고 하면 돼요.”

 

혹시라도 잔치 제안했을 때 거절하실까 봐 걱정했었는데 바로 승낙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복지관에서 제안하는 잔치의 의도를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며칠 후 마곡의 가게에서 소고기를 후원해주셔서 송복남 어르신께 전화를 드리고 소고기와 떡국 떡을 가져다드렸습니다.

어르신은 떡국 떡과 소고기를 냉동해놨다가 잔치할 때 해동해서 사용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잔치 날짜는 언제로 하면 좋을까요?”

 

내가 일을 하고 있으니 수요일이 좋겠어요.”

 

그럼 그날 제가 10시까지 올게요.”

 

우리가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 선생님은 1130분 넘어서 와도 돼요.”

 

아니에요. 어르신 제가 뭐라도 와서 거들 테니 불러주세요.”

 

그럼 11시까지 편안히 와요.”

 

어르신과 하는 잔칫날이 기다려집니다.

 

 


 

떡국 잔치 진행 | 오늘 진짜 잔칫날이네요.

 

 

어르신 저 지금 가도 되나요?”

 

. 오세요.”

 

엘리베이터 13층에 내렸는데 벌써부터 음식 냄새가 났습니다.

송복남 어르신 댁은 문을 열어놓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어서 들어와요.”

 

어르신, 어디 잔치하시나요? 음식 냄새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요.”

 

송복남 어르신은 호박전을 부치고 계시고 동생분은 떡국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의 호박전과 동생분의 떡국 준비하시는 모습

 

 

호박전의 노릇노릇한 냄새가 14층 전체에 풍기고 있었습니다.

 

호박전은 다 부쳤으니 지단을 만들어야겠어요.”

 

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럼 계란 풀고 있어요.”

 

 

 

송복남 어르신과 지단 부치는 모습

 

 

 

어르신께 이참에 음식 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따가 지단 부치고 나서 썰어서 그릇에 담아줘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앞치마도 준비해올걸 그랬나 봅니다.

 

어르신, 오늘 저번에 말씀해주셨던 분 오시는 거예요?

 

오늘 11단지 청소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안 돼서 12단지 청소하는 친구(1동 조순환 님),

요구르트 판매하시는 분(표현숙 님), 예전에 같이 청소 같이 했던 분(13층 김진순 님) 초대했어요.”

 

송복남 어르신도 성당을 다니셨는데 오정희 어르신은 구역장을 맡고 계셨습니다.

* 오정희 어르신 : 작년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 및 옹기종기 미술 모임 참여 주민

 

예전에 다른 아파트 청소하셨을 때 조순환 님을 오정희 어르신을 통해 소개받으셨다고 합니다.

알고 지낸 지 10년 넘으셨다고 합니다.

김진순 님도 청소하시면서 만났다고 합니다. 알고 지낸 지 14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요구르트 판매하시는 분은 동네에서 자주 보고 인사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구르트 판매하시는 분과 동생분만 제외하고 조순환 님, 김진순 님도 3동에 살고 계십니다.

 

선생님 문 좀 더 활짝 열어놓아 주세요.”

 

현관문을 열러 나갔더니 요구르트 여사님과 조순환 님이 오셨습니다.

잔치에 초대받으셨는데 요구르트 여사님은 요구르트를 가지고 오셨고 조순환 님은 직접 담그신 동치미를 갖고 오셨습니다.

 

 

 

초대받은 잔치에 조순환, 김진순 님이 가져오신 동치미

 

13층에 사시는 김진순 님이 오셨습니다.

양손에 빨간 동치미를 준비해오셨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의 동생분도 연근 무침을 가져오셨다고 합니다. 

송복남 어르신은 육수를 준비하시다가 모자랄까 봐 동생분에게 심부름시키셨습니다.

떡국 떡도 더 준비하셔서 양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동네잔치 하는 날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단을 부치고 나서 도마 위에 지단을 올려 자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조순환 님은 전에 식당도 운영하셔서 음식을 잘하신다고 합니다.

지단 자르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서투르지만 열심히 잘라보았습니다.

 

 

 

 

송복남 어르신과 같이 준비한 지단

 

 

송복남 어르신은 호박전도 준비하시고  조순환 님, 김진순 님이 갖고 오신 동치미를 그릇에 담으셨습니다.

방 한쪽의 상에는 잔칫상이 차려졌습니다.

 

 

 

잔치를 준비하시는 송복남 어르신과 초대받으신 이웃분들

 

 

 

복지관에서는 분명히 떡국 떡과 소고기만 드렸는데 동태전, 호박전, 각종 나물 반찬, 연근 무침, 도라지무침, 김치, 동치미, 두부무침, 만두 등 어르신의 후한 인심과 정성이 담긴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이 준비하신 상차림

 

 

어르신, 오늘 진짜 잔칫날이네요. 상다리가 부러지겠어요.”

 

오전부터 음식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피곤한 내색 없이 어르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잔치에 초대받으신 이웃분들도 행복해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준비하고 우리 다 같이 식사해요.”

 

잔치를 통해 서로 조금씩 나누며 더 끈끈한 관계로 이어지게 합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식사하기 전에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송복남 어르신과 단체사진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초대받은 이웃 분들도 송복남 어르신께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음식을 이렇게 많이 준비했냐고 하시면서 고마워하셨습니다.

김진순 님이 떡국을 먼저 다 드셨는데 송복남 어르신이 아직도 떡국 많이 남아있다면서 또 그릇에 떡국을 담아주셨습니다.

저도 두 그릇 비웠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은 이웃 분들에게 더 드시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어르신이 떡국 떡을 미리 더 준비하셔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동네에 좋은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살맛납니다. 오직 한 사람, 그 한 사람 만나고 싶어 일하는 우리입니다. 우리 하는 일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있으면 됩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그래, 한번 해볼겠다!” 하고 손잡아주는 사람 한 명. 우리 걸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지역사회에 선한 이웃 1% 만드는 일이라 여깁니다.-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181쪽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잔치를 진행했습니다.

일상의 소박한 잔치를 통해 이웃과 인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웃에게 인정을 베푸시는 어르신을 만나서 함께 잔치할 수 있었습니다.

 

한 상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배와 사과를 깎아주셨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은 마음이 넓으시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도 크신 분입니다

성당 다녔을 때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10년 동안 꾸준히 해오신 분입니다. 

강서구 새마을 부녀회 부회장으로도 7년 동안 봉사활동 하셨다고 합니다.

방화동에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신 따뜻한 분을 이번 잔치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잔치를 준비해주신 송복남 어르신께 감사합니다.

 

 


 

 

평가 | 감사인사

 

며칠 후 송복남 어르신께 감사인사 드리러 다시 댁을 찾아갔습니다.

어르신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사진과 편지를 액자에 담았습니다.

 

선생님 사진 잘 나왔네요.”

 

어르신 제가 찍어 놓은 다른 사진 많으니 골라서 알려주세요. 남는 액자 있으니 담아서 갖다 드릴게요.”

 

어르신은 땅콩이 맛있다면서 차와 함께 차려주셨습니다.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편했습니다.

송복남 어르신을 보면 외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낯설지 않게 먼저 다가와 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복남 어르신께 감사인사

 

 

송복남 어르신과 잔치 평가했습니다.

 

 


Q1.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A.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초대하는 거 좋아하지.
   대접할 게 없어도 우리 집에 사람들 오는 거 좋아해.
   좋았는데 조금 마음이 편치는 않았어.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늘어놓고 사니 다른 사람들에게 집안을 보여주기가 좀 그랬어.


Q2. 직접 준비해서 잔치해 보시니 어떠셨어요?
 

A. 누구 초대하고 받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주는 게 더 좋아.
   상대방이 내가 주고 나서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두, 세배 더 기쁘더라고.


Q3. 잔치 후에 뭐가 달라지셨나요?
 

A. 이웃들과 관계가 더 끈끈하게 된 것 같아. 잔치 전에도 좋았는데 잔치 후에 더 이웃들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어 .
 

Q4.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A. 그래. 다음에도 참여할게.
 

Q5. 잔치해줄 만하신 분이나 참여하면 좋을 분 소개해주세요.


A. 13층 김진순 물건이 없어서 집이 넓어.
   13층에도 어르신 많으니 초대해서 내가 가서 도우면 돼요.
   나도 13층 아시는 분들 없으니 다음에는 그분들 초대하면 되겠어.


 
Q6. 이웃들과 잔치하면 동네가 어떻게 변할까요?


A.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외롭지 않게 되고 잔치를 통해 가족처럼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가 되겠지.

 

Q7. 나눔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A. 나누면서 정이 들고 정이 들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고 나눔을 통해 상대방의 진심을 알게 되면 속마음까지 나눌 수 있       는 사람을 알게 되는 거지.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경험이 문제를 예방하고 억제하고 희석하고 감당하게 하는 우리 지역사회의 탄력성을 키웁니다. 어울려 살아본 경험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게 합니다. 나의 일로 여기고 기꺼이 함께하려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웃과 인정’이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응하는 근복책입니다. 복지관 사회사업의 이상입니다.-지역복지 공부노트 211쪽

 

 

 

어르신은 말씀도 재미나게 잘하십니다.

베푸는 것도 너무 좋아하십니다.

평소에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고 처지가 같은 분을 보면 챙겨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넉넉하지 않지만 넉넉하지 않은 분들도 이웃에게 베풀고 나누려고 하십니다.

송복남 어르신은 더 그럼 마음이 강하신 분입니다.

미술 교실 일자리 어르신으로 일하시는 이유도 미술 강사님이 몸이 불편하시니 좀 더 돕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복지를 이루는 행위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이게 하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빛나고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칭찬 감사 공이 돌아갑니다. 자존심 체면 품위가 살고 당당해집니다.-복지요결 사업사회 철학 48쪽

 

 

 

송복남 어르신이 직접 이루신 잔치이기에 초대받으신 이웃들이 고마워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이 몸이 안 좋으셔서 침대 주변에 물건을 두셔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셨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잔치를 통해 이웃과 관계가 더 끈끈해졌고 자주 놀러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을 변화 시켰습니다.

 

어르신 같은 분을 알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어르신을 만나서 정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르신을 만나 잔치를 통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복지 실천의 길이 보였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사람 사이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이웃과 인정이 생동하고 이웃과 더 좋은 관계가 되도록 거들겠습니다.

앞으로 송복남 어르신과 함께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잔치가 기대됩니다.

 

 

 
 

댓글